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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JUST PILOT 09화

꽃을 심는 마음으로 전하는 삶의 이야기

남을 최대한 도울 수 있을 때까지 도와라

by Isol

작성자 | 고흥플라이트 항공마케터 김신
날짜 | 2025.5.10.

오늘 아침, 평소처럼 출근하던 길에 교육원 앞 화단에서 꽃을 심고 계신 사장님을 뵈었다. 처음 뵙는 분이었지만, 흙을 다듬고 꽃을 심는 손끝에 진심이 느껴졌다. 감사한 마음에 따뜻한 커피 한 잔을 건넸고,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그분의 지난 삶과 철학이 고스란히 전해졌다.


그렇게 이 인터뷰가 시작되었다.



Q. 안녕하세요, 이렇게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간단한 자기소개를 부탁드립니다.
A. 나는 장사꾼이었어요. 회사도 다녀봤고, IMF 시절엔 버텨보다가 결국 문을 닫았죠. 현실이란 걸 무시할 수 없으니까요. 그러다 조경 일을 시작하게 됐어요. 처음엔 아무것도 몰랐지만, 하나하나 배우며 지금까지 오게 됐습니다. 지금도 꽃을 심고, 나무를 돌보며 하루하루 살아가고 있어요.

Q. 오늘 심어주신 꽃이 정말 예뻐요!
A. 꽃이 많다고 예쁜 게 아닙니다. 너무 많으면 오히려 정리가 안 돼요. 조화롭게, 적당히. 그렇게 균형 있게 가꾸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자연도 그렇고 사람 사는 것도 그래요. 조금씩, 천천히, 내 손으로 가꾸는 게 인생이죠.

Q. 조경 일을 하시면서 느낀 점이 있으시다면요?
A. 사람은 자연 없이는 못 삽니다. 햇빛을 보고, 땅을 밟고, 흙냄새 맡으며 살아야 해요. 그래서 나무를 심고, 꽃을 돌보는 일이 단순한 게 아니라 사람 사는 데 꼭 필요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자연과 함께하는 삶이 결국 인간적인 삶이에요.

Q. 삶을 살아오시며 가장 중요하다고 느끼신 것이 있다면요?
A. 돈이 전부는 아니에요. 물론 필요하죠. 그런데 결국은 건강이에요. 내가 지금 일흔인데, 아프면 못 해요. 아무것도 못 합니다. 건강해야 꿈도 꾸고, 남도 도울 수 있어요. 꿈을 펼칠 수 있는 것도 결국 건강이 있어야 가능한 일이에요.

Q. 군대 이야기를 해주셨는데, 어떤 경험이셨나요?
A. 1976년도에 해병대에 입대해서 28개월 복무했어요. 옛날 군대는 많이 힘들었죠. 자기 전에 몇 대 맞고 자는 건 기본이었어요. 기수 문화도 강했고. 하지만 그만큼 단체생활, 인내심, 자제력… 그런 걸 배우게 됐어요. 그래서 지금도 어떤 일이든 겁 없이 덤빌 수 있어요. 일이 힘든 게 아니라, 생각이 힘든 거니까요.

Q. 요즘 시대에 대해 어떻게 느끼시나요?
A. 참 많이 변했죠. 요즘은 AI, 키오스크, 휴대폰으로 뭐든 다 하잖아요. 기계가 사람을 대신하는 시대예요. 하지만 사람이 만든 기술이 사람을 이기면 안 된다고 생각해요. 인간과 인공지능, 젊은 세대와 이전 세대, 자연과 사람… 모두가 공존해야 합니다. 어느 한쪽만 강해지면 언젠가는 무너집니다.

Q. 젊은 세대에게 전하고 싶은 말씀이 있으신가요?
A. 요즘 젊은 친구들, 똑똑하고 빠릅니다. 하지만 한 가지, 인내가 필요해요. 뭐든 빨리 되길 바라지 말고, 시간을 두고 자신을 믿어야 해요. 그리고 혼자 잘 되는 게 중요한 게 아니에요. 다 같이 잘 살아야 해요. 그래야 진짜 의미가 있죠. 주고받고, 도우면서 사는 게 사람 사는 겁니다.

Q. 지금까지의 삶을 돌아보며 아쉬운 점이 있다면요?
A. 조경 일을 5년만 더 일찍 시작했으면… 그런 생각은 해요. 젊었을 때 눈도 잘 보이고 몸도 좋았으니까요. 지금은 시력도 많이 안 좋아졌어요. 어른들이 ‘공부는 때가 있다’고 하신 말씀이 맞더라고요. 하지만 후회는 안 해요. 늦어도 내가 할 수 있는 걸 해왔고, 지금도 하고 있으니까요.

Q. 마지막으로 지금도 삶을 힘껏 살아가시는 이유가 궁금합니다.
A. 인생은 쉬운 게 아닙니다. 하지만 내가 누군가를 도울 힘이 있다는 건 참 감사한 일이에요. 사력을 다해 도와야죠. 그렇게 살아야 내 삶도 살아 있는 거니까요. 꽃 한 송이를 심듯이, 조금씩이라도 내가 가진 걸 나누는 게 내가 살아가는 방식입니다.



한 잔의 커피로 시작된 짧은 만남이었지만, 사장님의 말 한마디 한마디는 마치 한 권의 책처럼 깊었다. 꽃을 심는 손끝에서, 장사꾼, 조경 회사의 대표로 살아온 시간과 해병대 시절의 고됨, 그리고 지금까지의 인내와 진심이 전해졌다.


고흥 플라이트 앞, 봄꽃처럼 피어난 한 사람의 삶을 느낄 수 있었던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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