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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JUST PILOT 11화

200시간의 끝, 교관 자격

실력은 경험과 시간이 쌓여야 만들어진다.

by Isol

"기장님, 이번에는 인터뷰해주실 거죠?"


그에게 5번이 넘는 요청 끝에 받아낸 수락.

사람들에게 그의 이야기를 전할 수 있게 되어 너무나도 기뻤다.


"난 얼굴 나오는 거 싫어. 이 사진은 좀 그렇지 않은가~"

"잘 나왔는데..."


그는 젊었을 때부터 비행을 꼭 한 번 해보고 싶다는 마음을 먹었다고 한다.

가족을 이끌며 내가 아닌, 내가 챙겨야 할 사람들을 먼저 챙기고 여유가 생기자마자 비행장을 찾아왔다.


그는 고흥플라이트에서 최초로 200시간 달성 기념패를 받은 기장님이시다.


많은 사람들의 응원과 격려.

그리고 결국, 그는 경량항공기 교관 자격을 취득하게 되었다.


회갑.

60이 넘은 나이에 말이다.


.

.

.











작성자

고흥플라이트 항공마케터 김신

콜사인

HL-C279

항공기

SD-4




Q. 비행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무엇이었나요?

비행에 대한 꿈은 사실 1991년부터 있었습니다. 오산 비행장 근처에서 비행교관분들이 시뮬레이터로 교육을 진행하고 있었고, 직접 가서 체험해 본 적도 있었어요. 하지만 당시에는 국내에서 경량항공기 면허를 딸 수 있는 여건이 안 되었고, 면허를 취득하려면 미국에서 한 달 이상 체류해야 했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포기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또 한 번 기회가 있었던 건 안산에 초경량 비행장이 있었을 때였는데, 그때도 직장 문제로 시간을 내지 못해 결국 가지 못했죠.


그렇게 시간이 흘러 2021년 4월 20일, 처음으로 체험비행을 하게 되었습니다. 당시 고익기 104 항공기를 탔고, 하늘에서의 경험이 정말 강렬했어요. 체험비행을 마치고 집에 돌아가는 길, ‘이제는 진짜 해보자’는 마음이 생겼습니다. 바로 고흥 플라이트에 전화를 걸어 자격증 교육 등록과 결제를 그 자리에서 완료했습니다.




Q. 어떤 항공기로 자격증을 취득하셨나요?

처음 비행을 시작한 항공기는 CH601 HL-C080이었습니다. 자격증 취득을 위해 25시간 정도면 되겠지 싶었는데, 실제로 조작이 생각처럼 쉽지 않았고 마음대로 되지 않아 시간이 더 걸렸습니다.

당시 나이가 58세였고, 면허 취득 전에 이미 항공기 구매를 결심했습니다.




Q. SD-4 항공기를 선택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사실 항공기에 대해서 잘 알지 못했기 때문에, 하늘누리 김대진 대표님과 이호수 기장님의 추천을 받아 SD-4 기체를 선택했습니다. 개인이 혼자서 항공기를 소유하고 유지하는 건 부담이 컸기에, 이호수 기장님께 공동 구매를 제안드렸고, “이틀만 생각해 보시라”라고 말씀드렸는데 바로 “OK”라고 하셨어요.

색상과 옵션 선택도 기장님께 전적으로 맡겼습니다. 처음 요청은 빨간색이었는데, 딜러 측에서 처음 요청한 파란색 기체로 최종 납품이 되었어요. 옵션은 풀옵션(낙하산, 오토파일럿, 글라스 칵핏)으로 구성했습니다.




Q. 항공기 조립과 등록 과정은 어땠나요?

항공기는 2023년 10월 7일에 도착했습니다. 도착 당시 기체는 분해된 상태로, 컨테이너 안에 동체, 양쪽 날개, 프로펠러가 각각 분리된 채 실려왔습니다.

조립은 하늘누리 비행장에서 당일, 오전 8시부터 오후 6시까지 하루 종일 진행되었고, 정비사님이 직접 방문해 조립해 주셨습니다. 저는 이호수 기장님과 함께 조립 현장에 계속 있었고, 실제로 항공기가 조립되는 모든 과정을 처음부터 끝까지 함께 지켜봤습니다.

등록 절차를 거친 후, 11월 8일부터 본격적으로 비행을 시작했습니다.




Q. 기종 전환 시 어려운 점은 없었나요?

SD-4 역시 저익기여서 기종 전환은 큰 어려움이 없었습니다. 오히려 조종간 구조 덕분에 더 편해졌어요. CH601은 Y자형 조종간으로 양 좌석이 공유하는 시스템이었지만, SD-4는 좌우 독립 스틱 조종간이라 조작이 더욱 안정적이고 손맛이 좋습니다.




Q. 현재까지의 비행시간은 어떻게 되시나요?

CH601 HL-C089으로 111시간, SD-4 HL-C270로는 131시간, 총 240시간 비행했습니다.

평균적으로는 주중 하루 휴가를 내거나 주말 중 하루를 이용해 비행해 왔고, 자격증 취득 당시에는 주 2회씩 비행했습니다.




Q. 본업과의 연관성은 없다고 하셨는데, 회사에는 비행 사실을 공유하셨나요?

네, 저는 일반 직장인(회사원)입니다. 회사에서는 제가 비행을 하고 있다는 건 알고 있지만, 교관 자격증을 취득한 사실은 따로 알리지 않았습니다. 가족들에게도 조용히 진행했어요.




Q. 앞으로의 비행 목표는 무엇인가요?

전국 일주 비행이 목표입니다. 우리나라의 사계절과 지형을 하늘에서 보고 싶어요. 특히 언젠가는 제주도, 독도까지 직접 비행해보고 싶습니다.

지금까지 비행했던 섬들 중 가장 인상 깊었던 곳은 굴업도입니다. 하늘에서 보면 정말 예쁘고, 마음이 확 트이는 곳이에요.




Q. 유튜브도 운영 중이시라고요?

네, 기록용으로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 이름은 ‘JK Tube’입니다. 경량항공기 면허 취득 과정과 비행 일상을 편집 없이 올리고 있어요. 얼굴은 공개하지 않고, 단순히 기록 목적으로 남깁니다. 현재 구독자 수는 669명, 두 달 전까지만 해도 600명이었는데 꽤 늘었네요.

(참고로 김신 실장님이 600번째 구독자셨습니다.)




Q. 평소 즐기시는 취미가 있으신가요?

과거에는 등산, 스킨스쿠버, 공기총 사격, 그리고 아마추어 무선 통신을 즐겼습니다.

아마추어 무선은 민간인끼리 통신하는 동아리 활동이고, 자격증이 있어야 가능해요. 저는 공식 콜사인 ‘HL2JKT’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HL은 한국, 숫자 2는 경기도 지역 코드, JKT는 무작위 부여되는 식별자입니다.




Q. 마지막으로, 처음 비행을 꿈꾸는 분들께 해주고 싶은 조언이 있다면요?

비행은 자신의 생명과 직결된 활동입니다. 그래서 ‘면허를 빨리 따야겠다’는 마음보다는 느긋하게, 시간을 가지고 임했으면 좋겠습니다.

비행은 결국 실력이고, 실력은 시간과 경험이 쌓여야 만들어집니다. 무엇보다도 안전이 가장 중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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