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은 외롭다

잘하고 싶다는 마음이 나를 고립시킬 때

by isol

나는 관리자가 싫어서 다시 비행으로 돌아왔다.
누군가 나보다 더 잘하는 모습을 보면 가만히 있지 못한다.
잘하지도 않는데, 왜 이렇게 잘하고 싶어졌을까.
그저 비행이라는 것이 멋있어서일까.

별다른 노력을 기울이지 않아도,
조금의 감각과 안정적인 멘탈만으로
비행을 이어가는 사람들을 나는 꽤 많이 보았다.
조종간을 부드럽게 잡고 있는 것만으로도
함께 타는 교관의 마음까지 안정시키는 사람들이 있다.

어떤 이는 그 한계를 느끼는 순간 포기한다.
또 어떤 이는, 그 한계를 보고도 포기하지 않는다.

“평일엔 놀고, 주말만 공부하세요.”

그 말이 이상하게도 오래 남았다.
공허함은 점점 더 깊어졌고,
혼자 있는 시간은 나를 외로움이라는 어둠 속으로 밀어 넣었다.
어쩌면 나는 피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못하는 나를, 남보다 뒤처진 나를 마주해야 하는 순간을.

남보다 못하는 것을 견디지 못해
일부러 혼자 있는 시간을 만들었지만,
정작 그 시간 속의 나를 나는 마주하지 못했다.
두려웠기 때문이다.
나는 여전히, 그때 그 시절의 나와 크게 다르지 않다.

비행기는 한 번 이륙하면
공중에서는 멈출 수 없다.
돌아와 착륙할 수는 있지만,
이미 활주로 위에서 바퀴를 떼어낸 뒤라면
다시 내려오겠다고 마음먹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

나는 이미 이곳을 선택했지만,
선택하지 못한 다른 가능성들을
아직 완전히 포기하지 못하고 있다.

비행에 대한 열정이 남들보다 과하면
유별나 보일 수 있으니 조심하라는
한 은퇴한 조종사의 조언을 나는 뿌리쳤다.

“이미 제 주변 사람들은
제가 비행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는 걸 알고 있어요.
저는 이미 그런 사람이니까,
동료들의 시선을 신경 쓰지 않습니다.”

혼자가 되어 외로움을 느끼는 지금도
그때 왜 그렇게 대답했는지는 후회하지 않는다.
분명 혼자서는 모든 것을 해낼 수 없다.
하지만 무리에서 빠져나온 순간,
다시 합류할 수 없는 시점이 온다는 것도 알고 있다.

그 시점이 오면
선두를 나는 새 뒤에 숨어 저항을 피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저항을 혼자서 맞아야 한다.

나는 이미 그런 저항들을 여러 번 맞아봤다.
아프지는 않다.
다만, 언젠가는 그 저항을 모두 견뎌낸 뒤
동료들이 내 뒤로 합류해
같은 방향으로 날아오는 순간을 기다리고 있을 뿐이다.

누군가는 나를 유별나다고 말하며
뒷말로 자신의 멘탈을 지킬지도 모른다.
그에게는 그것이
그 나름의 생존 방식일 테니까.

나는 나를 지키기 위해
잘해지고 싶은 것에 집착한다.
그게 비행이다.
그리고 비행은, 외롭다.

깊은 바다 위, 달빛이 없는 밤.
울리지 않는 휴대폰.
그리고 계기판에서 흘러나오는 희미한 빛.
단조로운 비행의 감각이 사라진 자리에는
외로움만 남아
나는 그저 공중에 떠 있는 기분이 든다.

열정은 영원하지 않을 것이다.
어쩌면 나는
내가 살아 있어야 할 이유를 만들기 위해
열정을 붙잡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나라는 사람을 지키기 위해,
그나마 내 존재를 증명해 주는
비행이라는 것을 다시 선택한다.
잘하지도 못하는 비행을 계속하기 위해
남들에겐 유별나 보일 행동들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온 밤,

나는 다시
깊은 바다 속으로 가라앉는다.
하늘로 날고 싶은 욕망을 품은 채
버둥거리는 나 자신을
나는 글을 통해
조금 떨어진 곳에서 바라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