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정, 결정, 그리고 결정

상처가 남긴 명령

by isol

결정하지 못한다는 것은 자신이 없다는 뜻이다. 나 자신을 믿지 못해서, 책임질 수 없다는 것이다. 나 스스로를. 그것이 굳이 드러내지 않는다고 할지라도, 외부에서 보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볼 수 있는 사람들은 모두 볼 수 있다.



정답이 없기에, 나는 내 목소리를 듣고자 한다. 내 자신의 목소리를 듣지 않는다면, 수동적인 삶에 내 운명을 그대로 내버려 둔다는 뜻이다. 그렇게 살아가도 삶이 순조롭게 흘러갈 수는 있다. 하지만 그것을 허용하지 못하면서도 결정하지 못하는 태도, 용납하지 못하면서 바라는 것만 많다면—그것은 나 스스로에게 미안해해야 한다. 그리고 나와 함께하는 사람에게도, 그럴지도 모른다.



누구와의 경쟁이라기보다, 내 삶을 어떻게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끌어갈 수 있을지에만 집중한다면 타인을 견제할 필요도 없고, 이겨서 올라가야 한다는 마음도 버릴 수 있을 것이다. 타인의 목소리는 잠시 내 안에만 몰입하던 나에게 환기를 시켜주는 용도일 뿐, 그것이 내 삶을 컨트롤할 수는 없다. 6년 전 강한 교관이 나에게 했던 말을 되새기며, 나는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다.



“네가 그렇게 자신 있으면, 포기하지 말고, 그것을 마지막까지 끌고 나가서 결정해봐.”

그는 공감이라는 것이 없었다. 감정이 없는 기계. 그 당시 나는 그렇게만 그를 바라보았다. 죽을 듯이 아픈 고통 앞에서, 그런 사실만 나열하던 그에게 나는 기필코 다른 분야에서 헤엄쳐 생존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어야겠다고 믿었다.



그런데 지금 나는, 그가 그렇게도 말렸던 포기의 분야—비행 그 언저리에 와 있다. 나는 어떻게 된 것일까. 그는 더욱 승승장구하여 더 큰 세상 밖으로 나가 자신의 실력을 키우고 있다. 그의 눈빛을 나는 잊지 못한다. 그의 목소리는 절대 잊을 수 없다. 증오가 아닌, 내 몸에 박힌 상처. 그 상처가 아문다면, 나는 그때의 나처럼 약해져 시들지 않을 것이다.



내 목소리가 아닌 타인의 목소리가 들린 지금, 내 안에서 요동치는 ‘불확신’이라는 감정을 제어한다. 결정, 결정, 그리고 결정. 모든 순간, 나의 말대로 정답은 없다. 그저 결정할 뿐이다. 그것을 정답으로 만들어 나간다는 외침 따위는 6년 전의 나처럼 누군가에게 말할 필요가 없다. 그저 증명하면 된다. 그럼에도 나는 글을 적는다.



글. 소설에서 에세이로. 나의 이야기로. 어둠 속에 갇힌 목소리를 누군가에게 전해질지도 모르는 이 고요한 외침은, 어쩌면 그때보다 더 크게 울리고 있을지 모른다. 나는 누구인가. 나는 내가 결정한 것에 후회하지 않고 그대로 가고 있는가. 그리고—그가 나를 약하게만 대하지 않았던 이유를, 나는 이제야 깨닫고 있는가.

목, 토, 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