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 나에게 비행기와 활주로가 주어진다면

시스템 안에 갇혀있는 사람들

by isol

개인의 내가 아닌 조직 속에서 나는 조직을 위해 존재한다. 지금 나는 조직을 떠나야 할 때 개인으로서 존재하지 못해 떠나지 못하고 이곳에 있는 사람들을 보고 있다. 결국 돌아온 나처럼. 술잔을 함께 기울이며, 그들과 함께 이 안에서 존재한다.


적어도 하늘 위에서만큼은 자유로울 것 같다고 생각했지만, 앞으로도 나는 위로 올라도 제한되어 있는 많은 것들에 실망할 것 같다. 이곳의 사람들은 각자 자신에게 맡겨진 책임과 권한, 역할에 충실하면서 만족감을 느끼는데, 나는 그렇지 못한다. 조직 밖에서의 나는 누구이고 이곳에 온 이유는 무엇인가.


나에게 비행기와 활주로가 주어진다면 나는 이곳을 들어왔을까? 나로서 존재해 내기보다 조직을 위해 존재해 내는 것도 충분한 가치가 있다는 것은 안다. 그것의 의미와 가치를 부여하는 것은 나의 역할이니까. 그래서, 지금은 내가 원하는 나의 역할이 아니라도 기다려야 하는 시점이다. 처음 신은 신발처럼 나에게 잘 맞지 않는다고 느끼더라도, 시간이 지나면 반드시 만나야만 했던 운명의 대상처럼 나에게 소중한 존재 가치를 선물로 줄 테니까.


시스템 안에 갇혀버린 사람들과 시스템 안에 있는 내가 결국 이 조직 안에서 해야 할 것은 함께 하는 것이다. 나는 비행을 통해 그들과 함께하며 나를 보여주고 싶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그런 내가 아니기에 그들은 내 눈에 그저 시스템에 갇힌 사람들일 뿐이다. 함께 술잔을 기울이지만 우리는 섞이지 않는다. 나는 내 빛을 안에 숨겨놓고 그걸 사람들에게 밝히지 않고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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