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이 써지지 않는다는 건

우물과 하늘 사이에서

by isol

안정된 생활에 올라 타 있다. 그렇다고 이 생활이 유캐하다거나 나에게 맞는다는 말은 아니다. 나는 더 새로운 세상을 원하고, 더 넓은 세계에서 놀고 싶은 개구리다. 그런 개구리가 우물 안에서 하늘로 올라 세상을 구경할 때만 글이 써진다. 내 글은 작은 세상에서는 도무지 써지지 않는다.


그렇다. 반복적이고 정해진 형식의 것들은 내 기억에서 시간을 지워버린다. 기억이 없으면 어떠한 글도 써내려갈 수 없다. 비행에 대한 열망, 그 과정에서 만났던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 타고 싶은 비행기에 대한 이아기. 안정적이고 그저 그런 하루를 무탈하게 보내고 싶은 그런 귀찮은 마음가짐으로는 내 글을 쓸 수 없다. 보여줄 수 없다. 내놓을 수가 없다.


그 열망이 그렇게도 지독하고, 강렬해서 글로 적어내려 가려는 마음까지도 부정한다면 세상은 멈춰버릴까 아니면 그런데로 흘러가버릴까. 바다 위를 날으는 새들은 내 눈엔 그렇게 태어나 보인다. 자유롭게, 원하는 곳으로. 때로는 혼자서, 때로는 동료와 함께 가고 싶은 곳으로 마음껏. 그렇게 보여질 뿐일지도 모르는 일이지만, 멀리서 보면 그렇게 보인다.


조직은 천천히 움직인다. 그 조직 안에서 임무를 수행하는 영예를 누리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하다. 기다려야 하고, 인내해야 하고, 천천히 성장해야 한다. 내가 바라본 하늘 위에 새처럼 자유롭게 아무 걱정 없이 날아다니는 그런 느낌이 아닌 것이다. 세상 모든 걱정과 책임, 그리움, 슬픔의 짐을 실고 떠올라야 하기에 생각보다 많은 준비와 기다림이 필요한 것이다.


결정 후에 진행된 사항에 대해 일단 깊은 숨을 들이마신다. 그리고 내뱉는다. 뭘 그리 조급하냐고 내게 묻는다. 시간은 너가 조급한 것처럼 잠시 멈춰주거나 기다려주지 않는다. 그냥 그 순간에 맡겨 흐르도록 내맡긴다. 그게 내가 꿈꾸는 새처럼 하늘에서 흐르는 시간이 아니더라도, 날기 위한 준비의 시간을 즐겨라. 삶은 그렇게 흘러가버리지만, 그 시간도 너를 만드니까. 어쩌면 다른 새들도 그러한 시간을 보낼지도 모른다. 조용히 각자 자신의 비상을 위해 기다리고 있다.

목, 토, 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