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간비행

그토록 기다렸던 한 밤을 넘어서

by isol

보고 싶은 기억들을 넣어두고 지내다 보면, 나도 모르게 다시 꺼내어진다. 이상하게 밤 중에만 기억 조각들이 날아다닌다. 사람들은 어떻게 떠오르는 사람들을 달래어가며 잠을 청할까. 자유롭지 못한 비행처럼 기억은 잠을 재워주지 않고 괴롭힌다.


검은 연기가 가득한 구름을 피해 작게 빛나는 마을을 내려다보며 사람들에게 묻는다. 밤을 지날 때마다 떠오르는 사람을 어디로 데려다주어야 하는지. 나만 답을 알고 있지 못한 것처럼 밤을 헤매고 있다. 일단 눈을 감아보고, 떠오르는 데로 유유히 검게 물든 밤을 지나 보겠다.


잊을 수 없는 사람들이 안녕했으면 좋겠다. 원할 때 내가 가장 아끼는 비행기를 타고 날아가서 그들의 웃음소리를 들으며 더욱 둥실둥실 떠오르게끔. 가볍게 미소를 짓는 얼굴에는 자연스러움이 묻어나 걱정과 두려움, 불확신의 감정들을 날려줄 거라 나에게도 좋은 일이다.


밝은 안녕을 보내주면 응답해야 하는데, 통신두절 상황에서 그것도 달빛이 어두운 무월광 밤하늘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없다. 나조차도 위태로운 비행을 하면서 그의 비행기를 신경 쓴다는 것이 사실은 부담으로 다가온다. 그는 은밀히 구조신호를 보내고 있고, 외면할 수 없는 음성이 아주 작은 음량으로, 헤드셋 작은 틈 사이로 나에게로 들어오고 있다.


그는 이미 오늘의 상황을 알고 있었다. 그럼에도 비행길에 올랐고, 그것을 후회하지 않는 것 같았다. 사람들과 함께하며 쌓아 올린 시간들과 비행기들을 돌아보면 그것들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었기 때문이다. 비행. 그걸 하고야 말았기에 만날 수 없는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고 그는 하루하루를 그런 사람들과 함께 지나올 수 있었다.


기억 속에 잊히지 않는 방법은 누군가의 기억에 선물을 주는 것이다. 가장 멋진 선물을 받은 주인은 그 대가로 기억을 남긴다. 그는 그렇게 자기 스스로 기억될 수 있는 삶을 열심히 살아내고 있다. 그렇기에 지금도 내 머릿속 기억들로 나타나 나의 깊은 야간비행에 함께하고 있는 것이다.

목, 토, 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