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고등학교 시절을 떠올리며 그때의 내가 어떤 모습이었는지를 고민하기 시작했다. 36계와의 대화 이후, 계속해서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찾으려 했지만, 여전히 뚜렷한 답을 찾기 힘들었다.
‘그때 나는 어떤 모습이었을까?’
몇 년 전, 고등학교 졸업 이후 연락을 끊었던 친구가 떠올랐다. 배우가 되겠다며 연극반에 열심히 참여했던 친구.
그 친구에게 연락해 보기로 했다. 배우를 준비하던 친구는 그동안 어떻게 지냈을까? 그리고 친구는 고등학교 시절의 나를 어떻게 기억하고 있을까?
나는 SNS로 친구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몇 년 만에 보내는 연락이라 어색했지만, 친구는 빠르게 답장을 보냈다.
“오랜만이다! 잘 지냈어?"
"나야 늘 바쁘지 뭐. 오디션도 보고 있고, 요즘에는 소극장 공연 준비 중이야.”
친구의 말투에서 여전히 꿈을 향해 달리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배우라는 목표를 향해 흔들림 없이 걸어가고 있다는 게 느껴졌다.
주인공은 잠시 망설이다가 물었다.
“너는 여전히 배우가 되고 싶구나. 멋있다. 그런데, 나한테 고등학교 때 나는 어땠는지 기억나?”
친구는 잠시 고민하더니 답을 보냈다.
“음, 넌 참 조용하고… 남의 눈치를 많이 봤던 것 같아. 항상 부모님 말씀을 잘 들으려 애쓰고, 뚜렷한 목표가 없는 것처럼 보였어. 그때도 무슨 꿈이 있었는지 확실히 몰랐잖아?”
나는 곧 깊은 생각에 빠졌다. 조용하고, 남의 눈치를 보고, 부모님의 기대에 미치기 위한 모습. 그때나 지금이나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았다.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지금도, 부모님의 기대에 맞추기 위해 그저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을 뿐이었다.
주인공은 곧 친구에게 다시 물었다.
“그런 내가 지금도 비슷하게 살아가는 게 좀 두려워. 너는 배우의 길을 계속 걷고 있는데, 나는 아직도 내가 뭘 하고 싶은지 잘 모르겠어.”
친구는 답장했다.
“너도 할 수 있어. 내가 보기엔 넌 그냥 네가 좋아하는 게 뭔지 아직 찾지 못한 것뿐이야. 너 자신을 좀 더 깊이 들여다봐. 그때처럼 남의 기대에만 맞추지 말고. 너도 분명 너만의 길을 찾을 수 있을 거야.”
친구와의 대화가 끝난 후 나는 그동안 자신의 모습을 다시 돌아봤다. 남에게 휘둘리며 살아온 것 같은 자신의 삶. 부모님이 원하는 대로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과정에서도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삶은 따로 있다는 사실을 어렴풋이 느끼고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그 흐릿한 생각을 더 분명하게 해야 할 때였다.
책상에 앉아 공책을 꺼냈다. 공무원 시험 준비를 하는 한 흔적이 가득한 공책이었지만, 지금은 그곳에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을 적기로 한 것이었다
친구의 말처럼, 남의 기대가 아닌 내가 좋아하는 것, 내가 잘할 수 있는 것을 찾아야 했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것?
내가 가장 잘하는 것?
사람들에게 기쁨을 줄 수 있는 일?
내가 원하는 삶의 모습을 여러 개의 질문 리스트를 만들어 적어나가고 있었다.
그 순간, 자전거에 작은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했다. 검은색이었던 자전거 프레임에 미세하게 형광색이 드러나기 시작한 것이다.
나는 깜짝 놀랐지만, 동시에 이 변화가 아직 시작의 불과하다고 느꼈다. 다시 미래를 달리기 위해서는 더 깊이 고민해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