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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lake Sep 22. 2024

시간을 달리는 자전거

5화 : 다시 만난 36계


시간이 더 흘렀다. 여전히 자전거는 검은색으로 변한 채 내 방 한쪽에 놓여 있었다. 나는 안양천을 수차례 달렸지만, 처음의 그 마법 같은 시간 여행은 다시 일어나지 않았다. 시간을 넘던 그 순간은 마치 꿈처럼 사라져 버렸고, 검은색으로 변한 자전거만이 현실에 남아 있었다.


검은색. 이 색은 분명 무언가를 의미하고 있었다. 검은색은 내 내면을 반영한 것일까? 자전거가 형광색에서 검은색으로 변한 것은 단순한 우연이 아니었다. 검은색은 방향을 잃고 흘러가는 내 삶의 모습을 상징하는 것이 분명했다.


‘왜 자전거가 검은색으로 변했을까?’


나는 그동안의 행동들을 되짚어보았다. 시간을 넘던 순간의 설렘에도 불구하고, 나는 그저 미래를 바라보고만 있었다. 내 삶에 대한 명확한 목표도, 방향도 없었다. 자전거는 내 무기력함을 반영한 것일까? 내가 진정으로 시간을 달리기 위해서는 그저 흘러가는 대로 살 것이 아니라, 내 자신이 어디로 가고 싶은지 알아야만 했다.


그러나 답을 찾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다. 나는 다시 36계를 떠올렸다. 그 수상한 판매자. 자전거가 검은색으로 변한 이유를 그가 알고 있을 것만 같았다. 그의 흔적을 찾기 위해 당근마켓을 다시 뒤져봤지만, 36계라는 이름은 어디에도 없었다.


몇 주 뒤, 나는 다시 안양천을 달리고 있었다. 여전히 검은색 자전거를 타고, 하천을 따라 느릿하게 달리던 그때, 저 멀리 익숙한 모습이 보였다. 그 남자, 36계였다. 몇 주 전과 똑같은 모습으로 서 있었다.


심장이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 나는 서둘러 자전거를 멈추고 그에게 다가갔다.


"36계…!"


그는 천천히 고개를 돌려 나를 바라봤다. 마치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그의 얼굴에 묘한 미소가 떠올랐다.


“검은색으로 변했군요,” 그가 말했다. “이제야 자전거의 진짜 의미를 깨달았나 보군요.”


나는 그에게 다가가며 급하게 물었다. “왜 자전거가 검은색으로 변한 거죠? 어떻게 해야 다시 시간을 달릴 수 있나요?”


그는 고개를 끄덕이며 조용히 대답했다. “자네가 진정으로 시간을 달리려면, 그저 흘러가는 대로 살면 안 돼. 자네의 의지와 목표가 필요하지. 검은색은 자네의 방향을 잃은 마음을 반영한 거야. 자전거는 자네의 내면을 비추는 거울이지.”


나는 그 말을 듣고, 어렴풋이 느끼던 생각이 더욱 명확해졌다. 자전거가 검은색으로 변한 것은 나의 무기력함과 삶의 방향을 잃은 상태를 상징하고 있었다. 시간을 넘는다는 것이 그저 흥미로운 경험이 아니라, 내가 무엇을 위해 달리는지에 대한 명확한 목표가 필요했다.


“어떻게 하면 다시 자전거를 형광색으로 돌리고, 시간을 달릴 수 있죠?”


36계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자네가 삶의 방향을 찾고,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깨닫는 순간, 자전거는 다시 형광색으로 돌아올 거야. 자네의 의지가 명확해지면, 자전거는 시간을 다시 달릴 수 있을 거야.”


나는 그와의 대화를 마치고 다시 자전거에 올랐다. 검은색으로 변한 자전거는 여전히 무거운 느낌을 주었지만, 이제는 그 이유를 이해할 수 있었다. 자전거를 형광색으로 되돌리기 위해서는, 내 삶의 의미와 방향을 찾아야만 했다.


36계는 내가 그 답을 스스로 찾을 수 있을 거라고 확신한 듯했다. 이제 남은 것은 내 결심이었다. 시간을 다시 달리기 위해, 내 인생의 방향을 찾아야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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