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아침 같은 시간에 눈을 떠, 같은 시간에 집을 나서고, 같은 시간에 회사에 도착한다. 무감각한 일상이 반복되는 하루하루. 바쁘게 지나가는 사람들, 무표정한 얼굴들 속에서 나도 그저 한 점이 되어 흘러간다. 출근과 퇴근, 회사와 집. 모든 것이 익숙해졌고, 새로움은 없었다. 매일매일이 반복되는 회색빛 나날. 그런데, 그날 너를 보았다.
널 처음 보았을 때, 시간이 멈춘 것 같았다.
헬스장에서의 평범한 아침 운동이었다. 러닝머신 위에서 땀을 흘리며 평소처럼 하루의 시작을 준비하고 있었다. 그러다 문득 너가 내 눈에 띄었다. 러닝머신 몇 대 너머, 넌 뭔가 눈에 띄었다. 다른 색깔로 빛났다. 블루투스 이어폰 대신 너의 귀를 감싸고 있는 오래된 줄 이어폰이 유난히도 눈에 들어왔다. 줄 이어폰은 요즘 보기 드문 것이었지만, 너에겐 그게 잘 어울렸다.
너는 음악에 완전히 몰입해 있었다. 러닝머신 위를 달리며 머리를 가볍게 흔드는 모습에서 자유로움이 느껴졌다. 처음에는 어색하고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시선이 고정된 채 나도 모르게 너를 바라보는 내 자신을 발견했다. 세상이 조용히 흐르고, 너의 동작 하나하나가 마치 영화 속 한 장면처럼 느릿하게 펼쳐졌다. 마치 무언가의 장면을 느린 속도로 재생하는 것처럼, 너와 나 사이의 공간마저 천천히 늘어나는 듯했다.
분명히, 난 그 순간을 지금까지도 기억하게 되었다.
그날 이후, 회사에 가서도 너의 모습이 자꾸 떠올랐다. 아무 말도 나누지 않았는데도 이상하게 잊히지 않았다. 그날의 너는 너무도 선명했으니까. 그날 이후로 매일 아침, 같은 시간에 헬스장에 가는 나를 발견했다. 혹시라도 너를 다시 마주칠 수 있을까 하는 마음에서였다.
어느 날, 드디어 너와 다시 마주쳤다. 이른 아침, 네가 헬스장 입구에서 안으로 들어왔다. 오늘도 어김없이 너는 노래를 들으며 달리고 있었다. 너에게서 눈을 떼려 했지만 그러지 못했다.
너가 없는 시간은 참 빠르게 지나간다. 그런데 너를 보고 있으면 시간은 잠시 나를 기다려준다. 그래서 너를 내 삶 안으로 넣고 싶었다.
그래서 결심했다. 너에게 말을 걸어 보기로.
헬스장이 한산할 무렵 너와 나만이 러닝머신 위에 있었다. 떨리는 마음을 애써 가라앉히며, 너에게 다가갔다.
“안녕하세요,”
그렇게 내 삶에 색이 칠해졌다. 하루하루 설레는 하루로 시작되었다. 나의 세상이 너로 인해 느리게, 그리고 아름답게 변해갔다.
마치 한 편의 영화처럼, 그렇게
- slow video -
세상이 느리게 흘러가는 거야 널 처음 본 순간
분명 나 말고도 다른 사람들의 시선을 받겠지 심장이 뛰는 소릴 감출 수가 없었어 숨조차 멈출 듯한 순간이었어
모든 게 천천히 스쳐가듯 흐르고 너의 미소가 느릿하게 번져와 우리만의 시간이 멈춘 듯이 너와 함께한 그 순간은 slow video였어
그저 멈춰있길 바랐던 찰나에 눈부시던 넌 여전히 빛나 널 향한 마음은 커져만 가는데 현실은 그저 빠르게 지나가
모든 게 천천히 스쳐가듯 흐르고 너의 미소가 느릿하게 번져와 우리만의 시간이 멈춘 듯이 너와 함께한 그 순간은 slow video였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