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바에서 여행자들은 헤밍웨이의 흔적을 찾는다. 그가 묵었던 호텔이나 ‘다이끼리’를 즐겨 마셨다는 단골 바가 그렇고, 그가 살았다는 그의 소설 ‘노인과 바다’의 배경이 되었다는 아바나 근교 어촌 마을 ‘코히마르’가 그렇다.
나 역시 아바나 여행을 계획하면서 어릴 적 읽었던 ‘노인과 바다’를 다시 읽어봐야 하나 생각만 했다. 그의 단골 바는 발 디딜 틈 없이 들어찬 관광객들로 인해 발도 들여놓지 못했고, ‘코히마르’는 일정상 다음으로 미뤘다.
그럼에도 함께했던 여행자들은 그의 단골 바를 뒤로 하고 근처 바에서 ‘다이끼리’를 홀짝이며 음악에 들썩이며 헤밍웨이에 대한 이야기로 흥을 나눈다.
‘노인과 바다’, ‘킬리만자로의 눈’은 ‘고독한 사투’라는 표현이 떠올라. 극한에 처한 상황에서 불굴의 정신으로 승리하는 인간, 그 과정에서 마주하게 되는 자연의 위엄에 대한 존경과 생명에 대한 사랑..
킬리만자로의 표범이 헤밍웨이 킬리만자로의 눈을 모티브로 했다던데. 조용필 노래 있잖아. 먹이를 찾아 산기슭을 어슬렁거리는 하이에나를 본 일이 있는가는 나레이션으로 시작하는 노래.
썩은 고기만 찾아다니는 하이에나가 아니라 눈 덮인 킬리만자로의 정상에서 굶어서 얼어 죽더라도 표범이고 싶다는 노래. 이상도 사랑도 모든 걸 걸어야 하니까 외롭다는 노래. 모든 걸 잃어도 후회하지 않는 게 사랑이라는 노래.
바람처럼 왔다가 이슬처럼 갈 수는 없다는 살은 흔적이라도 남기고 가야겠다는 한 줄기 연기처럼 사라져도 불꽃처럼 타올라 보겠다는 노래.
조용필은 표범이 된 거 아닌가. 사랑은 모르겠지만. 헤밍웨이도 여기 피델이나 게바라도 표범이 된 것 같은데.
하이에나로 살거나 정상에서 얼어 죽고 싶은 사람은 잘 없을 것 같아. 이상과 사랑을 위해서 모든 걸 던져 불꽃처럼 타오르는 삶은 살아보고 싶을 것 같은데. 정상도, 표범도, 이상도, 사랑도 불꽃까지도 그 대상이나 의미는 다를 수 있겠지만 말이야.
잘 타오르지 않더라도 대상도 의미도 찾아서 타올라 보겠다고 시도하다 가는 것 아닌가. 시도라도 하면 흔적이라도 남을 테니까. 불꽃처럼 타오르려고 매 순간 최선을 다하다 가는 거지. 시도도 안 하면 아쉬울 것 같아.
2017. 8. 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