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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쿠바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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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진 Dec 15. 2024

생과일 쥬스

여행지에서 그 지역만의 고유한 음식을 접하는 일은 여행의 즐거움 중 하나일 것이다. 나의 경우는 평소 먹을거리에 관심이 많긴 하지만 맛집을 열심히 찾아다니는 정도는 아니다. 하지만 여행지에서만큼은 그 지역에서만 접할 수 있는 음식은 꼭 먹어보려고 노력하는 편이다.     


쿠바 음식과 관련해서 내가 만난 여행자들의 평가는 후하지 않았다. 음식이 다양하거나 풍족하지 못하다는 것이었다. 인도에서 10년 넘게 생활했다는 한 여행자는 쿠바 음식이 화려하게 발달하지 못한 이유를 고위 관료들의 검소한 생활과 부족한 물자에서 찾았다.           




그럼에도 쿠바에서 소소한 즐거움을 주었던 음식과 관련한 기억들은 있다. 쿠바에서 무엇보다 먼저 생각나는 먹거리는 풍성한 과일이다. 그 과일들을 갈아서 만든 생과일 쥬스가 가장 먼저 생각나는 이유는 더운 날씨 때문에 많이 찾아 먹어서이기도 하지만 실제로 과일의 종류도 많고 맛있었다.      


망고가 대표적이지만 이름이 기억나지 않는 처음 접하는 맛있는 열대 과일들이 많았다. 쿠바만 아니라 남미에서도 풍성하고 다양한 생과일 쥬스와 채소들은 더위를 식혀주었고 여행에 즐거움을 더해주었다. 식사때 마다 빠지지 않던 구워먹는 커다란 바나나는 과일인가 채소인가.          



점심이나 저녁 식사를 제외하고 과일이나 생과일 쥬스 다음으로 많이 먹었던 것이 피자일 듯 하다. 어른 손바닥 만한 크기의 피자를 파는 작은 가게들이 곳곳에 있어서 생과일 쥬스와 함께 피자를 많이 먹었다.     


맛은 고만고만했는데 특별히 기억에 남는 피자 가게는 산타 클라라 근교 레메디오스라는 작은 마을에 있던 ‘크레이지 피자’라는 가게. 다양한 종류와 맛도 맛이지만 그 두께가 크레이지.

뜨리니다드 아르마스 광장 어귀에 있던 바의 피자 맛도 소문이 났더라.          




그리고 커피. 에스프레소 한잔에 설탕을 조금 타 먹는 쿠바식 커피. 설탕 없는 에스프레소도 맛있어서 까사에서도, 거리에서도 자주 마셨던 커피. 산타 클라라에 있던 체 게바라와 함께 혁명을 마시는 '혁명 카페'는 소문난 명소더라.     

 

쿠바만 아니라 콜롬비아, 코스타리카를 비롯해 현지 커피로 인해 즐거웠던 커피 타임.     



마실 것 중에서 아르헨티나 여행자들이 들고 다니면서 마시던 마테차가 기억난다. 마테차는 우루과이 차지? 아니, 우리가 원조야. 축구는 브라질 아냐? 아니지, 아르헨티나지. 파타고니아는 칠레잖아? 무슨 소리야. 아르헨티나지.    

  

내가 만난 아르헨티나 여행자들의 자기 것에 대한 자부심은 대단했다. 거기다가 체 게바라나 보르헤스의 이름이라도 나올라치면 한낮의 태양만큼이나 뜨거워졌던 그들.     




그리고 칵테일. 평소 마실 기회가 많지 않지만 헤밍웨이가 사랑했다는 럼과 과일주스로 만든 '다이키리', 스페인으로부터 독립을 외치며 마시곤 했다던 럼과 콜라로 만든 '쿠바리브레' 한 잔으로 음악과 함께 쿠바에 취할 만하다.


그리고 맥주. 쿠바의 대표적인 맥주는 부드러운 크리스탈과 강한 부카네로. 아바나에서 배 타고 모로성에서 석양을 보며 마시던 맥주 기억난다. 남미에서도 많이 마셨지만 맥주는 역시 독일. 무엇보다 종류가 많아. 


칠레와 아르헨티나에선 와인을 쉽게 접할 수 있으니 자주 마시다보니 와인 맛을 조금 알 정도가 되긴 했다. 

         

아바나 오비스뽀 거리 곳곳의 아이스크림 가게도 빼놓을 수 없겠다. 코코넛 아이스크림. 역시나 더위 때문인지 남미에서도 시시 때때로 먹고 다녔다.       



구글맵에 등장하는 유명 맛집은 아니지만 추억이 담긴 몇몇 식당들이 있다.      


바야모의 레스토랑에서 먹었던 스프. 자신을 쿠바 주재 기자라고 소개했던 미국 남자가 식당을 찾는 나에게 소개했던. 매일 두 그릇씩 시켜 먹는다던 그 스프. 음식 이름은 기억나지 않지만 맛있었다는 것과 그 남자의 쿠바에 대한 자기 얘기들이 어렴풋이 남아 있다.     


플라야 에라두라의 바비네 친구인 뻬드로네 식당. 매일 저녁을 거기서 먹었던 해산물 요리.  

바라꼬아 호스텔 다이네리가 해 준 떼띠(Teti)라는 바라꼬아에만 있다던 생선요리.

바라꼬아 호스텔 근처에 청년들이 창업했다고 소문내 달라던 동네식당 LaCubanita. 잘 되는지. 

아바나에 있는 일본 식당 ‘크레페 사유’는 맛집으로 추천해도 손색이 없을 듯. 

뜨리니다드 호스텔 차메로의 링고스타(바다가재)는 한국 여행자들에게 이미 진리로 통하는 듯.    


      

산티아고 데 쿠바에서 에이스랑 현지 식당을 찾아다니다 세스뻬데스 공원 근처에 상당히 괜찮은 식당을 발견했던 기억이 있다.    

  

그렇게 구글맵이나 관광책자에 없는 맛집을 찾아다니는 재미가 쏠쏠하다. 흔히, 진정한 맛집은 현지인 손님들이 많은 식당이라고 얘기한다.



2017. 9.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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