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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열매 Jul 02. 2024

내 장례식

내 장례식은 언제쯤 일까. 부디 바라기는 지금은 8살인 딸이 내 장례엔 듬직한 남편과 귀여운 손주 들이랑 손님을 맞아 줬으면 좋겠다. 너무 어린 나이에 혼자 상주가 되어 빈소에서 내 사진을 보며 울지 않기를. 지금 살아서 사랑하고 아끼며 안부를 챙기는 관계들도 찾아와 주겠지? 죽은 나를 위해서가 아니라 아빠를 일찍 보내고 엄마마저 보낸 내 아이를 위해 와줬으면 좋겠다. 살아있는 지금도 내가 외동딸이라 가족 중에 이모, 삼촌도 없고 남편 쪽 시댁은 연락이 끊어졌으니 아이에게 가족의 범위가 작다. 그러고 보면 나도 엄마가 없고 외가가 없으니 친가 쪽 사촌 까지가 가족의 범위였다. 남편 장례에도 사촌보다는 피도 안 섞인 동생 친구 언니들이 매일 찾아와서 거들어 주고 함께 먹고 자며 내 곁을 지켜줬다. 내 아이에게도 이런 인연과 만남이 있기를 바랄 뿐이다. 내가 죽으면 아무것도 해줄 수가 없으니 남은 딸 걱정에 눈도 못 감겠다가 아니라. 믿고 안심하며 아이를 남은 사람들과 사랑하며 살라고 맡기고 홀가분하게 떠나고 싶다. 마지막을 생각하니 살아 있을 때 인사 할 사람들과 한 번은 더 만나 차 한잔 밥 한 끼 먹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장례에서 만나면 말 없는 내 사진 앞에서 대화도 없이 육개장만 먹고 갈 테니까. 나를 웃으며 기억해 주도록 더욱 사랑해야겠다는 생각도 든다. 모든 게 다 아쉬움으로 남을 것 같아 염려가 앞선다. 남편 장례를 보니 친구들끼리도 오랜만에 장례에 와서 얼굴을 보고 밥 한 끼를 먹으며 근황을 나누는 것을 봤다. 남편 덕분에 바쁘게 살던 친구들이 얼굴도 보고 안부도 묻고 인사를 나누며 돌아가는 걸 보니 내 마음도 좋았다. 내 장례도 슬프지만 말고 내 덕분에(?) 모여서 인사도 하고 먹기도 하고 근황도 나누고 가는 반가운 어느 날 이길 바란다. 장례를 생각하다 보니 딸아이 손을 더 자주 잡고, 아이가 귀찮아하는 뽀뽀를 앞으로는 더욱 아낌없이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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