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작주의
미시마 유키오는 장편소설을 40편 썼다. 그는 1925년에 태어나 1970년에 사망했다. 향년 만 45세다. 그는 일 년에 한 편 꼴로 장편소설을 썼다. 그것도 그가 다섯 살 때부터 소설을 썼다고 가정했을 때나 가능한 계산이다. 그는 장편소설 외에도 수많은 단편과 에세이, 희곡, 전통희곡(노가쿠 등)을 집필했다. '허슬'이라는 요샛말에 그 누구보다 잘 어울리는 소설가다.
미시마 유키오가 살아 있었다면, 작년에 만 백 세가 되었을 것이다. 100주년을 전후로 상당수의 작품이 한국어로 번역출간되었다. 올해 2월에는 <<소설가의 휴가>>라는 에세이가 출간되었다. 현재 읽고 있는 중이다.
나는 한국어로 출간된 그의 작품을 샅샅이 찾아 읽었다. 절판된 책도 찾아 읽었다. 김후란 시인이 <<금각사>>라는 책으로 번역한 <금각사>와 <연회는 끝나고>를 도서관에서 찾아 읽은 적도 있었고, <<비틀거리는 여인>>은 중고책으로 입수해 읽었다. 절판된 책과 미번역 작품이 출간되기를 바라면서, 지금까지 읽은 그의 작품들에 대한 후기를 간략하게 남겨 본다.
- 작품당 200자 내외의 평을 작성했습니다.
- 객관적인 기준보다는 개인적 취향과 인상을 토대로 편하게 감상을 남겨보았습니다.
- 책에 대한 전반적 인상을 담고 있습니다. 어떤 종류의 스포일러도 원치 않으신 분께서는 먼저 작품을 보고 읽어주세요!
금각사
자신의 결함을 자기만족적으로 긍정하는 외로운 소년의 인물상에서 소설가라는 존재와의 공통점을 찾은 작가가, 주인공을 내세워 아름다움과 예술의 본질을 탐구해나가는 작품으로 읽을 수 있다. 종전 전후에 흐르는 허무주의적 분위기, 선불교적 수수께끼, 논리적 태도와 유미주의가 기묘하게 결합된 작가 고유의 개성, 관능과 퇴폐의 위태로운 공존이 하나로 어우러져 글은 사변적으로 흐르는데, 그 끝에서는 결국 삶의 근거를 찾아내려는 시도까지 인상적인 작품.
가면의 고백
세계대전 종전 무렵 혼란기 속의 삶과 성 정체성의 혼란이라는 이중고를 짊어진 소년의 일인칭적 고백록. 성에 대한 보편적 지향과 개인적 지향의 불일치가 고통의 한 원인이다. 본능적 끌림과 이성적理性的 끌림의 괴리 또한 고통의 원인이다. 전쟁이 문명을 파괴함으로써 이 괴리의 원천이 되는 집단적 가치를 말소시킬 수 있으리라는 왜곡된 희망을 소년은 갖게 된다. 내밀한 고백의 형식으로 인식, 성性, 문명, 전쟁을 사색하는 작품.
금색
나이든 소설가가 아내의 외도 현장을 목격한다. 이에 젊고 아름다운 남성 동성애자로 하여금 아내를 유혹하게 만들 계획을 세운다. 여자에게 끌리지 않는 남자의 유혹에 넘어가고 말았다는, 일종의 보복성 꼬리표를 꿈꾸고 있음이다. 파격적이고 속된 소재를 채용했음에도 미문을 한껏 뽐내고 있어, 통속성과 현학적 스타일이 뒤엉킨 독특한 맥시멀리즘 소설로 읽힌다.
목숨을 팝니다
냉소적 시선으로 죽음을 들여다보면서도 경쾌한 호흡으로 독자를 이끌어, 삶과 죽음에 대한 독특한 유머로 독자를 설득하는 작품. 자살에 실패한 남자가 자신의 생존을 덤으로 얻은 삶으로 생각해, 소설은 '누군가의 필요를 위해 대신 죽어주겠다, 목숨을 판다'라는 참신한 소재로 독자의 흥미를 휘어잡는다. 그러면서도 아름답고 번뜩이는 문장이 소설의 유머러스한 분위기에 녹아들어 있어, 미시마 유키오의 가벼운 입문작으로도 추천할 만하고, 작가 주요작의 애독자들에게도 만족스러운 독서가 될 수 있겠다.
봄눈
감상적인 귀족 소년의 사랑 이야기. 인간이 겪는 '첫사랑'이라는 사건을 자존심 강하고 유약한 미소년이 수용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어려움을 묘사하고 있다. 일인칭의 폐쇄적 시점으로 전개되지 않아, 다양한 성격의 인물들이 빚는 긴장 속에서 균형을 찾아내는 군상극이다. 그의 위태로운 연애를 바라보는 친구의 관찰자적 입장이 주인공의 감상성에 대립하는 이지(理智)로 소설에 참여해 입체성을 배가시킨다. 유려한 문체와 관조적 입장을 종합해보려는 작가의 야심이 성과를 거둔 작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