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 Review
누군가 유익한 정보 서적들을 놔두고 허구의 소설을 읽는 이유를 설명한 적이 있다. 평생에 경험할 수 없는 감정들을 극적인 소설을 읽으며 대신 경험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로써 감정의 폭이 넓어지게 된다. 당시에도 공감했던 내용이지만 고전인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를 읽으며 유독 위의 말이 기억났다. 독서하는 4시간 동안 불륜 행위를 하는 사람들의 감정을 간접적으로 경험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것은 혐오스러우면서도 안타까운 미묘한 경험이었다. 솔직히 말하자면, 초반에는 주인공들의 사랑이 혐오감을 불러일으켰다. 해당 도서를 읽고 불륜에 대한 내용에만 집착한다면 이해가 부족한 것이라는 서평이 많지만 할 말은 해야겠다. 가정이 있는 여자와 이혼한 남자가 불륜하는 내용은 조금 구역질이 났었다.
남편과 아이들이 대회에 나가느라 집을 비운 사이에 길을 물으러 찾아온 낯선 남자. 낡은 군대 스타일의 셔츠가 땀에 젖어 등에 딱 달라붙어 있던 로버트 킨케이드. 그리고 그를 보자마자 이성적인 끌림을 느끼는 프란체스카의 모습은 전혀 아름답지 않았다.
누구보다 솔직한 속내를 표현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는 원초적인 성적 욕구로 인해 남녀 간에 생겨나는 미묘한 긴장감을 적나라하게 표현했다.
가령, 직접 길을 찾아주겠다며 나서는 프란체스카를 조수석에 앉히고 출발하는 장면이 그랬다. 처음부터 강력한 끌림을 느끼고 서로를 소리 없이 살피던 와중에 킨케이드가 조수석의 소지품 함에 손을 뻗는다. 아주 짧은 순간에 그의 팔뚝이 그녀의 허벅지 아래쪽을 스쳤다. 단순한 실수로 인해 긴장감이 흐르는 장면이었다.
이후에 프란체스카가 그의 팔 근육이 기어를 변속하면서 이완되는 모양을 살피는 장면은 덤이다. 담배를 문 그녀는 라이터를 내미는 킨케이드의 손을 감싸 잡고 손등에 난 작은 털을 느끼기도 한다. 프란체스카는 그의 시선이 자신의 엉덩이에 머무는 것을 느끼면서 오히려 호기심을 가진다.
그리고 일련의 과정은 그들 사이에 일어나는 충동을 수월하게 이해시켰다. 정말로 이해하고 싶지 않긴 했지만, 그들이 어떤 감정을 느끼며 그것을 얼마나 참고 있는지를 이해할 수 있었다. 만약 성적 끌림에 대한 묘사가 전혀 없었다면 개연성에 대한 의문이 생겼을 것이다.
그렇게 초중반에는 역겨움을 바탕으로 개연성을 인정하며 책을 읽어내렸다. 둘 사이에 일어나는 일을 완벽하게 이해했고, 프란체스카의 남편이 불쌍했다. 처음부터 부부 사이에는 별다른 사랑이 없긴 했지만 남편은 나름대로 그녀를 아꼈다. 잘못이 없는데도 불륜 남녀의 대단한 사랑 사이에서 '문젯거리'가 되어버린 남편에게 이입하게 됐다.
하지만 책장을 넘기면서 다른 감정이 머리를 들이밀기 시작했다. 어느 순간부터 그들의 사랑을 응원하게 된 것이다.
킨케이드는 기계가 인간의 자리를 대신하기 시작하던 당시의 상황에서 아날로그적인 사람이었다. 그는 스스로를 '마지막 카우보이'라고 표현했다. 마지막 방랑자였다. 사진가로서 남들에게 완벽히 공감받기 어려운 자신만의 예술적 감각을 가졌다. 그래서 그는 젊고 아름다운 여자가 아닌, 자신을 이해해 줄 지성을 가진 여자를 원했다.
프란체스카는 낭만을 가진 여자였다. 그래서 선생님으로 활동하던 시기에 학생들에게 시를 들려주지만, 돌아오는 반응은 한참이나 어렸다. 그녀가 '태양은 황금 사과'라는 시구를 읽을 때 남학생들이 양손으로 여자의 가슴 모양을 만들고 키득거렸다. 학생들은 평생을 그런 태도로 살 것이었고, 그래서 프란체스카는 낙심했다. 모두가 친절한 시골 동네였지만 낭만은 없었다.
하지만 킨케이드는 예이츠의 시를 즐겼다. 야생화와 노란 데이지로 만든 작은 꽃다발을 그녀에게 건넸다. 특별한 경우에도, 누구에게 꽃을 받아본 적 없는 그녀는 속에서 뭔가를 느낀다.
결국 오랜 세월 동안 묵혀두기만 했던 말을 초록색 픽업트럭을 타고 온 낯선 남자에게 무심코 털어놓는다. '지금이 생활은 어릴 적에 내가 꿈꾸던 것이 아니'라고.
우주 속의 미아 같던 두 사람은 자신을 이해받는 엄청나고 소중한 경험을 했다. 강렬한 성적인 끌림도 함께였다. 다른 가족들이 자리를 비운 4일 동안 몸과 마음으로 진정한 소통을 했다. 평생을 외로워하다가 죽는 사람들도 많은 와중에 드문 행운을 손에 쥐었다.
물론 그로 인한 후폭풍이 거셌다. 나흘 간의 상대를 평생 그리워하게 된 것이다. 책임감이 강한 그녀는 남겨질 가족들 생각에 따라가기를 거절하고 그들은 이별하게 된다. 결국 이어지지 못하고 끝을 맺었지만 킨케이드는 이렇게 말한다.
애매함으로 둘러싸인 이 우주에서,
이런 확실한 감정은 단 한 번만 오는 거요.
몇 번을 다시 살더라도, 다시는 오지 않을 거요.
프란체스카와 비슷한 외로움을 가지고 사는 와중에 킨케이드의 말을 보니 그들이 부러웠다.
이미 익숙해진 외로움을 안고 건조하게 살아갈 것인지, 자신의 영혼을 이해받는 느낌을 경험하고 그것을 평생을 그리워할 것인지 선택하라고 하면 후자를 고를 것이다. 그것이 얼마나 대단하고 마법 같은 일인지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를 읽고 이해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니 설명하기 힘든 외로움을 가진 사람이라면 해당 저서를 읽고 그들의 교류를 간접적으로 체험하기를 추천한다. 서두에서 말했듯이, 평생에 경험할 수 없는 감정들을 극적인 소설을 읽으며 대신 경험할 수 있으므로.
* 아트인사이트(https://www.artinsight.co.kr/)에서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