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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연 Oct 31. 2024

에스파가 쇠 맛을 들고 찾아왔다

[노래] Whiplash - The 5th Mini Album 앨범

노래에서 쇠 맛이 난다. 에스파가 '드라마(Drama)'를 발매한 작년 11월쯤부터 그런 말이 돌기 시작했다. 도대체 무슨 뜻인가 싶어 찾아보니 크게 두 가지 뜻이 있었다. 첫째, 비릿한 금속의 느낌처럼 강렬하고 쨍한 노래 스타일이다. 둘째, 금속을 많이 쓰는 미래 지향적인 사이버 전사의 이미지다.


그리고 설명을 해주면서 항상 '직접 들어보면 알게 된다'는 첨언이 붙는다. 비트에서 느껴지는 금속 재질을 말로 설명하기 부족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까지 추천해도 듣지 않던 사람들을 위해, 이번에야말로 에스파가 쇠 맛 나는 노래를 들고 왔다.


바로 2024년 10월 21일에 발매된 「Whiplash - The 5th Mini Album」이다. 이번 글에서는 앨범에 수록된 6곡 중에서 타이틀곡을 포함한 3곡을 추천하고자 한다.




Whiplash 



어디서나 거침없어
I'm the coldest
오직 나만이
이 판을 바꿀 Changer


타이틀 곡 '위플래쉬'는 강렬하고 속도감 넘치는 베이스와 하우스 비트가 특징인 곡이다. 위에서 보이듯이 틀에 갇히지 않고 나만의 기준과 잣대로 거침없이 나아가겠다는 가사를 담고 있다. 뮤직비디오에서는 어딜 가나 판도를 바꾸는 aespa의 매력이 나타난다.


타이틀로 선택된 음악답지 않게 '덜어냄의 미학'을 가지고 있다. 미니멀한 비트를 멤버들의 개성 있는 보컬로 풀어내기로 선택했다. 안무 역시 지저분한 부분을 전부 제거하고 절도있게 구성했다. 바로 이전의 작업물인 'Armageddon'에서 역대급 스케일을 자랑했었던 사실을 생각하면 이어지는 행보가 흥미롭다.


이번 뮤직비디오의 감독은 '멜트밀러'로, 밴드 실리카겔과 작업하며 유명해졌다. 그래서인지 많은 이들이 비슷한 느낌이라는 감상평을 쏟아내고 있다. 공통적으로 미니멀하면서도 감각적이고 세련된 분위기가 나타난다. 이러한 뮤직비디오의 특징은 쉽게 질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하우스 뮤직은 패션쇼에서 많이 재생된다. 그러니 하우스 비트를 사용한 이번 곡을 출근길이나 등굣길에 들어 보길 추천한다. 무료하고 지겹던 길이 순식간에 런웨이 장으로 변할지도 모른다.  




Pink Hoodie 



Baggy jeans에 걸쳐 휙
I take it off
숨을 조인 Dress 대신
Pink Hoodie Ey Oh


네 번째 트랙에 있는 '핑크 후디'는 개성 있는 신스 사운드와 에너지 있는 베이스라인이 돋보이는 힙합 댄스곡이다. 남들 시선에 맞추기보다 나 자신을 있는 그대로 사랑하며 자신감을 가지자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도입부에서부터 진가가 느껴지는 곡이다. 배기 진 위에 무심하게 핑크 후디를 걸치는 모습이 자연스럽게 그려진다. 공주보다는 전사가 어울리는 에스파에게 적절하게 찾아온 곡이라고 볼 수 있다. 숨을 조이는 드레스나 답답한 타이는 던져버리겠다는 가사가 해방감을 불러일으킨다. 후렴에서의 장난스러운 'Ey Oh' 부분은 노래를 끄고 나서도 머릿속에 맴돌며 중독성을 자랑한다.


아쉬운 점이라면, 듣는 것만으로 만족하기엔 아쉬운 곡이라는 것이다. 편한 청바지 위에 핑크 후디를 입은 에스파가 꾸며줄 'Pink Hoodie' 무대를 간절하게 기다려 본다.




Flowers 



1, 2, 3
눈을 뜨는 Secret
만개하는 빛
불어오는 환희


'플라워스'는 세련된 사운드의 기타 리프가 돋보이는 얼터너티브 R&B 곡이다. 사랑에 빠져가는 감정을 꽃에 비유하는 가사가 에스파의 몽환적인 보컬과 어우러지며 감성적인 매력을 만들어 낸다.


에스파는 유독 SM의 걸그룹이 아닌 보이그룹의 계보를 잇는다는 의견이 많다. 실제로 H.O.T., 동방신기, EXO의 작곡을 담당했던 유영진이 에스파의 타이틀 곡들을 담당하기도 했다. 그래서인지 에스파의 곡에서는 정통 SMP 느낌이 물씬 난다.


그리고 이번 수록곡인 'Flowers'에서도 비슷한 감상평들이 자주 보인다. 특히 SM의 오랜 팬들은 2014년에서 2015년쯤에 나왔었던 엑소의 수록곡과 비슷한 느낌을 받는다고 이야기한다. EXO의 'Baby, Don't Cry'나 NCT 127의 'Back 2 U'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Flowers'도 취향을 저격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Whiplash - The 5th Mini Album 


소개한 곡 외에도 이유 없는 비판을 보내는 사람들에게 건네는 경고의 메시지를 강렬한 랩과 보컬로 표현한 ‘Kill It'이나 나쁜 감정은 버려두고 자유롭게 즐기며 살아가자는 긍정적인 내용의 ‘Flights, Not Feelings’이 있다. 배신한 연인을 후련한 마음으로 털어버리며 보내는 경고의 메시지가 담긴 팝 락 곡 ‘Just Another Girl’도 있다.


올해 10월에는 유난히 쟁쟁한 가수들이 컴백했다. 하지만 에스파는 그들 사이에서도 독보적인 컨셉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자신들의 정체성을 지키면서도 지루하지 않은 결과물을 만들어낸다는 점을 대단하게 평가하고 싶다.


앞으로 계속 이어질 '에스파의 쇠 맛'을 기다리며 이번 앨범을 반복 재생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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