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위가 지나고 약간의 선선함이 몸으로 느껴질 때쯤 우리는
오랜만에 만났다.
이들을 만나러 간다니 아직도? 만나냐며 같은 질문을 각기 다른 사람들에게 동시에 들었지만 우리는 보통 인연이 아닌 만큼 쉽게 끊어질 인연이 절대 아니라는 것.
우리는 2015년 무더운 8월, 가장 연약하고 가장 자연스럽고 꾸밈없이 모든 것들 다 보여주는 그런 모습으로 만난 사이-
모두 같은 자세로 태어난 지 며칠 안 된 갓난쟁이들에게 젖을 먹이며 소통하던 우리는 산후 조리원 동기들이다.
물론, 그곳에서 같이 있던 모든 사람들과 다 연락하고 지내며 만나며 지내진 못했고 그렇다고 그때 우리 네 명이 가장 친했던 것도 아니지만 어쩌다 보니, 그래 이 표현이 가장 어울린다 정말 어쩌다 보니 우리 네 명만이 남아 있다.
아이들이 어릴 때 아기띠를 매고서라도 만났던 우리의 열정을 시간이 인정해 주듯 우리 사이는 지날수록 더욱 단단해졌고 초등학교4학년이 된 지금까지도 관계를 굳건히 유지할 수 있지 않았을까?!
그렇지만 살아가다 보면 각자 다른 패턴으로 지내기에 자주 만나기는 쉽지 않았고 그래서 이번에도 오랜만에 만난 것인데.. 유독 이번 만남이 너무 좋았는데!
이렇게 좋았던 건 내가 늘 원하던 정말 우리가 살아갈 이야기를 나눴다는 그 사실에서다. 아무래도 아이들로 이어진 인연이다 보니 우리의 대화 주제의 99프로는 아이들뿐이었기에-
앞전에 만나왔을 때도 늘 얻어가며 배우는 것도 분명 있었지만 듣고 있다 보면 자랑 아닌 자랑만이 이어지고 그렇게 깊게 알지 않아도 되는데? 하는 순간들도 많았다.
거기다 유독 본인 이야기 하기 좋아하는 한 언니가 있는데 그 반복되는 말과 상황 속 한없이 듣고만 집으로 돌아갈 때면 은근한 현타가 이어지기도 했기에 오늘의 우리 대화 내용들은 나에게 너무 기분 좋은 순간으로 다가왔다.
더군다나 오늘 주제는 내가 요즘 가장 깊게 고민하고 있는
앞으로의 생활, 어떤 일을 하고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에
대한 어렵고도 답이 나오지 않는 것들이었고...
끝없이 혼자 생각하고 있으면 우울해지기만 하는 주제였는데 여러 사람들과 또, 나보다 많은 경험을 해본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다 보니 내가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까지 연결되는 계기가 되어 여전히 다 해결되진 않았지만 소통하기 전보단 희망을 느끼는 마음을 품고 돌아올 수 있었다.
커피를 마시면서도 밥을 먹으면서도 끊기지 않았던 우리의 대화. 오늘도 아이들의 이야기가 많은 비중을 차지했지만 또 하나 전과 달랐던 건 한없이 듣고만 있지 않고 나도 우리 아이들의 이야기를 꺼내놨다는 것이다.
기분 상쾌하게 집으로 돌아와 언니들과 나눈 영양가 있는
대화들을 설렘까지 담아 남편에게 전달했는데 들으면 들을수록 남편에게선 나만큼의 반응이 나오지 않자 점점 섭섭해지고 다시 희망이 사라지며 또다시 원점으로 돌아오는 것에 허탈함과 짜증이 훅 올라왔다.
하지만 그때 그 순간의 감정으로 그 순간 한 마디 딱! 내뱉으면 싸움으로 이어진다는 걸 나와 남편은 서로 잘 알기에 서로이야기를 멈춘다. 그리고 서로서로의 생각을 곱씹어 본다.
한 치 앞도 모르는 게 사람일 이라는데 우리가 어떻게 살아갈지를 어떻게 알겠는가, 어떤 일이 펼쳐질지와.
그러나 적어도 어떻게 살고 싶다고 소망과 희망을 품고 그렇게 되도록 노력해 볼 순 있는 거 아닌가?!
작은 선택지 속에서 최선의 선택을 하기 수많은 고민을 하는지 금을 괴롭다고 불행하다고만 생각하지 않기로 결론을 내렸다. 무엇이든 찾아가는 현재를 조금이라도 즐거울 수 있기만을 그렇게 할 수 있길 노력해보고자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