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8월의 주말.
풀숲 같은 푸른 빛깔로 쏟아지는 햇살 사이로 영롱하다 못해 마음마저 웅장해지는 그곳에서 내 친구 쏭의 결혼식이자 콘서트가 펼쳐졌다.
많은 횟수는 아니지만 그래도 심심찮게 결혼식을 가봤는데 신부가 노래를 부르며 입장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었으며
그 모습은 마치 한 명의 가수가 자신의 콘서트에 온 관객들을 맞이하는 것처럼 보여 기존과는 다른 색다른 모습으로 비쳤다.
일단 쏭을 말하자면 중학교 친구이자 내 인생에 없었으면
안 됐을 나에겐 정말 소중한 친구, 나의 혼란과 방황을 막아주고 어려운 고난을 함께해 줄 뿐만 아니라 기꺼이 본인도 함께 감당해 주는 의리 있고 감사한 존재.
같은 듯 다른 아픔을 가진 우리는 서로 의지하고 서로를 보듬으며 진심으로 마음을 위로할 수 있는 사이.
고마웠던 일 중 가장 고마웠던 순간은 중학교 2학년때인가? 몇 년이나 연락이 끊겨 만날 수 없었던 친아빠에게 연락이
왔던 그날-
원망과, 미움이 마음속 가득했고 어색함 속 만나기 싫다는
나의 말에 안 만나면 나중에 분명히 후회할 거라고..
만나지 않으면 아빠가 속상해하지 않겠냐며.. 딸인 나도 헤아리지 못한 부분까지 이어주며 본인이 기꺼이 함께 만나
주었던 쏭, 그런 밑바닥까지 보여도 전혀 창피하지 않던 사이가 바로 우리 사이였다.
정말 우린 중학교 3년 내내 붙어 다닐 수 있는 시간 동안은 최대로 붙어 다녔다. 다른 고등학교로 진학했지만 초반엔 당연하듯 함께 모여 있었다.
하지만, 세월 앞에선 장사 없듯이 각자의 사는 패턴이 달라지니 멀어지기 시작했다. 그래도 처음엔 몸만 멀어진 것이라고 마음은 여전히 가깝게 있다고 생각했는데 그건 정말 생각뿐이었고 고등학교에서 시작해 스무 살, 점점 우린 모든 것이 달라져 있었다.
연락은 계속해서 이어졌지만 자주 만나지도 못했고 그땐 어쩔 수 없는 현실이라 여기며 우리의 관계를 외면하고 있었던 걸 이번 쏭의 결혼식을 앞두고 직면하게 되었다.
나의 중요한 모든 순간엔 다 쏭이 함께였다는 것을 다시 떠올릴 수 있었다. 역시- 그래서 더욱 쏭의 결혼식 당일까지
싱숭생숭한 마음이 이어졌나 보다
근데 그렇게 신나게 노래까지 부르며 입장하는 쏭 다운 쏭의 모습을 보니 너답다 싶으면서도 마음이 아려왔다.
앞서 말한 듯 나와 같은 듯 다른 아픔을 가졌는데.. 우리는 둘 다 이혼, 재혼가정에서 자란 아이들이었던 것.
그리고 우리 엄마처럼 쏭의 어머님도 현재 재혼하셔서 나와 같이 새아빠의 존재가 있는데...
그러나 쏭은 나와는 정 반대의 결혼식을 했다.
용기 없던 나와 달리 청첩장에도 돌아가신 친 아버지의 이름을 적었고 내 평생 가장 후회로 남고 있는 신부입장을 내 친구 쏭은 아주 씩씩하고 멋있게 노래를 부르며 혼자 입장했으니 말이다.
우울하고 그 순간이 제발 빨리 끝나기만을 바라며 서글픔의 눈물을 흘리던 나와는 달리 그 1분 1초를 즐기는듯한 너무 행복한 눈물을 흘리는 쏭의 모습. 하나하나 모두가 나와 모두 반대였다.
눈물이 도통 멈추지 않고 계속해서 흘러 내렸다.
쏭이 울 때도, 쏭의 친언니가 축사를 할 때도 쏭의 친구가 축가를 부를 때도 쏭이 엄마와 마주보며 인사할땐 더더욱..
그 순간 내가 흘리던 많은 눈물의 의미는 기쁨의 눈물, 감동의 눈물, 축하의 눈물이었고 나에게 너무 소중하고 사랑하는 친구가 나와는 반대의 결혼식을 하고 본인과 가장 잘 맞는 성품 좋은 남자를 만났다는 것에 축복을-
그리고 그 축하를 온 마음 다해 진심으로 하는 나 자신이라 너무 다행이었다
다른 친구들의 결혼식은 늘 혼자 갔다,
그러나 이번 쏭의 결혼식은 꼭 남편과 같이 가고 싶었다.
다른 이유들도 있었지만 무엇보다 함께 축하해 주고 싶었다.
일요일에 움직이는 거 싫어하는 거 알지만 그럼에도 같이 가자고 응해주며 흔쾌히 기쁜 마음으로 따라나서준 나의 남편.
덥지만 양복까지 쫙 맞춰 입어준 남편에게 참 고마웠다.
혼자 가다 둘이 가보니 왜 결혼식에 부부가 같이 가고 커플들이 같이 가는 이유를 알겠더라.
행복한 장소, 또 본인들이 지나왔던 길, 함께 지나갈 길을 같이 보고 듣고 느끼는 그 감정들이 색다르게 다가오는 것이 말이다. 이번 쏭의 결혼식을 보며 색다른 느낌과 생각하지 않았던 부분까지 많은 감정을 느낄 수 있었다. 좋은 것이든 안 좋은 것이든-
진심으로 축하해 준 뒤, 집으로 돌아와 시원한 에어컨 아래, 잠옷으로 갈아입고 세상 편안한 자세로 둘이 나란히 앉아
취향에 맞는 채널에 시선을 두곤 남편에게 슬쩍, 오늘 결혼식장 같이 가줘서 고맙다고 건넸다.
그러니 뭘 고맙냐며 오늘 거기서 당신이 제일 예뻤다며 슬쩍 건네는 남편 말에 짠으로 대답한다.
당연한 듯 말하지 않아도 알고 있다고 여기던 소소한 말과 행동들, 이런 것들도 서로가 서로에게 표현해야 느낄 수 있고 안다는 것을 이렇게 또 알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