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남편에겐 새콤한 면이 있다.
전혀 예상하지 못한 순간, 사람에게 놀라움을 주는데 그 놀라움을 항상 이벤트 같은 기쁨으로 준다는 것이 여기서 포인트다! 포인트 킥! 포인트
평소와 같은 맥주타임, 뜬금없이 남편이 명품 주얼리 이름을 대며 사주겠다는 것이다. 그 브랜드를 어떻게 알지?
갑자기? 심지어 본인이 디자인뿐만 아니라 금액까지 다 꼼꼼히 이미 알아보고 말을 꺼낸 거였고...
그 정도 계획을 가지고 나에게 말한 거라면 그냥 한번 꺼내본 이야기가 아니라는 것이 것...인데... 그렇다면... 진짜 사준다는 것..이라는 걸 11년 차 부부니깐 알 수 있었다.
그래도 나도 조금의 양심? 은 있으니 한번 정도는 아니라며 거절을 했지만 속으로는 당연히 그 거절을 받을 사람이 아니라는 것도 알고 있었다. 이것 또한 11년 차 부부니깐..
바로 예약 진행시키라는 아주 쿨하고도 세상 반가운 소리에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귀찮음이 뭔가요? 누구보다 빠르게 진행시킬 법도 했지만 왜인지 망설여지기 시작했다.
처음엔 사준다는 그 말이 너무 기분을 좋게 만들었지만 정말 사고자 홈페이지 들어가서 마음에 드는 디자인을 찾고 금액을 보니 현실이 보였고 이렇게 비싼 걸 내가 사도 될까? 하는 생각에 멈칫 됐던 것이다.
솔직히 내가 하기엔 너무 비싸다는 생각이 지워지지 않았고 지금 나에게 없어도 그만인 게 사실이니 안 사도 괜찮다는 쪽으로 결론을 짓고 진행시키지 않고 없던 이야기인 듯 넘어가고 있었다.
그러나 불굴의 남편은 정말 사줄 마음이었기에 계속해서
왜 예약하지 않냐고 물었고 결국 나의 마음을 털어놓자
괜찮다며 예약하라고 호응해 주었고 그 길로 나는 누구보다 빠르게 이곳저곳 알아보며 예약을 맞혔다.
그다음 주 토요일, 오전 근무를 하면서도 설렘으로 거뜬히 해내고 퇴근만을 기다렸고 퇴근 후엔 무더위도 뚫고 샌들
사이로 삐져나오는 발가락들의 부딪침 고통들도 가볍게 참아낸 뒤 백화점으로 향했다.
오르락내리락, 이젠 다 왔나 했지만 안타깝게도 지하철 역 출구를 너무 잘 못 골라 한 바퀴 뺑뺑 돌았고 결국 모두가 땀을 죽죽 흘리며 도착해야 했지만 그럼에도 내 마음속엔 설렘 가득했다.
물론 설렘은 그 네 명의 사람들 중 나뿐이었겠지만 그 순간엔 그들 얼굴을 살짝 외면해 두기로....
도착 후 명품 관 웨이팅을 걸어 놓고 나서야 그들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고 그래도 미안한 마음에 땀을 비 오듯 쏟는 아들에겐 휴지로 정성스레 땀을 구석구석 닦아주었고,
목마르다고 하는 딸아이에겐 공차 피치 망고 스무디를 사주고 고추튀김이 맛있어 보인다는 남편에겐 최대한으로 호응해 주며 명품관 웨이팅 차례 순번 연락이 오기만을 기다렸다. 다행히 내 마음을 알아주듯 늦지 않게 연락이 왔고 누구보다 빠르게 달려갔다.
물론, 명품관을 처음 가보는 건 아니지만 이런 주얼리 매장은 처음이기도? 해서 괜히 위축되었고 대기하는 입구부터 괜히 음료 들고 있는 딸아이에게 몇 번이나 절대, 절대 여기선 더욱 음료를 쏟으면 안 된다고 몇 번이나 주의를 주는 나는 거기서 이미 졌다. 누구한테 진건 모르겠지만 나는 이미 진 게 확실했다.
자리를 안내받고 다리 아픈 아이들은 앉힌 뒤, 보고 온 제품이 있냐는 직원 물음에 보고 왔다! 당당하게 말하면 될 것을 두어 번 더듬거리며 말을 꺼냈다.
긴장 가득한 마음으로 제품을 기다렸고 세 개의 목걸이가 내 눈앞에 놓이니 확실히 실물로 보는 게 더 예쁘구나 싶은 찰나에 제품 설명까지 더해지니 더욱 기분이 달라졌고 거기다 하나씩 착용해 보니 느낌이 막 달라지기 시작했다.
실제로 목에 걸어보니 마음이 넘어가버렸고.. 그때 그 순간 내 눈을 본 남편은 이미 거기서 내가 빠져나올 수 없다는 것을 알았다고 했다
행복했다. 살 수 있나, 없나에서 고민하는 것이 아닌 어떤 것을 살까? 여러 제품들 중에서 고민하는 그 상황이 얼마나 행복하던지.. 다신 오지 않을 수 있으니 절대 신중, 또 신중!
내가 선택하자 남편은 바로 사주었고 결제를 마친 뒤 원래 계획하고 있던 듯 나에게 직접 목걸이를 채워주었다.
그렇게 주말 내내 순간순간 내 목에 채워진 목걸이를 보고 만지며 행복감을 느끼는 나를 보는 남편도 뿌듯해하며 좋아하더니 밖에선 절대 꺼내놓지 말고 자랑하지 말고 보이지 말라고 하는 것이다. 그 이유엔 여러 가지가 있었지만 다 나를 위함이었고 나도 동의한 바-
그리고 나는 그럴 수 있는 사람조차 아니었다.
오히려 주말이 지나 평일이 되자 출근하기 전, 목걸이가 보일까 최대한 목이 올라오는 티셔츠를 입었는데 생각보다 유니폼 위로 목걸이가 많이 올라오는 것이다
그렇다 보니 온 신경이 자꾸 목걸이가 보이면 어쩌지? 싶어 상대방과 이야기를 하면서도 내 목을 보는 거 같아 시선이 이상해지는 걸 스스로 느끼기도 하며 옷을 계속 밑으로 당겨 목을 조이듯 최대한 목걸이 안 보이게 하려 애쓰고 목을 없애 자세를 취해 구부정한 자세를 하고 있는 내 모습을 보면서
이게 뭐 하고 있는 거지? 싶어졌다.
이런 일도 유니폼 안에 입은 옷을 최대한 목 위까지 쭉 올리니 다른 직원 선생님이 옷이 왜 그러냐고 묻는 것이다. 아니 목걸이 줄이 조금 빛나는 거 같아서 신경 쓰여서 그런다고 하자 다른 사람들도 다 목걸이 하잖아요 괜찮아요라고 하는데..
그래 다들 목걸이 하고 있는데 왜 나는 유난이지? 왜 나만 꼴값 떨고 있지? 왜 숨기려고 하고 보이지 않으려고 애쓰는 걸까? 명품이라서? 비싼 건데 내가 하고 있으니 사람들이 어떤 시선으로 볼지 어떻게 판단할지 그게 두려운 걸까?
사실, 이런 감정을 느꼈던 건 목걸이뿐만 아니다. 이것 보단 금액이 낮지만 내 생애 첫! 명품 가방을 남편이 몇 년 전에 사주었는데 그것 또한 내가 들고 다니면 어울리지 않는 거 같고
네가? 이걸? 하는 시선으로 쳐다보는 거 같아 지금 여태껏 두 번? 들곤 가지고 다니지 못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나는 왜 이 모양으로 자존감이 바닥인 걸까? 하는 문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데 도대체 나는 뭐가 그렇게 신경 쓰이는 걸까? 하, 정말 괴롭다
아니, 근데 좀 황당하지 않은가?
보통 명품 들면서 없어도 있는 척하는 게 일반적인데 나는 왜 진짜 있는데 없는 척하려고 애쓰고 진짜 있는 걸 쓰면서 작아지고 민망하고 그런 걸까? 정말 황당 그 자체.
누구에게 절대 자랑하고 싶고 떠벌리고 싶은 마음 단 하나도 없고 나 스스로만 알면 되고 스스로 만족하고 싶을 뿐이다.
남편은 이런 나를 알기에 나에게 맞는 방식으로 내 자존감을 올려주고 있는 듯하다. 충분히 비싼 것도 가질 수 있는 사람이다. 그것도 누릴 가치가 있는 존재라고 여겨주며-
본인이 뭘 해줬다 자랑하기 위함이 아닌 진심으로 상대방을 소중히 여기기에 전하는 마음 이러는 것.
자존감이 한없이 낮은 여자를 위해 매 순간 최선을 다해 여러 방식으로 본인의 모든 것을 쏟아부우며 채워주는 이 남자가 내 남편이라 참 다행이고 감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