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악질

by 은조

눈앞에 맛있는 음식들을 한가득 차려놓은 한 주 고생했던 긴장감과 피로를 풀어가는 금요일 저녁. 마침 비까지 내리는 터라 운치까지 따라주는 풍경 속 슬프게도 우린 각자 다른 생각을 하고 다른 감정을 느끼고 있던 것.


금요일, 퇴근하는데 이미 지칠 대로 지친 상태였다. 몸도 몸인데 정신 혼이 다 빠져나가는? 느낌? 뭐라 할까,, 아무런 기운이 남아 있지 않은 상태가 되어버렸다. 그 몸을 끌고 겨우겨우 점점 강해지는 빗 줄기 사이를 뚫고 집으로 가면서도 밖에서 놀고 싶다는 욕구가 강하게 들었다.


그도 그럴 것이 당일 저녁 남편이 모임이 있었기에 말이다.

혼자 저녁 약속 있는 남편을 생각하니 얄미우면서도 얼른 집에 가서 씻고 맥주 한잔하며 쉬어야겠다는 생각만 하며 집으로 향했고 도착하고 나선 오로지 쉼을 위한 움직임으로 집을 치우고 아이들 밥을 차리기 위해 준비하는데.... 남편에게 전화가 걸려온 것


뻔하게 약속 장소에 도착했고 뭐 사람들 만났다는 얘기나 하겠지라고생각하며 전화를 받았는데.. 글쎄 모임이 내일인데 날짜를 착각했다는 것. 그러면서 어차피 음식점에 있은 나보고 나오겠냐고 묻는데... 막상 집에 도착하고 나니 다시 나갈 생각에 솔직히 약간 귀찮은 마음도 있었지만 딱! 내가 바라던 바-


라면 먹겠다는 아들, 꼬들꼬들 끓여주고 따라가겠다는 딸아이와 함께 집을 나섰다. 왜인지 두근두근 설렘 가득, 그러니 기다릴 남편이 신경 쓰여 걸음도 빨리 재촉해 보고 그래도 마음이 급한데 유독 안 오는 거 같은 버스를 애타게 기다리며 마침내 도. 착! 남편을 만났다.


그렇다. 자리에 앉으며, 주문을 하는 동시에 나의 푸념이 시작되었던 거 같다. 직장에서 있었던 일들. 이해 가지 않는 사람에 대한 욕- 끝없이 끊임없이 멈추지 않고 불평불만을 쏟아내었다고 인정하는바.


하지만 그땐 몰랐다. 그렇게 그냥 맛있게 잘 먹고 집으로 왔고 다음날 출근해야 하는 나는 먼저 잠에 들었고 다음날 먼저 일어나 아침에 출근을 했으니-


일을 하다 바쁜 거 조금 지나고 난 뒤 한숨 돌리며 기쁜 마음으로 남편에게 퇴근 후 점심 어디 어디로 먹을러 갈까? 문자를 보냈는데.... 세상에나 전혀 상상하지도 못한 답변이 돌아왔다!


- 밥 먹으러 가면 직장 이야기 하지 말기. 진심으로 직장 토 나올 거 같아. 귀가 썩을 거 같고 맨날 부정적인 이야기만 들으니까 너무 힘들어. 그렇게 힘들어할 거면 그만둬. 행복하게 살고 싶으니까.


깜짝 놀랐다. 전혀 생각지도 못한 타이밍 속 말들.

섭섭함이 느껴지기도 전에 미안함에 몰려왔고 남편의 마음이 충분히 이해되었으니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며칠도 아니고 벌써 수개월째 부정적인 이야기들만 하는 나.

남편 얼굴만 보면 욕만 하고 험담만 늘러 놓고 불평들만 하는데

아무리 잘 들어주고 잘 받아주는 남편이라도 지칠 대로 지쳤을 텐데... 진작에 알아차렸어야 했는데 이기적인 나란 사람은 내가 힘들다는 이유만으로 넘지 말아야 하는 선을 계속해서 넘고 있던 것이었다.


바로 나의 잘못을 인정하고 당신의 마음을 이해하며 진심으로 사과를 전했다. 남편의 말은 틀린 게 하나 없었으니-


솔직히 마음속 떠나지 않던 물음표, 그럼 나 힘든 건 누구한테 말해야 하지?! 부부가 좋은 말만 하고 살 수 있나? 떠오르지

않은 건 아니지만 뭐든 적당함이 있는 법이고 선이라는 것이 있다는 것을 가슴 저릿하게 얻은 답변들.


그걸 넘지 말고 지켜야 한다는 걸 이번에 알게 된 것이다.

그렇게 지키고자 남편을 바라보며 의식적으로라도 직장에서의 일이든 욕하고 싶은 사람에 관한 이야기든 그 어떤 말도 하지 않으려고 하다 보니 떠오르지 않게 되는 것도 사실.


그러니 그 모든 것들은 내 인생에서 중요한 것들이 아니라는 것을- 그것들에 휩쓸려 내가 제일 사랑하는 사람이 나에게

질려 토악질이 나올 만큼 나만 생각하지 말고 어리석게 행동하지 말 것. 그 어떠한 것들도 나에게 순위조차 들 수 없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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