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심과 간절함
요즘 내 마음속에는 글을 쓰고자 하는 욕심이 많이 생겨나고 있다. 뭔가를 써내고 싶은 간절함을 담은 진심이-
그러나 뭘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해야 하며 무슨 이야기로 먼저 말문을 터야 하는지 도통 감이 잡히지 않았다.
그래서 어설프게나마 재미있게 읽은 책을 보며 비슷하게라도 써보려고 했지만 내 안에 준비된 주제도, 내용도 없으니 당연히 뭐가 써지지 않았다.
정말 학원이라도 다니면서 글 쓰는 법을 너무 배우고 싶을 정도로 스스로에 대한 답답함이 마구 차올랐다.
이걸 어디서 어떻게 풀어나가야 할까 심하게 고민하다가 뭔가 답을 얻을 수 있을 거 같은 제목의 책을 구매하기로 결정했다. 이 책은 얼마 전에 김호연 작가 책에 푹 빠지면서 장바구니 목록에만 담아 두고 살까, 말까 고민하던 그 책이었다.
(그땐 제목이 와닿지 않았다)
막상 사겠다고 결심하니 주문하고 배송이 오기까지 걸리는 그 하루가 아쉬워 점심시간에 빠르게 나가 동네에 있는 서점으로 향했다. (방앗간처럼 드나드는 서점이다)
제발 그 책이 있길 바라는 간절한 마음으로 말이다.
나의 간절함이 통했는지 책꽂이에 형광 색을 뽐내듯 꽂혀있었다. 즐거운 마음으로 책을 들고선 겉표지와 같은 색인 주황형광펜까지 집어 들고 계산하며 나오는데 뭔가 이제 됐다는 묘한 안도감이 느껴졌다.
틈틈이 시간이 날 때마다 주황색 형광펜으로 줄을 그으며 읽어 내려갔다. 이 책은 내가 유일하게 처음부터 끝까지 줄을 그으며 읽은 책이고 내가 간절히 얻고 싶은 내용이 가득 담긴 책이라 지루할 틈도 없이 계속해서 빠져들어 읽고 읽으며 생각하고 생각하며 글쓰기의 시작을 도와주는 책이 되었다.
상큼한 빛깔은 가진 이 책의 제목은 “김호연의 작업실”이다.
“불편한 편의점”을 너무 재미있게 읽고 나니 작가가 만들어낸 캐릭터 여운에서 빠져나오기가 힘들었다. 그래서 작가의 책을 찾아보던 중 첫 데뷔 소설인 “망원동 부라더스”까지 읽게 되었고, 자연스레 작가의 글쓰기 비법이 궁금해졌다.
나도 이런 살아있는 글을 쓰는 작가가 되고 싶어 졌으니까-
사실, “김호연의 작업실”이란 책은 읽는다는 표현보단 배운다고 하는 게 더 맞을 것이다. 적어도 나는 배우며 내려갔다.
글을 쓰고 싶어 하는 사람들에게 딱 알려줄 것만 알려주며 그 안에는 정말 실전 노하우만 가득 담겨 있었다.
배우며 생각하며 스스로 많은 감정을 걸러내는 과정이 필요했다. 할 수 있다는 마음이 들 때면 아이디어가 떠오르며 활기가 넘치다가도 알면 알수록 어려운 느낌이 들기도 하니 나는 하지 못할 거 같다는 마음이 생기며 한숨이 절로 나오기도 했다.
내가 글을 쓴다는 것은 억지인가 내가 지금 생각하고 도전하고 꿈꾸는 것은 전혀 가능성이 없는 것이 아닌가 하면서 말이다.
다행히도? 이럴 때 나를 일으키는 크나큰 원동력이 있다.
바로 황남편-
황남편은 나에게 좋은 영향력도 가득 주지만 때론 오기가 생기게 하여 보란 듯이 잘 해내고 싶은 어설픈 열등감 또한 느끼게 한다.
한 번은 우연히 알게 되었는데 나와 같이 일하는 분이 악기 전공을 했다는 것. 취직은 전혀 다른 분야로 해서 나와 일하고 있지만 주말에는 전공을 살려 레슨을 하며 투잡 아닌 투잡을 한다는 것이다. 부러웠다.
직장 말고도 돈을 벌 다른 능력이 있다는 것이-
그 부러운 감정을 담아 이렇다, 저렇다, 황남편에게 이야기를 했더니 돌아오는 말이 “ 그럼 당신도 더 배웠어야지 “ 하며
”당신보다 낫다 “
내 자격지심일 수 있겠지만, 아니 내 자격지심이겠지만 이런 황남편의 순수함 속 무의식 중에 나오는 말은 나의 오기와 의지를 동시에 굳세게 만들어주며 꼭 발전하고 싶은 간절함을 담아 성장시켜 준다.
황남편의 저런 뉘앙스의 말들은 많고도 많다. 하지만 내 정신건강을 위해 다 기억하고 있지 않을뿐더러 잊으려고 노력한다. 그럼에도 저 말은 가슴속 깊이 찌릿한 전기 충격을 주었고 그 전기는 미세하지만 아직도 내 마음을 자극하고 있다.
앞에서 말했든 요즘 내 머릿속엔 글쓰기 글쓰기 글쓰기뿐이다. 그렇지만 획기적인 아이디어가 생각나 물 흐르듯 흘러가며 글이 써지지 않는다. 그것이 날 괴롭게 만든다
애써 노트북 앞에 앉아 어떻게든 무언가는 끄적이며 적어 내려가고 있지만 “정호연 작업실” 에서 나온 “ 내 글 구려병” 이 병이 자꾸 나를 멈추게 한다. 글을 쓰고자 하는 마음이 깊어지면 깊어질수록 잘하고 싶은 욕심이 생기면 생길수록 걸리는 그런 아이러니한 병이다.
키보드 자판을 정신없이 누르다가도 내가 쓴 글을 보면 또다시 절망의 마음을 느끼곤 타자기에서 손가락을 떼어낸다.
그리고 생각한다. 난 정말 가능성이 없는 사람인 건가 -
그런 생각이 나를 멈추게 할 때면 다시 생각해 낸다.
황남편에게 보란 듯이 보여주고 싶은 나의 성장을-
사실 어리석게도 “정호연 작업실” 책을 읽으면 내 모든 갈증이 풀릴 거 같았고 이 책을 읽으면 모든 것이 다 해결될 것만 같았다. 갈팡질팡 하고 있는 소재부터 도저히 풀리지 않은 내용까지-
물론 작가의 글 속엔 그 모든 것에 이야기를 담고 있고 정답을 담고 있다고 생각해 답을 찾고자 그의 책을 읽었다.
그러나 책을 마지막까지 읽은 나는 더욱 고민하고 더욱 갈등하게 되었다.
그의 책은 답을 알려주는 것이 아닌 우리 스스로가 답을 찾을 찾아 빠르게 나아갈 수 있는 지름길을 알려준 것이었다.
책을 읽기 전엔 마음속이 나뭇가지에 엉켜있는 정리되지 않은 나뭇가지였다면 읽고 나니 엉킬 대로 엉켜있던 나뭇가지가 조금씩 정리가 되고 있음을 느끼며 나는 나를 믿고 매일 써 내려가기로 마음을 다듬었다.
이렇듯 복잡하고 정리되지 않는 책을 읽음으로써 마음속에 있는 자기 자신에게 스스로 하나씩 답을 구하게 하는 것이 작가의 최종 목표가 아니었을까 싶다-
물론 읽는 사람 개인 개인마다 모두 자신이 많이 느끼는 결핍에서 울림을 느꼈겠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