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무슨 날인가?

엎친데 덮친 격

by 은조

미리미리 써둔 글들이 있지만 오늘은 이렇게 즉흥으로 써서 올리고 싶어졌다. 마음에 감정들이 가득 차버렸다.


오늘은 평일에 하루 쉬는 나의 쉬는 날, 목요 연재를 하고 있기에 글을 얼른 수정하고 다듬고 해서 올렸어야 했는데

백수가 더 바쁘다고, 정말 아침부터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출근 시간보다 30분 정도 더 자고 일어난 아침, 보통 때 같으면 깨워도 잘 일어나지 않는 아들이 오늘은 먼저 일어나 나를 깨우기 시작했다. 조금 더 누워있고 싶었지만 애써 몸을 일으킨 뒤 아침을 시작했다.


아침밥은 미리 전날 준비해 둔 고구마와 방울토마토였다.

나는 그다지 고구마를 좋아하지 않는데 우리 황남매는 고구마를 상당히 좋아한다. 둘이 입맛이 다른 편이라 둘 다 만족시킬 음식이 많지 않은데 그중 하나가 간편한 고구마인 것에 감사함을 느끼기도 했다. 고구마는 장점이 참 많다.

그중 제일 좋은 장점은 아침엔 간단하고도 간편히 빠르게 먹을 수 있다는 것이다. ( 내 기준)


머피의 법칙인지 내가 쉬는 평일엔 유독 비가 오는 날이 상당히 많다. 그러니 오늘 아침에도 비가 내렸지만 놀랍지도 않았고 당연하듯 받아들이며 아침 등교 준비를 마친 황남매를 데리고 함께 나왔다. 평일엔 데려다줄 수 없음에 쉬는 날은 꼭 같이 등교를 하고자 한다.


씻고 나올까 대충 갔다 올까 고민하다 씻고 나왔는데 참 다행이었다. 옆동 아들 친구와 그 엄마를 딱 만난 것이다. 속으로 다시 한번 다행이라고 생각하며 길을 걷는데 아들은 친구와 둘이 떨어져 걸으며 이야기하니 친구 엄마랑 나랑 나란히 걷게 되었다. 정적의 어색함이 싫어 이런 말 저런 말해보지만 좀처럼 사라지지 않던 어색함. 학교까지 가는 길이 길지 않아서 참 다행이었다.


애들을 교문에 들여보내고 안 보일 때까지 한참 보고 서있었다. 그냥 이건 황남매에게 은연중에 가지고 있는 미안함?을 덜어내고 싶은 나 혼자만의 감정을 해소하는 행위이다.


정신 차리고 전날에 마트 전단지에서 망고를 본 딸아이는 망고, 망고 먹고 싶다고 노래 노래를 불러댔고 아침에 함께 길을 나서며 도 망고 꼭 사 오라고 했기에 안 살 수 없어 아침부터 동네 마트에 갔다. 날 기다렸다는 듯 문 앞에 바로 자리 잡고 있던 망고, 잘 고를지 모르지만 나름 괜찮다고 느껴지는 것을 집어 바구니에 넣고 필요한 것들을 골라 넣었고 당연히? 3만 원 이상이 나와 배달로 결제하고 다시 집으로 돌아왔다.


와서 자연스럽게 시작되는 집안일, 일어나서 돌려놨던 빨래는 건조기로 올려 돌리고 다시 옷을 넣고 세탁기를 돌렸다.

그리고 쉬는 날에 꼭 하는 재활용 분류하기, 봉지를 문 앞에 꺼내놓고 다시 새로운 비닐을 씌어 놓는다. 다시 한번 쭉 둘러보고 바닥에 늘어져있던 물건들을 정리했다. 바닥이 깔끔해져 순간 기분이 상쾌해졌다.


다시 주방으로 와서 설거지 거리를 정리했다. 그러고 나서 왜인지 유독 너무 닦기 귀찮은 식기건조대를 싹 드러내 깨끗하게 닦고 다시 그릇을 정리해 뒀다. 이 정도 해두니 해야 할 집안일을 많이 정리했다.


요즘 다시 냉면에 빠져 쉬는 날이면 법칙처럼 냉면을 먹으러 간다. 항상 가는 그곳으로!

다행히 그곳은 10시에 오픈해서 우리도 오픈시간 맞춰 먹으러 다녀왔다. 배 든든 먹고 오니 아침에 장보고 배달시켰던 박스가 문 앞에 놓아져 있었고 문을 열고 들어와 냉장고에 정리하며 원래 만들기로 계획했던 카레 재료를 꺼내놨다.


배가 든든하니 너무 늘어지길래 잠깐만.. 잠깐만 쉬고 하자고 했던 것이 1시간의 달콤한 낮잠을 자고 일어났다.

이렇게 잘 줄 몰랐기에 알람도 안 맞춰 놨는데 자다가

나도 모르게 팍 일어났더니 다행히 딸아이 하교 시간이 지나지 않았다. 그렇지만 바로 준비해야 하는 촉박한 시간이었고

누구보다 빠르게 준비하고 학교로 향했다.


비는 계속해서 내렸고 우산 쓰고 딸아이를 기다리는 그 기분이 좋았다. 조금 기다리니 멀리서 보이는 딸아이.

나보다도 먼저 멀리 있는 나를 찾아보고 웃고 있었다.

너무 예쁜 내 아이 만나자마자 가방을 건네준다. 그 순간 매일 하굣길에 엄마, 아빠가 가방 들어주는 것을 보고 혹시 부러웠나? 하는 생각이 스쳐 지나갔고 학원 가는 날이었지만 가기 전에 근처에 있는 분식집으로 가서 좋아하는 떡꼬치를 사주었다. 그것만으로도 너무 행복해하는 아이의 모습에 나도 진심으로 너무 행복해졌다.


그렇게 기분 좋게 학원에 데려다주고 나는 다시 집으로 왔다.

와서 다 돌아간 건조기에서 빨래를 꺼내 접고 각 자리에 정리하고 오늘 가장 중요한 일정인, 딸아이의 1학기 상담 전화를 기다렸다. 선생님은 1분도 늦지 않고 딱 약속한 시간에 맞춰 전화를 하셨다.


내가 생각한 것보다 너무 잘 적응하고 있다는 모습에 세상 다 가진 것만큼 기분이 상당히 좋았다. 물론 가정에서도 선생님께서도 어떤 부분에 대해선 계속해서 알려주시고 지도해 나가실 거라고 했지만 좋은 칭찬은 다 들었으니 만족, 대만족이었다. 그중 아이를 보며 힘내서 수업할 때도 있다던 선생님의 말씀은 절대 잊지 못할 것이다.


나름 두근두근 긴장을 하고 있었는데 통화 후 긴장의 몸은 싹 풀렸고 오전에 자느라 못한 카레를 만들었다. 그리고 다시 나는 수업이 끝나는 딸아이를 데리러 학원으로 갔고 다시 만나 평소 우리 루틴대로 카페에 가서 아들의 수업이 끝나길 기다렸다.


딸도 그렇겠지만 나도 딸아이와 둘이 카페 가는 것을 참 좋아한다. 음료와 디저트를 즐기는 딸아이의 모습을 보며 행복감을 느끼기도 하고 뜻밖의 진지한 이야기들이 나오기도 하며 이러쿵저러쿵 주절주절 모든 것을 다 이야기하는 딸아이 덕분에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있을 때도 있다.


오늘도 재밌게 카페 타임을 보내고 아들 학원 끝날 시간 맞춰 나왔다. 그러다 일하고 있는 황남편도 커피를 한잔 사서 갔다 주려고 주문하고 카드를 꺼내려는데 직전에 썼던 카드가 없는 것이다. 그 순간 카드를 받지 않았던 것이 생각나 바로 다시 카페에 갔지만 카드가 없다는 것이다. 나는 받지 않았다고 하고 직원분은 줬다고 하는 애매한 상황이 발생했다.


처음 그곳에 들어가서 결제할 때부터 예상된 일이었을까?

여느 때처럼 주문하고 카드를 내밀다가 직원분 손이랑 부딪쳐 카드가 안쪽으로 떨어졌다. 내가 주우려는데 직원분이 직접 줍겠다고 하셔서 알겠다고 했고 음료 쿠폰 있냐고 하셔서 쿠폰을 꺼내서 드렸고 주문 완료 됐다며 도장 찍어서 진동벨과 함께 주셨다. 그리고 나는 자연스럽게 쿠폰만 지갑에 넣어놨던 것.


그 순간 카드가 없었다는 걸 알아차리지 못한 내 잘못이지만 카드가 매장에 없다는 것이 참 말도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고

찾아보고 연락을 주시겠다 하셔서 연락처를 적어놓고 왔지만 지금 문 닫고도 남을 이 시간까지 연락이 없는 거 보니 못 찾은 듯한데 솔직한 감정으론 매우 매우 짜증 난다.

이런 상황이 말이다!!!!!


다시 재발급받자 생각하며 애써 마음을 컨트롤하고 있는데 기분 좋게 저녁을 먹던 아들이 내가 물티슈로 입 닦아 주는 것에 기분이 상해 별것도 아닌 것에 서로 감정싸움이 시작되었고 영어단어 시험 보는 걸로 끝내 감정이 터져버렸다.


오늘 무슨 날인가??? 싶고 자기 직전 아들은 감정이 다 풀려 무슨 일 있었냐는 듯 행동하며 나에게 말을 걸었지만 나는 풀지 못해 딱딱하게 아이를 대했고 황남매가 잘 준비를 빠릿빠릿하게 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지친다, 힘들다는 이야기를 뱉어버렸다. 그러지 말았어야 했는데 말이다


자러 들어간 지 1시간이 다 되어가지만 아직도 꼼지락 무언가를 하고 있는 딸아이에게 기어이 한소리를 더 늘어놨다.

스스로가 답답하고 오늘 하루 있던 일들이 숨 막힘으로 느껴진다. 분명 좋고 감사하고 행복한 일들이 더 많았음에도 그걸 정확히 알고 있음에도 나는 굳이 부정적인 면만 크게 바라보는 어리석은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일까, 정말 싫다


거기다 제일 반가워하면서도 두려워하는 친오빠에게 전화가 왔다. 벨소리가 두 번 채 울리기 전에 끊켰고 나는 다시 전화 걸지 않았다.


웬만하면 평일엔 먹지 않고자 참는 맥주를 오늘은 그냥 마셔야겠다. 냉장고에 가장 시원한 곳에 넣어둔 차디찬 맥주를

마시며 내 마음속 분노와 화를 눌러 식혀야겠다.

오늘은 그래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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