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것 그대로의 모습
역시 나는 게으른 사람인 걸까?
일상생활 속에서 나름 집안일과 육아, 워킹맘으로서 일까지 하는 와중에도 스스로 해야 할 일들을 미루지 않는다고 부지런한 생활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며 나아가지만 글에서 만큼은 게을러터졌다는 것이 딱 맞는 표현일까?
머리로도 알고 마음으로도 알고 있지만 막상 글을 쓰려고 하면 별별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며 이어지기 시작한다.
황남매를 다 재우고 시작되는 나만의 시간.
하루를 마무리하는 감사일기, 나의 날것이 투명하게 적히는 일기장, 필사도 조금 하고 성경도 조금 읽고 나면 평소 루틴은 마무리가 되고 이제 글을 끄적여야 하는 시간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일단 눕고 싶다. 피곤했고 피곤했으니 쉬어도 된다는 스스로에게 주는 달콤함의 생각이 나를 녹여버린다.
그러다가도 어느 날은 누워있는 내가 싫어 몸을 일으켰다.
거실에 나가 컴퓨터의 본체를 눌렀고 한글에 들어가 그동안 적어 놨던 걸 옮겨 자판을 타다닥 누르기 시작했다.
얼마 적지도 못했는데 딸아이의 뒤척임 소리가 들려 손을 자판에서 내려놨고 움직임의 소리가 줄어들자 다시 손을 올려 두드려보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움직이는 딸아이-
저장 버튼을 누르고 조용히 마우스로 컴퓨터 끄기 버튼을 눌렀다. 에라이-
더 내가 싫었던 이유는 그 조금, 심지어 미리 써둔 걸 옮겨 적었을 뿐인데 뭔가를 했다는 뿌듯함이 올라오는 것이었다.
아주 두 번 했다가는 난리 나겠네-
실행력과는 달리 머릿속만 복잡한 것도 참 문제다.
그나마 다행인 건 내가 실행한다면 문제가 어느 정도 많이 해결이 된 다는 것이다. 방법이 있고 해결이 된다는 건 보이지 않던 줄이 조금씩 보여 결국은 그곳까지 다다를 수 있다는 희망을 주기도 한다.
인스타그램에서 우연히 임경선 작가님의 신작 “다 하지 못한 말”을 보게 되었고 제목에 끌려 바로 구입 후 읽기 시작했는데 이게 웬걸, 너무 내 스타일의 문체와 스타일.
내가 딱! 이렇게 쓰고 싶었는데 싶어 자연스레 나의 인생 작가 1등 자리 쪽으로 마음에 걸어 새겨놓았다.
“다 하지 못한 말” 책은 흠뻑 빠져 몇 시간도 걸리지 않아 다 읽어냈고 이제 나의 인생 작가인데? 발간한 책이 다 궁금해지며 모조리 다 읽어내야겠다는 생각만으로도 벅차오름을 느껴 서점에 갔고 그곳에 없다는 책은 쿠팡 장바구니에 다 담아 넣었다 그리고 지금은 한 권씩, 직장에서도 집에서도 읽는 중이다
오밀조밀한 문체에 빡빡하지 않은 듯.
솔직함 속에 자유분방함과 빡빡함이 공존한?
무엇보다 성적 표현의 과감함이 나를 제일 끌리게 했다.
이렇게 책을 읽으면서 지루하지 않고 두 번 세 번 같은 부분을 읽게 만들어 몰입도를 강하게 펼칠 수 있는 것일까? 이렇게 재밌을 수 있다고?
“다하지 못한 말” 다음으로 읽은 책은 “엄마와 연애할 때”라는 책이었는데 딸- 엄마- 자신에 대한 이야기를 묶은 책이었다. 나도 나중에 아이들이 크고 나면 한 번쯤은 이런 형식으로 따라 써보고 싶은 그런 욕심이 나는 책이었고 첫 페이지를 넘기고 나서는 내 인생 작가가 맞는구나, 운명이구나 생각했다. 작가님의 딸은 윤서, 내 딸의 이름은 서윤이니까-
거기다 작가님의 책을 읽고 있으면 나도 무언가를 끄적이고 싶은 욕구가 강하게 차오른다. 이런 욕구만 있다면 부지런해질 수 있을 것만 같고 딸아이의 뒤척임에도 아랑곳 않고 내 갈길을 갈 수 있을 거 같은 그런 희망의 욕구도 함께
왜 내가 글을 쓰기 힘들었을까 쭉 돌이켜봤다.
나는 원래 글 쓰는 걸 좋아하는 사람인데 이게 왜 부담이 되었을까,, ‘잘’ 쓰고 싶어서였다.
‘잘‘이라는 기준을 누가 기준표로 만들어 낸 것이 아니겠만
나는 “잘”이 무엇인지도 모르면서 마냥 “잘”만 쓰고 싶었다
그리고 솔직함의 감정을 조절하며 꺼내 놓는 것이 버거워
글쓰기는 힘들어-라고 마음을 놓고 있었나 보다
임경선 작가님의 글을 보다 보면 그녀는 차라리 거짓을 보태 쓸 바엔 아예 쓰지 않는 것을 선택할 사람이라는 것이었다. 나도 솔직함이라면 한 솔직 하는데 괜히 수위를? 조절해야 할 것만 같은 마음에 감추는 것에 능한 사람도 아닌 것을 돌려 쓰고 감추느라 지레 겁먹고 글쓰기가 막막했던 것이라는 걸 알게 되었고 다시 글쓰기를 재밌게 쓸 수 있을 것만 같았다.
감추지 않고 빙빙 꼬아 돌려쓰지 않으며 있는 그대로 나를 표현하며 말이다-
그 솔직함을 내지르기 위해선 황남편의 마음 상태 점검이 필요했다. 어차피 동의하지 않는 반응이 나와도 내 맘대로 할 것이었고 나의 물음은 허락의 동의여부가 아닌 말 그래도 떠보기? 였으니
“오빠 책이 재밌다고 느끼며 읽는 사람이 지루하지 않으려면 약간 내 안에 적나라한 그런 날것을 솔직하게 적는 것이 필요한 거 같아”
“그렇긴 한데.. 그래도..”
“아니야 그래도 그래야 흥미롭다니까”
“그럼 너무 이상하게 생각하면 어떡해”
괜찮다, 애초부터 이런 마음을 가진 사람이란 걸 알고 있었으니 말이다. 동의를 구하려는 것이 아니었으니,
그리고 나는 그렇게 하기로 마음을 다짐했으니-
학창 시절, 거의 남자친구가 없던 적이 없었는데 남자 친구가 바뀔 때마다 친구들은 나에게 말했다
“얌전한 고양이 부뚜막에 먼저 오른다더니”
썩 기분 좋은 말은 아니었지만 어쨌든 내가 먼저 올랐다는 사실이 나쁘지만은 않았고 나에게 그런 순수함이 비친다는 것이 나를 더욱 얌전하게 만들기도 했다.
나는 그저 나서며 깨발랄한 성격도 아니고 얼굴에 놀게 생겼어요 하는 느낌도 나오지 않지만 내면의 날것 그대로가 보이는 사람이었던 것이다. 나는 얌전한 척을 한 적이 결코 없었으니 말이다.
내가 게을러서 글을 쓰지 않던 것이 아니란 걸 알았으니
꾸밈없이 있는 그대로의 나의 날것을 적어보자.
임경선 작가님의 글로 힘입어서- 내 스타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