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풍 가는 날

장바구니에 담긴 진심

by 은조

라떼는 말이야, 현장 체험학습이 아니라 소풍이라고 했어-


나와 황남매는 간혹 그 특유의 음을 따라 라떼는, 라떼는 하며 서로 깔깔대고 웃곤 하는데 순간 그 음이 떠올라 한번 넣어 적어봤다 (라. 떼. 는. 말. 이. 야)


이번주 화요일, 체험학습 간다며 설렘과 떨림, 그 중간쯤 어딘가의 마음으로 교문을 통과하는 아들을 보며 내 마음속 아릿함과 설렘, 두 가지 감정이 살며시 떠올랐다.


나의 초등학교 시절, 세세하게 하나하나 기억이 완벽하게 나진 않지만 엄마가 직접 싸준 소풍 도시락을 싸간 적이 없다는 건 정확히 기억난다. 항상 일하는 엄마는 그것도 힘들게 일하는 엄마를 위해, 어쩌면 마음이 더 힘든 엄마를 위해 주변에 도와주는 사람이 많았으므로-


그 도움은 나를 향한 뻗음이었고 엄마를 돕고자 하는 것이 나를 돕는 것이란 걸 그때 알게 되었다. 소풍 도시락을 싸야 한다던지 병원을 가야 한다던지 그런 도움이 필요할 때 항상 나와 같은 나이의 사촌 엄마인 외숙모가 내 거 도시락까지 챙겨주곤 했으며 병원도 데려가주곤 했다.


도시락은 못 싸주더라도? 엄마는 내 소풍 날짜를 잊지 않았다. 소풍 전날은 늦게 퇴근하더라도 꼭 나를 불러냈고 전화를

받고 엄마가 있는 곳까지 뛰어가던 그 설렘의 감정은 아직까지도 마음속 선명하게 남아있다. 슈퍼에 도착하면 다 먹지도 못할걸 알지만 과자부터 음료수 젤리 빵까지 한가득 집어든다. 평소라면 하나만, 하나만이라고 외칠 엄마였지만 그날만큼은 원하는 대로 다 담아주었다.


그땐 몰랐고 지금은 알겠다. 바구니에 가득 담아 주던 건 엄마의 미안함을 품은 그리고 내 설렘을 담은 마음이었다는 것을-


엄마의 도시락을 받지 못했다고 도시락에 담긴 어떠한 깊은 감정은 없지만 나는 아들의 체험학습 날짜가 다가오면 은근한 긴장을 품게 되는 나를 발견하게 되었다.

또한 평소 계획적인 사람이 절대 아니겠만 이런 날만큼은 절대 잊지 않았고 며칠 전부터 도시락 메뉴를 생각한 뒤 재료를 골라 냉장고에 채워놓고 당일, 부지런 떨며 도시락을 준비한다.


바삐 손을 움직이는 나의 등 뒤로 “아직 새벽 6시 30이잖아”하며 너무 일찍 일어났다며 오버스럽게 외치는 아들을 보며 순간 너무 사랑스럽다는 감정이 치솟았다. 내가 느끼는 행복을 아들에게도 통하고 있다는 것이 비쳐서였을까?!


곰돌이 모양, 문어 소시지 가지각색 모양으로 실력발휘를 잔뜩 하는 엄마들이 상당히 많지만 나에겐 자랑할만한 음식 솜씨도 센스도 없지만 나의 진심이 담긴 행동을 진심으로만 바라봐주길 바라는 마음이다. 내가 느껴보지 못했던 진심을 말이다-


준비하는 내내 딸아이가 옆에서 자신이 한다고 성화를 부린다. 가뜩이나 정신없고 바쁜데 옆에서 그렇게 하고 있으니 짜증이 올라오기도 하지만 오빠만 놀러? 간다는 것에 엄청난 속상함을 느끼며 겨우 스스로를 달래고 있는 아이에게 차마 뭐라 할 수 없어 용가리 치킨을 너겟을 집고 있던 집게를 건넨다 그제야 살짝 미소를 머금곤 다시 한번 왜 오빠만 가냐며 원망 섞인 푸념을 외치며 도시락 통으로 시선을 옮긴다


솜씨가 없는 나는 제일 간단하고 빠르게 할 수 있는 소풍 메뉴를 준비했다. 한입에 넣을 수 있는 작은 유부초밥과 용가리치킨 너겟, 후식으로 먹을 씨 없는 청포도를 담아 넣었다.

아들은 나와 다르게 과자와 음료수를 고르는 설렘에 감흥이 없었고 그냥 엄마가 고른 고래밥과 음료수를 가져갔다.


원래 소풍날 김밥 싸면 아침이 김밥, 유부초밥 싸면 아침이 유부초밥이지 않는가? 그래서 우리 집 아침도 유부초밥..

거기에 너무 많이 구운 치킨너겟 도시락통에 넣고 남은 청포도..


아침에는 정신없어 거기까지 생각을 하지 못했는데 똑같은 음식을 준 것이 뭔가 모를 미안함이 이제야 느껴진다.

같은 걸 먹고 가면 막상 도시락을 먹을 때 설레는 느낌이 없지 않을까? 마치 드라마 스포당한 우리의 느낌이지 않을까?


내 미안함을 혼자가 감당하기 싫어 작정하고 황남편에게 한 글자 한 글자 눌러 보낸다.

“도시락이랑 같은 메뉴 아침에도 먹인 거 심했나? ”


괜찮다는 황남편의 답장을 받아보곤 생각한다.

이 말이 듣고 싶어서 보냈다는 것을-

답은 정해져 있었고 황남편은 그 답을 잘 풀어냈다.


조금 뒤 학원의 문자가 알림이 떴다. 딸이 끝나서 하원문자를 누른 건가? 싶어 보니 아들 이름의 등원문자가 떴다.

벌써 시간이? 하며 시계를 보니 도착 예정 시간과 거의 정확하게 도착하여 학원으로 간 것이다.


전날, 체험학습 후 학원에 안 가는 거라고 생각했던 아들은

가야 한다는 사실에 망연자실한 표정을 짓기도 했지만 현실을 금방 받아들이던 아들.


잘 다녀왔는지 너무 궁금했지만 학원에 들어서니 내 전화가 방해될 거 같아 참고 참고 꾹 참아 퇴근 후 빠른 걸음으로 집으로 왔다. 나를 보고 먼저 잘 다녀왔다고 말하는 아들

미안하게도 멀미 때문에 고생을 했다는 것이다.

원래 멀미를 하는 편이지만 전에 차탈 때 거의 괜찮았으니 이번에도 당연히 괜찮을 거라 생각하여 항상 챙기던 멀미약을 이번에만 뺐는데 유독 이번에 많이 심하게 한 것이다.


도시락 통을 보니 남겨진 유부초밥들, 순간 아침에 먹고 가서 질려 점심에 먹지 못했나? 싶어 물었지만 많이 먹었다고 대답하는 아들. 또 미안했다. 뭐가 그렇게 미안하기만 한지-


그래도 금세 다녀온 아야기를 하며 즐거워하는 아들의 모습이 내 마움을 조금은 달래주었고 버스 타고 가면서 선생님 몰래 과자를 하나 꺼내 먹었다는 아들은 말과 구체적인 행동 재연에 그러면 안 된다고 말하면서도 함께 웃게 되었다.

그래 이게 행복이지, 뭐가 행복이겠는가-


자, 이제 다시 현실로! 책가방 정리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