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마음 한 뜻
결혼 전부터, 아니 정확히 말하면 나는 아주 어린 쪼꼬미 시절부터교회를 다니고 있었는데 아들의 임신 사실을 알게 된 시점으로부터 딱 나가지 않게 되었고 그 후 10년 만인 올해 초 다시 일요일마다 교회를 가기 시작했다.
지금 다시 가는 교회는 내가 어릴 때부터 다니던 곳이라 크게 달라진 거 없이 그대로였고 역시나 아는 사람들도 모두 그 모습 그대로였다. 다만, 달라진 것이 있다면 내 양쪽 옆구리에 황남매가 함께 한다는 것?!
처음 황남매와 가는 길엔 마음이 막 이상하게 요동쳤다.
다시 내가 그곳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하는 막연한 생각은 하고 살았지만 생각뿐, 쉽진 않을 거라고 생각했었다.
거기다 아이들과 함께 교회를 갈 거라는 생각은 상상조차 해보지 못했었기에- 그 이상하게 요동치던 마음은 벅차오름이라는 걸 다행히 늦지 않게 알아차릴 수 있었다.
심지어 두 번? 정도는 황남편도 함께 갔다.
여기서 정확히 짚고 넘어가야 하는 건 그의 자발적인 선택이고 행동이었다는 것.
나의 강압적이고 일방적인 행동이 아니라는 것이다.
나는 그의 자발적 모습에 후한 점수를 쳐주기도 했지만 그 마음은 본인 스스로의 것. 귀한 것이었다.
물론, 그 두 번 정도 이후로는 아침에 눈을 떠도 핸드폰으로 온라인 예배를 한다는 둥 아예 갈 마음이 없음을 비추기도 하지만 스스로 행동한 사람은 다시 스스로 마음을 다질 날이 온다는 것을 믿기에 기다리고 있다.
황남편도 황남편이지만 사실 나는 아이들에게 더욱 놀랐고 더욱 감사하다. 하루아침에 딱! 교회 가자고 하며 집 밖을 나섰을 때, 처음 보는 곳으로 갔을 때, 그곳이 교회임을 알았을 때 아이들은 어떠한 낯섦이나 거부감을 비추지 않았다
오히려 나보다 더 진심으로 다가가고자 노력하고 온 마음으로 받아들이는 모습을 보여주기까지 했으니, 내 마음이 딱
벅차오름의 순간들이라고 하면 알맞을 것이다
역시, 일요일 아침 일찍 일어나 교회를 나가는 건 정말 어려운 일이었다. 오랫동안 그렇게 반복해 왔었던 나도 세월이 흘러 다시 새롭게 하려니 많이 버거운 게 사실이었다.
또한, 토요일만큼은 늦게까지 황남편과, 그리고 주변 사람들과 어울리며 놀고 싶은 보상심리가 작동하여 저녁이 되고 시간이 지날수록 빨리 자야 할 것만 같아 마음이 불편해지는 것도 싫었다
아침에 눈을 뜨고도 다시 감은 적이 없었다면 거짓말이다
몇 번은 눈을 떴지만 몸을 침대에서 일으키지 못해 교회를 나가지 않은 적이 있음을 여기서 고백하는 바이다
조금 더 삐대고 누워있으면 편하긴 했다. 몸이-
그러나 어느 정도 누워있다 일어나면 불편하고 찝찝해지기 시작했다. 마음이-
어느 일요일, 아들로 인해 깜짝 놀랐다.
그날도 마찬가지고 눈은 떠졌지만 전날 숙취로 머리가 너무 아팠다. 핑계지만 정말 깨질 듯 아파서 눈을 뜰 수 없었고 진통제도 황남편에게 가져다 달라고 해 고개만 들어 약을 먹고 몸을 눕히는데 옆에서 들리는 황남편의 말, 아들이 벌써 옷을 다 입고 준비를 마친 뒤 책을 보고 있다는 것이다.
그 순간은 일어나지 않을 수 없었다. 정말 초인적인 힘으로 번쩍 일어났지만 이미 나가야 하는 시간이 된 것이다
아들에게 오늘 못 갈 거 같다는 뉘앙스를 풍기며 이야기를 하니 집 앞에 오는 교회 차 타고 혼자 갈 수 있다며 아무 문제없다는 표정을 짓고 정말 쿨하게 인사를 날리고 문을 빠져나갔다.
그날은 아들 혼자 다녀온 날이었다.
아들의 행동에 먹먹함이 감돌았다.
그 아이의 모습에 진실되고 진심이 느껴졌다.
그 후로 나는 안 갈 수도?라는 생각 자체를 날려먹고 무조건!이라는 단어를 머리에 각인시키기로 다짐했다.
교회, 예배가 끝나면 두 사람씩 기도를 하며 마무리하는데 우리는 셋이서 하게 된다. 각자 자신의 손바닥과 손바닥을 부치며 일자로 세운다. 자연스레 머리를 가운데로 모으며 고개를 숙이고 눈을 감는다. 나의 기도가 끝난 뒤 아들의 기도가 이어졌다.
이번주 아들은 월요일에 수학 시험 결과가 잘 나올 수 있도록 이야기하며 뒤에 한마디 덧붙였는데 옆에서 이미 뒤에서 나눠주고 있는 간식에 관심이 뺏긴 딸아이로 인해 잘 듣지 못하고 빠르게 기도가 끝이 났다.
교회를 갔다 집에 도착하면 평소처럼 일상생활이 시작되는데 아침 일찍 빠르게 다녀와서도 있겠지만 옷을 갈아입도 있노라면 교회를 다녀왔음의 현실감이 사라지는 느낌을 매번 받는데 그 낯선 현실감이 싫지 않게 느껴진다
일요일만의 묘미, 내가 가장 좋아하는 시간!
거실, 기다란 상에 모두가 모여 둘러앉아 각자 좋아하는 음식들을 쭉 깔아놓고 먹는 그 시간이다.
여느 때처럼 아들은 주말에만 당당하게 볼 수 있는 핸드폰을 딱 앞에 세워놓고 최애 사발면인 육개장을 후루룩 후룩 먹고 있었다.
그런 아들을 바라보며 나는 맥주 한 모금 홀짝 마신 뒤 황남편에게 말했다. 아들이 아까 기도했는데 시험결과 잘 나와서 게임 이용권을 받을 수 있게 해 달라는 거였다고 말하며 우리는 살짝 짓궂게 아들을 놀리는 느낌을 풍겼지만 아들은 초롱초롱한 눈빛과 쑥스러움을 지닌 채 게임 이용권 꼭 사야 한다며 다짐했다.
문득 그때 아들의 기도 뒷부분 못 듣고 끝난 게 생각나 다시 아들에게 물었다. 그 뒤에 무슨 기도를 한 것이냐고 작게 이야기해서 잘 들리지 않았다고-
“우리 집 소중하고 행복하게 지켜달라고 했는데?”
아들의 예상치도 못한 기도제목에 순간 눈물이 핑 돌았다
나의 벅찬 반응에 오히려 아들은 ‘당연한 거 아닌가?’ 하는
표정을 지으며 나를 바라보고 있었고 애써 티를 내지 않으려고 가만히 있던 황남편 표정에서도 나와 같은 감정임을 느낄 수 있었다
이게 바로 내가 꿈꾸던 가족이었다.
어떤 행복에 대해 깊게 생각해보지 않았지만,
나는 행복한 나만의 가정을 간절히 꿈꾸고 기다리고 있었다
그래서 나의 가정이 이루어진 이후 행여나 무너질까 사라질까 막연한 두려움도 함께 있어 내가 더 애쓰고 노력하고 소중히 여기며 살아야 한다는 마음에 조금 억울? 하기도 했는데
아들의 기도에 진심을 느꼈고 따로 어떠한 말도 하지 않던 황남편의 얼굴에선 안도감이 비쳤다.
살아가면서 가족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어쩌면 더 상처주도 상처받을 수 있겠지만 지금 같은 한 마음, 한뜻을 품고만 있노라면 상처받는 순간이 오더라도 금세 서로를 품어줄 수 있는 이해하는 마음이 자연스레 생겨날 거라는 희망의 발견이 참 감사하고 즐겁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