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은요

말하지 않아도 알아요

by 은조

금요일, 퇴근길에 예상치 못한 길에서 황남편을 만났다.

나한테 깜빡하고 말하지 못한 모임에 가는 길이라고 했다.

원래 타고 다니는 오토바이를 타지 않고 자전거 대여하느라

어플을 보며 낑낑거리고 있는 모습으로 나와 마주한 것이다

나는 아직도 자신의 일정을 깜빡하고 나에게 말하지 않는

황남편에게 서운함을 느끼곤 한다.

전보단 훨씬 나아지긴 것에 조금의 위안을 느끼긴 하지만-


서운함을 느끼는 이유는, 나는 정말 무슨 상황이든 나의 모든 걸 제일 먼저 황남편과 공유하고 의견을 묻곤 하기 때문이다

굳이 말해야지 라며 따로 생각하지 않아도 자연스레 이어진 지는 행동할 수 있단 말이다.


미음 속 서운함을 표현할 새도 없이 자전거 어플을 해결한 황남편은 자전거 위로 올라탈 준비를 하고 있다.

오토바이 안 가져가는 게 술 마시려고 그런 거냐고 물으니

안 마신다고 부정하지 않는다.

10년을 넘게 보고 같이 살고 있으니 이제 그의 말투, 행동에서 감정뿐만 아니라 그 안에 마음까지 꿰뚫어 볼 수 있는 경지에까지 도달했다.


그 경지에 도달한 건 황남편도 마찬가지니-

내 얼굴을 쓱 보고 나면 내 생각을 비슷하게, 혹은 정확하게 읽어내는 황남편을 체험할 때가 종종이 아닌 대부분인걸 보면 말이다.


자전거를 타고 나에게서 멀어져 가는 황남편을 보고 생각한다. 나도 집에서 혼자만의 불금을 불사르자고!


금요일은 황남매도 참 기다리고 기다리는 순간이다

평일엔 하지 못하는 핸드폰 사용으로 유튜브와 게임을 많이 할 수 있는 날이기에 오매불망 기다려질 것이다.


일반 평소의 평일과는 다른 느낌의 금요일.


내가 퇴근하고 집에 돌아오면 밥을 먹고 있는 황남매

평소와는 아주 다르게 세상 빠릿빠릿한 행동을 보여주기 시작한다. 빠르게 밥을 먹고 지체 없이 숙제를 마친 뒤 양치까지 한순간에 촤르륵 끝내버린다.


그리곤 두 눈에 반짠반짝 눈망울을 장착하여 나를 바라본다.

나의 오케이 사인이 떨어지기 무섭게 본인들만의 편안한 자세를 잡고 세상 편하게 자신들만의 세상에 들어가기 시작한다.


핸드폰 시작하기 전, 몇 시까지 끝내기로 시간을 정하고 들어가는데 초반엔 핸드폰 끝내기로 정해진 약속 시간을 지키는 것을 많이 힘들어했다.


그땐 어르고 달래도 통하지 않는 모습에 소리도 지르고 협박 아닌 협박도 해보고 때론 강압적으로 하기도 했지만 그러고 나면 이게 뭐 하는 건가 싶은 생각이 강하게 마음을 불편하게 만들었고 이건 아니라는 생각이 절로 들어 우린 규칙을 함께 정했다.


무조건 핸드폰을 하기 전, 아이들과 함께 미리 타이머를 틀어놓는 것이다. 그 타이머의 알람이 울리면 조금만 더, 조금만 더 안 하고 바로 지체 없이 끄기로!


그런 방식으로 이야기도 나누고 타이머 설정도하는 등, 반복에 반복을 거듭하니 아직 약간의 미련은 느끼지만 서서히 시간 맞춰 끄는 것이 통하게 되었다.


큰 소리 없이 마무리 정리 후 황남매를 재우면 나 또한 상당히 기분이 편해진다. 무사히 하루를 끝냈다는 쾌감-

그렇게 고요한 정적만이 집을 지치고 있다 그 정적이 찾아와야 비로소 나만의 시간이 시작된다.


작은 유리컵 안에 얼음을 반 정도 채운 후 시원함을 유지하기 위해 냉장고에 넣어둔 맥주 카스 라이트 1L짜리도 함께 테이블로 가지고 와서 위에 올려 둔다.


그리고 나는 다시 냉장고 앞으로 다가가 문을 살살 열어본다. 그때만큼은 가장 예리한 눈빛으로 냉장고 안을 천천히 살피며 최대한 살이 안 찌는 안주를 찾아본다.


이날은 전날 조금 남아 소분해 둔 김치찌개를 데워왔다?

두부 위주로 아껴먹기도 다짐한다.


냉장고에 몇 날며칠 들어있어 시원한 맥주를 얼음잔에 콸콸 넘치지 않게, 그리고 거품이 많이 생기지 않게 강약 속도를 조절해 가며 맥주를 컵의 입구 끝까지 따라 채운다.

한 모금씩 입안 가득 채운뒤 삼키면서 흘러가는 목 넘김을 통해 톡 쏘는 탄산과 시원하게 꾸울꺽 넘어가는 맥주의 감촉을 느껴본다


말뿐만이 아닌 게 정말 그 한 모금으로 하루의 힘듦을 보상받는 느낌을 느낄 수 있다.

그 순간을 위해 오늘 하루 고생한 거 마냥-

한잔에서 두세 잔까진 연거푸 시원하게 넘긴다.

그 정도 먹고 나면 몸의 긴장은 싹 풀리면서 정신은 더욱 맑아지는 듯한 그 느낌에 매력을 느낀다.

그리고 그런 순간엔 어김없이 옆에 없는 황남편 생각이 가득 차 그리워진다. 조금 있음 올거란걸 알지만-


사람들 만나면 연락이 상당히 뜸해지는 황남편.

사람들 앞에서 계속해서 핸드폰 부여잡고 있는 것도 매너가 아니란 걸 알기에 황남편이 나가면 최대한 연락이 오기만을 기다리며 따로 연락을 하지 않는다


그러나 나도 술이 점점 들어가면 갈수록 연락을 안 하는 황남편에게 짜증이 나기 시작하고 빨리 온다면서 연락도 뜸하고 오고 있지도 않는 황남편에 대한 내 마음이 짜증에서 분노로 바뀌어간다.


그럴 때면 이제 나도 그리움이고 뭐고 개인의 마음으로 돌아선다. 오는지 안 오는지, 연락 따위에 연연하지 않고 핸드폰에서 시선을 거둔다.


끝나가는 나의 시간.

찐하고 짠하게 마지막까지 열정적으로 맥주를 마신 뒤

마무리 양치를 하고 소변까지 본 뒤 잠자리에 눕고자 걸어가는 그 아찔한 타이밍에 때마침 현관문 도어록에서 비밀번호 눌리는 소리가 들려온다.


나는 문을 열고 들어온 황남편을 있는 힘껏 노려본다.

어땠니 저쨌니 아무 말을 하지 않아도 서로가 서로의 얼굴만 봐도 취한 정도 기분, 상태를 알 수 있었다.

우린 서로의 풍기는 느낌만 봐도 꿰뚫어 보는 경지에 달했으니 말이다.


그제야 진정한 마음의 평안을 얻은 나는 기다렸다는 듯 침대에 눕는다.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고 아무 생각도 들지 않는

고요함을 찾아가며 눈을 감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