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차이와 성격의 차이, 상대를 대하는 태도의 차이
동일한 속도로 좋아한다는 것은 참 어려운 일이다.
친구가 연애 초반에 나에게 연애상담을 할 때마다 했던 이야기가 있다. "나는 여친이 너무 좋은데, 내 여친은 나를 좋아하는지 잘 모르겠어. 나를 좋아하는데 표현을 못하는 걸까?". 내가 친구에게 해주었던 말을 항상 같았다. "여친에게는 너를 좋아할 시간이 필요한가 보지".
나는 한눈에 반한다는 것에 큰 신뢰는 없다. 누군가가 예뻐서 한눈에 반했다는 것은, 더 예쁜 여자를 보면 그 여자에게도 반할 수 있다는 말이 아닌가? 실제로 방금 이야기에서의 내 친구는 여친의 소개팅 사진을 보는 순간부터 너무 마음에 들어 했고, 장염이 걸렸는데도 불구하고 소개팅 장소에 나타났다(소개팅에서 밥은 어떻게 먹은 건지 생각할 때마다 신기하다). 내가 한눈에 반하는 사람이 아니라 그럴지도 모른다. 나는 서서히 상대에게 젖어드는 사람이다. 상대와 함께한 시간이 중요하기 때문에 상대를 좋아하는데도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그와 정식으로 만나기 시작한 때에도 그랬던 것 같다. 나는 상대가 괜찮은 사람이 맞는가에 대해 알아가는 시간을 가져보고 싶었다. 괜찮은 사람은 맞는 것 같은데, 이 남자가 과연 좋은 사람일까? 그래서인지 1달이 지나가는 순간까지도 나에게 이 만남은 단지 알아가는 단계에 불과했다. 상대도 이런 내 마음을 느꼈나 보다. 그는 내가 자신을 좋아한다는 느낌을 받지 못했고, 그래서 항상 답답해했다. 그리고 나에게 자주 물어보았다. "나는 몇 순위야?". 솔직히 말해서 그가 1순위는 아니었다. 만난 지 얼마 안 되었고, 나는 너를 모르는데 어떻게 네가 나의 1순위가 될 수 있지? 물론 이런 말을 그에게 할 수는 없었다. 말은 1순위라고 했다.
나는 MBTI를 선호하지는 않지만, T(이성적 성향)인 사람들은 어느 정도는 자신의 성향을 알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T에게 F(감성적 성향)는 상처를 받기 때문이다. 나는 나의 솔직한 태도를 '솔직'하다고 표현한다(지금 이 문장에서도 '솔직'하다고 표현했듯이). 어쩌면 T의 자기합리화일수도 있다. 하지만 나는 상대가 나에게 솔직한 자기의 생각 그대로를 표현해 주기를 원한다. 그리고 나도 상대에게 솔직한 말을 해줄 수 있는 관계이기를 바란다.
그래서인지 몇 주간은 그가 듣고 싶어 하는 말을 해주었지만, 나는 더 이상은 그러고 싶지 않았나 보다. 날씨가 좋던 어느 주말에 나는 그에게 말했다. 나는 누군가와 함께한 시간이 중요하고, 나와 함께 많은 시간을 보낸 사람들을 소중히 여긴다고.
이건 그에게 폭탄이었나 보다. 나는 그냥 내 생각을 말했다고 생각했는데, 이 말을 한 순간 그의 충격이 손까지 전달되는 것을 보게 되었다. '그가 나를 이 정도로 좋아했나?' 나는 이 순간에도 이런 너무한 생각을 했다. 그래도 그는 말해주어서 속이 시원하다고 말해주었고, 나도 이 일이 잘 지나갔구나 생각하며 집으로 갔다.
그다음 주 내내 그는 아팠다. 만나는 동안에는 아프지 않던 사람이었는데 많이 아파 출근 중에 집으로 돌아갔다고 했다. 한 주간 나는 그에게서 큰 심경의 변화를 느끼지는 못했다. 약간 이상하긴 했지만 나는 그가 많이 아프구나 생각했다. 그 주 주말, 데이트가 끝나고 집에 가는 길에 그는 나에게 헤어지려고 했었다고 말해주었다. 하지만 좋아서, 나와 카페에 앉아있는 동안 마음이 너무 편안해서 말하지 않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