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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엄마 아니잖아요.

by 공글이 Dec 17. 2024

큰애가 갈수록 동생을 귀여워한다. 

그래도 한 번씩 싸우곤 하는데

지난주에는 육탄전이 벌어졌다. 

서로의 옷을 집어던지고

작은애가 꼬집어서 큰애 손에 피가 났다.


큰애가 태권도를 그만둘 수 없는 이유 중 하나가 동생이다. 

동생이 싸울 때 눈이 돌아서 짐승 같다며

힘으로 밀릴까 봐 태권도를 몇 년째 다니고 있다.


싸움의 시작은 작은 일이었는데

끝까지 물고 늘어지는 작은애가 이해 안 된다. 

분노 조절이 어려운 건지 걱정도 된다. 


놀이치료 간 김에 선생님께 여쭤봤다.

"00이가 언니한테 맺힌 게 많은 거 같은데요?"

내가 못 알아듣자 다시 말씀하신다. 

"어머니 친엄마 아니잖아요"

맞는 말인데. 

"00이는 평생 가슴에 구멍이 뚫린 채로 살아갈 거예요" 

결론은 사랑으로 잘 키우면 지금 엄마가 걱정하는 아이의 모습도 나아질 거라는 말씀이었는데

"친엄마 아니잖아요" 뒤에 뭘 들었는지 기억이 잘 안 난다.


어제는 소아암 치료 종결을 축하하는 선물 박스가 왔다. 

카드에는 '외로움'에 대한 언급이 있었다. 

작은애가 카드를 읽더니

"외롭진 않았는데?" 

다행이다. 

작은애를 위해 함께해 주신 분들이 떠오른다.

천사들을 많이, 아주 많이 만났다.  


언젠가 입양부모교육에 갔다가 

강사분이 그러셨다. 

"입양아에게는 일곱 배의 사랑을 더 줘야 합니다"

나는 그럴 자신은 없는데 어쩌지. 

나에게 그만한 사랑이 있나. 

처음에는 난감했다. 

그런데 작은애를 우리 가족만 사랑하는 게 아니다.

주변에서 사랑을 채워주신다. 

그럼 일곱 배의 사랑을 더 줄 수 있겠더라. 


"엄마가 나만 사랑해 줬으면 좋겠어"

"엄마는 누가 제일 좋아?"

"사랑을 주세요" 

작은애가 적극적으로 사랑을 구한다.   

그럴 때 옆에 큰애는 별 반응이 없다. 

나는 큰애가 참 흡족하고 좋다. 

그걸 큰애도 안다. 

문제는 작은애도 안다는 거다.


작은애는 몸에 착 감긴다.

기분 좋은 것도 화나는 것도 크게 반응한다. 

장군처럼 웃는다. 

같이 놀다 보면 큰 몸동작에 부딪히곤 하는데 진짜 아프다. 

힘도 좋고 밥도 잘 먹는다.

혼자 씻거나 놀 때는 노래 부르면서 흥겹게 한다.


큰애가 뭘 하기 싫다 하면 그럴만한 이유가 있겠다 싶어서 납득하는 편이다. 

작은애가 하기 싫다 하면 왜 그러지? 정황부터 살핀다. 


남편을 보면 

큰애보다 작은애를 훨씬 많이 안아줬고

지금도 퇴근하고 오면 안고 싶어서 작은애 이름 부르면서 팔부터 벌린다.

우리 부부의 고민 랭킹에 작은애가 자주 올라오지만

사랑한다. 

비록 친엄마 친아빠는 아니지만 

작은애가 소아암 치료를 종결하고 멀쩡히 우리 곁에 있다는 게 

세상 제일 감사한 일이고 앞으로도 제일 감사한 일 일거다. 

우리한테 효도 다 했다. 

고마워 우리 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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