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동네에 사는 엄마가 반찬 가져가라고 연락이 왔다.
간 김에 밥도 같이 먹었다.
엄마가 하는 단골 이야기가 몇 가지 있다.
일단 이재명 욕 한 바가지로 시작한다.
몸에 좋은 음식과 무궁무진한 건강 상식을 푼다.
애 셋 키우느라 식겁하는 아들(나의 오빠) 걱정은 빼놓지 않는다.
노인의 나이에 다다른 본인이 입에 풀칠하기 위해 일하는 것에 대한 고단함도 토로한다.
그러다가 주제가 나한테 이른다.
"너는 여태까지 직장도 없이 뭐 했니"
잡곡밥을 꼭꼭 씹어먹고 있는데 얹힐 거 같다.
엄마의 대전제는 이렇다.
'대학 나왔으면 직장이 있어야지'
나는 학부 때 복수전공을 했다.
엄마한테 물려받은 성실 DNA가 있기에 전공 공부를 열심히 했다.
기독교동아리 활동도 전공만큼 했다.
학부 내내 알바는 기본값으로 깔려있었다.
30개월치 연애도 이 시기에 했다.
군대 간 것도 아닌데 학부를 6년 다녔다.
"너 대학 때 교회만 열심히 다녔지? 엄마아빠 고생하는 거 보면 깨달은 바가 있어야지. 너는 뭐 한 거야? 대학 나온 거 아무 소용없다. 사회생활을 해봐야 남편이 밖에서 벌어오는 돈 귀한 줄 알지"
객원상담원 면접본 거 불합격 문자 받은 날이라 엄마 말이 더 씁쓸했다.
예전에 엄마가 내 수입을 물은 적이 있다.
프리랜서로 상담하는 나의 상황을 듣더니
어머니 말씀하시되,
"버는 것도 아니고 안 버는 것도 아니고 그게 뭐냐"
집에 돌아와 자려고 누웠을 때 애들한테 고자질(?)을 했다.
"엄마 속상했겠다"
"엄마 심리연구소에서 일하잖아요"
아이들이 건네는 위로에 마음이 풀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