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가 잘 컸다고 느끼는 순간들이 있다.
긴 생머리인 큰애가 머리를 더 기르겠다고 했다.
그 이유가 기특했다.
"소아암 가발 만들게 기부하려고요"
동생이 소아암을 겪으면서 큰애는 피해의식이 생겼었다.
"우리 가족이 불행한 건 다 너 때문이야"
"차라리 죽어라" (이 말이 내겐 지옥이었다)
소아암 진단을 22년에 받았으니까 벌써 4년 차에 접어들었다.
그 사이에 큰애 마음이 회복된 건지 자발적으로 머리카락을 기부하겠다니 놀랍다.
이런 날도 오는구나.
학교 마치고 돌아온 작은애가 친구 때문에 화가 났다.
작은애는 뇌종양이었기 때문에 뒷목에 수술자국이 보인다.
친구가 수술자국을 자꾸 보여달라 하고 뭐 때문에 아팠냐고 꼬치꼬치 물었다.
작은애가 암이었다고 대답했고 친구는 이 사실을 공부방 선생님한테 말하겠다고 하더란다.
공부방 선생님은 우리 아랫집이다.
작은애가 화가 날만도 하다.
그다음 주에 작은애가 친구한테 사과를 받았다고 했다.
작은애가 친구한테 사과해달라고 해서 받아낸 사과였다.
나는 수술자국이 안 보이게 머리 묶어줄 생각만 했는데 작은애의 용기가 놀랍다.
우리 애들 잘 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