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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록맘 May 08. 2024

가족단톡방의 이모티콘이
전하는 진심

 명예퇴직 결심과 도달의 시간은 두 달 정도였다.

한 직장에 오래도록 몸 담았던 기간에 비하면 속전속결이었다.

그만큼 현실자각 타임의 타격은 짧았지만 강렬했다.


 이례적으로 한국인에게 직장일은 내적성취로는 후순위였다는 리서치 결과가 있다.

직업이 나의 삶에 가치와 의미를 더해 주는지에 대한 공감대가 약하다고 볼 수 있겠다.

항상 K직장인의 가슴엔 비 활성화된 사직서가 말버릇처럼 되새김질 당 하고 있을 것이다. 

공조직의 울타리에 있다고 해서 퇴직 거론이 사치라고 생각하는 건 오해다. 

상대적으로 질식당하는 감성노동자는 사조직이나 공조직이나 존재하기 마련이다. 


 나의 선택과 결정에 남편과 뜻이 통한 건 당연했지만 고마운 일이었다.

어쩌면 30년간 서로는 서로에게 보험처럼 경제적 부담에서 자유로웠을 테니 말이다.

연금법이 개정되면서 액수가 줄어들긴 했지만 퇴직 연금수혜자라는 것이 서로에게 작은 위안이다.

아이들에게도 알림의 기회를 찾던 나는 부재중인 전화를 보고 휴대폰을 터치했다.

말보다 글이 편한 내가 선택한 방법은 가족단톡방이었다.


“아들! 전화했었니?

“그냥 보고 싶어서 전화했어요~

짜슥..


“얘들아~

엄마가 할 얘기가 있는데 말이야..

올 12월 31일 자로 명예퇴직 신청을 했어

아빠와 너희들 덕분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고 생각한단다

이제는 엄마 스스로를 돌보고 가족과의 시간을 우선으로 하는 날로 채우려고 한다.

엄마인 듯 엄마 아닌 듯 지나온 시간 속에 엄마의 손길이 그리운 시절이 많았었을 텐데 잘 견뎌주고 자랑스럽게 잘 커줘서 너무 고맙고 그래”


 갑작스러운 엄마의 고백에 평소답지 않게 빠른 카톡 반응들이 올라왔다

하트 공감을 제일 먼저 달아 준건 딸아이였다.

찌~잉 하다는 이모티콘과 함께

“엄마~~ 유우유

진짜 진짜 수고했다옹

이제 엄마 못해본 거 다 해~~ 사랑해용”

뒤따라온 얼씨구절씨구 이모티콘이 딸아이의 밝은 성격을 말해준다.


 의외로 아들의 표현은 나를 더 먹먹하게 만들었다

“엄마 그동안 수고했어요!

“내년부터는 스트레스받지 말고 하고 싶었던 거 마음껏 하면서 즐겁게 보내세요~”

“제가 울컥하네요”



 마지막 문장에서 눈물이 핑 돌았다.

엄마의 마음을 느낀 아들의 울컥함이 그대로 내 휴대폰 온기로 전해졌기 때문이다.

남편과는 전우애를 느낀다면 아이들은 마치 엄마의 고해성사를 잘 받아준 착한 영혼들 같다.


 엄마로서의 고해성사는 적지 않았다.

 함박눈 내리는 교실밖 창문을 일제히 바라보는 반아이들 무리에서 엄마의 비상근무를 걱정하는 딸아이의 긴 한숨 소리를 듣지 못했다.

 초등 하굣길에 친구가 장난으로 던진 눈얼음 조각에 귓바퀴가 스쳐 피가 떨어진다는 아들 전화도 받지 못했다.

예고 없이 들른 아이 학원에서 한겨울날 반바지에 슬리퍼 끌며 집을 나섰을 딸아이를 나무랄 자격이 없었다.


지나온 가족과의 시간들이 단톡방의 이모티콘으로 성장해서 진심과 위로를 주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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