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에서 누릴 수 있는 큰 사치
이사 오면서 가장 큰 걱정은 택배배송이었다. 택배는 잘 올까 걱정부터 인터넷 쇼핑할 때마다 무심코 지나쳤던 도서산간지역에 추가 배송비가 붙던 것이 혹시 내가 이사 가는 곳이 아닌가에 대한 걱정까지, 서울을 벗어난 삶이 처음이라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내가 이사 가는 곳은 구정’면’이었지만 다행히 도서산간지역은 아니었다. 무료 배송도 가능하고, 택배도 다음 날, 늦으면 그다음 날이면 꼬박꼬박 도착하였다. 하지만 애용했던 마켓컬리의 새벽배송, 쿠팡의 로켓배송은 되지 않았다. 잠자기 전에 누워서 주문하여 다음 날 새벽에 받아 보았던 편리한 새벽배송과 로켓배송은 4년 전에도, 4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서비스되지 않는다.
어느 날, 지나는 길에 농장 무항생제 유정란 직접 배달 서비스 전단지를 보고, 새벽배송 보다 더 좋은 시스템이라며 남편에게 당장 시켜 먹어보자고 했다. 정말 전화로 주문하면 신선한 달걀을 시간에 맞춰서 가져다주셨다. 딱 보아도 건강한 달걀, 고소하고 맛도 좋았다. 집에서 걸어서 5분 거리에 과수원도 있었는데, 자두, 복숭아, 옥수수, 사과, 밤 등 철마다 나오는 과일을 바로 먹을 수 있었다. 창고에 앉아서 기다리면 사장님이 사륜오토바이를 타고 가서 제일 맛있게 생긴 걸로 직접 따오셨다. 기다리는 동안 상품성 없지만 맛 좋은 과일도 마음 놓고 먹을 수 있었고, 맛 없는 과일은 팔지 않아서 눈 앞에 과일이 보여도 살 수 없을 때도 있었다. 딸기철이 되면 딸기농장에 직접 가거나, 전화로 주문하면 오후에 집으로 배달되고, 포도가 먹고 싶으면 포도 농장에 가서 신선하고 달콤한 포도를 사 오면 되었다. 새벽배송보다 더 좋은 산지당일배송, 강릉에 살면서 누릴 수 있는 최고의 사치이고, 기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