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식구가 즐기는 강릉바다
강릉에는 20개의 해변이 있다. 강릉시 최남단에 위치한 도직해변부터, 옥계, 등명, 금진, 정동진, 염전, 안인, 남항진, 안목, 송정, 강문, 경포, 사근진, 순긋, 사천, 사천진, 하평, 연곡, 영진, 주문진해변까지. 다 같은 강릉바다인데, 저마다의 느낌이 다르다. 어디서부터 어디까지가 경포해변이고, 강문해변인지 정확한 구획을 나눠서 설명할 수는 없지만 해변마다 특색이 다르고 모래 굵기도 다르고, 바다의 깊이도 다른 것이 신기하기도 하다.
강릉 커피거리로 유명한 안목해변, 주변 관광지가 많아서 접근성이 좋은 강문해변, 동해바다 하면 단번에 떠오르는 경포해변 등은 워낙 알려진 해변이라 주말마다 관광객으로 북적거린다. 유명한 카페, 맛집, 소품집, 기념품 상점들이 그곳에 있다.
강릉 살이에 좋은 점은 평일에 느긋하고 여유롭게 유명한 맛집에서 바다를 보며 브런치를 먹을 수 있고, 줄 서서 사진 찍어야 하는 천국의 계단도 기다리지 않고 다양한 포즈로 사진 찍을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평일에도 줄 서야 하는 툇마루 흑임자커피는 강릉 사람도 먹기 어렵긴 마찬가지이지만.
테라로사 사천점에서 라테를 사들고, 건널목을 건너 소나무 숲에서 돗자리를 펴고 바다를 바라보며 책 한 권을 읽는 아침의 일상도 좋다. 아이들 등교시키고 차박의 명소 사근진해변에서 주차한 후 트렁크를 열어놓고 파도소리를 들으며 한참을 누워있다가 오기도 한다. 서울에 있는 친구들에게 바다 사진 한 장 보내며, 강릉 일상을 자랑하기도 한다. 강릉의 자랑은 역시 바다이다.
찬 바람이 가시고 난 후의 5월의 강릉 바다를 특히 좋아한다. 바닷물이 맑고 깨끗한 데다가 파도도 없어서 잔잔하고 고요하다. 남편과 아이들은 그때부터 바닷물에 바지를 걷고 들어가서 채집을 시작한다. 성게, 군소, 보말 등 바위틈에 숨어 있는 바다생물을 잡아서 관찰한 후 다시 놓아주고 오는 것이 초여름 주말나들이 코스이다. 6월부터 아이들은 바닷물에 뛰어든다.
관광지로 유명한 경포, 강문, 안목 바다는 수심이 급격히 깊어져서 아이들이 놀 만한 곳은 아니다. 아이들은바다바위가 있어서 바다생물을 채집할 수 있는 사천진해변도 좋아하고, 수심이 얕고 백사장이 긴 주문진 해변도 좋아한다. 주문진 해변에서 비단조개라고 불리는 째복을 잡아서 조개탕도 끓여 먹고 봉골레 파스타도 해 먹으면, 그 맛을 잊지 못하고 다시 조개 잡으러 출동한다. 모래가 고운 주문진 해변이라 집에 돌아오면 온 사방이 모래천지이지만 아이들의 즐거운 바다놀이와 여름에 직접 잡아서 먹는 조개의 맛에, 모래 치우는 수고는 내가 다 하기로 한다.
남편은 낚시가 취미라 종종 밤바다에 낚시를 하러 간다. 물고기를 잡아오는 날 보다 못 잡아 오는 날이 더 많지만, 가끔 문어, 장어, 도다리 등 먹을 수 있는 생선을 잡아 오면 식탁이 풍성해진다.
아침 바다는 내가 즐기고, 낮 바다는 아이들이 즐기고, 밤 바다는 남편이 즐기는 강릉 가족의 평범한 일상이다.
요즘 서핑이 유행이라 강릉 해변 곳곳에 서핑샵이 즐비하다. 강릉에 왔으니 서핑도 해봐야 하지 않겠냐며 도전해 보았지만 파도를 가르며 서 있는 일은 나에게 쉬운 일이 아니었다. 쫄보, 겁쟁이인 내가 두어 번 시도한 걸로 만족한 걸로 하고 아이들이 조금 더 자라면 아이들에게 취미 삼아 가르쳐 볼 생각이다. 멋지게 사진 찍어줄 준비는 되어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