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tallica - Ride the Lightning(1984)
어느 앨범으로 첫 글을 시작해야 할지 고민이 많았다. 누구나 다 아는 명반을 꺼 것인가, 아니면 사람들이 잘 모르는 숨은 명반을 꺼낼 것인가?
사실 메탈리카라 하면 메탈 음악을 단 한 번도 들어보지 않은 이들이라도 이름 한 번쯤은 들어보았음직한 공룡 밴드이자 메탈 계의 대부이다. 그중에서도 2집 《Ride the Lightning》은 스래시 메탈을 넘어 메탈 전체의 성서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메탈리카 2집 《Ride the Lightning》이 발매된 것은 1984년의 일이다. 세상에 나온 지 40년이 다 되어가는 고전 명반이기에 음악사적 평가는 완전히 끝났다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과연 메탈 음악을 좋아하는 일개 개인에 불과한 내가 왜 감상평이라 하기도 민망한 찬양의 글을 쓰고 있는가? 이는 역설적으로 이 앨범이 시대에 길이 남을 명반으로 인정을 받았기에 내가 그 어떠한 말을 남기더라도 이 앨범의 음악사적 지위는 공고할 것임을 알기 때문이다. 멋들어지게 지어진 건물에 티끌만한 장식 하나쯤은 얹어도 되지 않겠는가?
더욱이 약 반세기에 달하는 메탈 음악의 역사상 수많은 밴드 생겨나고 사라지는 와중에, 메탈리카 2집 《Ride the Lightning》 이상의 경지를 달성한 앨범은 5개가 채 안 되리라 단언한다. 내가 메탈리카 특유의 서서히 음을 쌓아가다 일순 터뜨리는 교향곡과 같은 작법을 사랑하듯, 나는 이 앨범에 대한 글을 시작으로 시대와 장르에 얽매이지 않는 글들을 하나하나 쌓아가려 한다.
다만 내가 이미 서두부터 메탈 음악과 메탈리카에 대한 사랑을 숨기지 않고 발산했기에 그것이 제대로 될지에 대해서는 스스로도 의문이 들긴 한다. 어쨌든 이 글은 그저 메탈리카 2집 《Ride the Lightning》을 사랑하는 한 무지렁이가 쓴 낙서에 불과할 것이니 미리 양해를 구한다.
1983년의 첫 정규 앨범 《Kill 'Em All》을 시작으로 메탈리카는 올해 발매한 신보 《72 Seasons》를 포함하여 총 11개의 정규 앨범을 발매했다. 그러니 이 앨범은 메탈리카의 디스코그래피에서 극 초기작에 해당할 것이다. 그러나 이미 메탈리카는 자신들의 두 번째 작품에서 모든 음악적 성취를 이루었다.
흔히들 2집 《Ride the Lightning》에서부터 5집 《Metallica》(일명 'Black Album')에 이르기까지의 짤막한 기간을 메탈리카의 전성기라 칭하곤 한다. 나 또한 이러한 시각에 동의한다.
1집 《Kill 'Em All》은 늘 모든 것의 시작이 그렇듯 어딘가 정제되지 않은 미성숙한 모습을 보다. 셀프 타이틀 앨범이기도 한 그들의 5집 《Metallica》는 가장 큰 대중적 성공을 거두었으나 본래 그들이 보였던 대곡 지향의 스래시 메탈에서 상당히 이탈한 모습을 보였고, 이는 6, 7집 《Load》와 《Reload》에서의 하드 록으로의 완전한 외도의 시발점이 되었다. 제이슨 뉴스테드의 탈퇴와 잇따른 갈등의 어수선한 분위기에서 녹음된 8집 《St. Anger》는 장르 구분을 떠난 작 취급을 받았다. 9집 《Death Magnetic》에서는 전성기로의 회귀를 추구했으나 일부 부족하다는 평을 받았고, 10집 《Hardwired... to Self-Destruct》와 11집 《72 Seasons》는 지루하기만 한 리프 반복으로 또다시 혹평받았다.
그러나 이들의 2집 《Ride the Lightning》은 달랐다. 곡당 평균 5~6분 정도 되는 대곡 위주로 이루어져 있으나 드라마틱한 곡의 구성과 차곡차곡 쌓아 올리는 음의 향연은 시간을 압축시키는 마법과도 같은 존재다. 그러면서도 스래시 메탈 본연의 날카로움을 전혀 잃지 않았다. 날카로움만 있던 1집의 메탈리카와 날카로움을 잃어버린 5집 이후의 메탈리카 사이에서의 완벽한 조화라 할 것이다.
사실 메탈리카가 미칠 듯이 복잡한 리프와 엄청난 속도의 드러밍과 같은 기교가 뛰어난 밴드는 아니다. 물론 어디까지나 동료 밴드들에 비해서 말이다. 이 점에서 메탈리카의 라이벌이자 스래시 메탈의 영원한 2인자 메가데스와 비교되기도 한다.
메탈리카 1집 《Kill 'Em All》 작업 중 쫓겨난 기타리스트 데이브 머스테인이 복수의 칼날을 갈고 설립한 밴드 메가데스 역시 《Peace Sells... But Who's Buying?》, 《Rust in Peace》, 《Countdown to Extinction》과 같은 숱한 명반을 쏟아냈다. 이 당시 메가데스 전성기 멤버들의 기교란 메탈리카를 능가하는 수준이지만, 나는 개인적으로 부족한 기교를 음의 조화로 메운 메탈리카에 한 표를 던진다. 물론 4집 《...And Justice for All》에 이르러 그 조화를 완전히 깨어버린 건 메탈리카 자신들이지만.
《Ride the Lightning》의 트랙별 면모를 살펴보자면 가장 중요한 점 훗날의 3~4집과 9집에서 사용되는 메탈리카식 앨범 구성이 정립되었다는 것이다. 어쿠스틱한 인트로로 시작되어 엄청난 속도의 헤비 리프로 달리며 앨범의 포문을 여는 첫 트랙과 앨범명과 동명의 2번 트랙에 이어 4번 트랙에서는 메탈리카식 발라드가 무엇인지를 보여주고, 앨범의 후반부에 이르러서는 8분을 넘나드는 장엄한 연주곡과, 짤막하지만 극도의 공격성을 드러내는 정통 스래시 넘버로 끝을 맺는 구성이 바로 그것이다. (다만 본작에서는 정통 스래시 넘버인 'Creeping Death'가 먼저 나오고 연주곡인 'The Call of Ktulu'가 나중에 나오는 구성을 취하기는 하였다)
완전무결한 것만 같은 이 앨범에서 굳이 흠을 잡자면 그들 스스로 시간에 쫓겨 급하게 써낸 곡이라고 인정한 5번 트랙 'Trapped Under Ice'와 6번 트랙 'Escape'의 완성도가 타 트랙에 비해 다소 떨어진다는 점을 들 수 있겠다. 이를 방증하듯 그들 스스로도 라이브에서 거의 연주하지 않은 트랙들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 또한 어디까지나 타 트랙에 대한 상대평가이기에 곡 자체의 완성도는 꽤 훌륭하다고 생각한다.
대다수의 메탈 팬이 그렇듯, 나 또한 메탈 음악과의 첫 만남은 메탈리카를 통해서였다. 'Enter Sandman'을 듣고 곡이 말랑하다고 생각해 실망하기도 했지만 'Master of Puppets'를 듣고서 메탈 음악의 매력에 빠져들었다. 그러나 지금 내가 이토록 찬양해 마지않는 2집 《Ride the Lightning》이 가장 늦게 친해진 앨범이기도 하다. 이 앨범은 오래도록 곱씹어 여러 번 반복해서 들어봐야 그 진가를 알 수 있는, 좀 많이 까다로운 친구다.
첫사랑이 오래도록 기억에 남고 처음 만난 친구가 가장 오래 만나는 친구가 되는 것과 같은 이유일까. 나는 이 앨범을 처음 접한 이후 천 개는 족히 될 앨범을 들어왔지만, 나는 이 앨범을 능가한다고 생각되는 앨범을 전혀 만난 바가 없다. 이 앨범을 만든 장본인인 메탈리카의 신보를 매번 기다리지만 번번 실망할 뿐이었다. 결국 지금으로써는 수백 번은 들은 이 앨범을 또다시 돌려 듣는 것만이 답이려나 싶다. 이 글을 쓰는 지금도 나는 메탈리카의 《Ride the Lightning》을 듣고 있다.
혹여나 이 글을 보고서 이 앨범을 듣고자 한다면 부디 약 50분 정도 시간을 내어 끊김이 없이 첫 트랙부터 마지막 트랙까지 온전히 음악에만 집중해 보길 권한다. 이 앨범은 앨범 전체를 하나의 트랙처럼 들어야 한다고 생각하기에 특별히 어떤 트랙을 추천하는 것이 썩 내키지는 않는다만 내가 수백 번은 반복해서 들었을 곡 'For Whom the Bell Tolls'를 추천하며 이 글을 마친다.
1. Fight Fire with Fire(4:45)
2. Ride the Lightning(6:36)
3. For Whom the Bell Tolls(5:10)
4. Fade to Black(6:57)
5. Trapped Under Ice(4:24)
6. Escape(4:04)
7. Creeping Death(6:35)
8. The Call of Ktulu(8:5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