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이 많아진다.
(솔직히 이런 감정도 어른으로서 우습긴 하다. 나의 의문의 1패)
둘째와 셋째는 저학년이라 아직까진 내가 문제집 채점 등을 통해서 봐주고 있다.
그리고 큰 애처럼 학원 안 다니는 중학생은 흔치 않을 것이다.
학원을 안 다니고 있는 이유를 이야기하려면, 큰애가 7살 때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큰애는 경계성 ADHD를 겪고 있다.
경계성이라고 하면 ADHD라고 판정받는 그 기준점수에 딱 걸린 경우라고 들었다.
7살에 학습지를 했는데, 궁둥이를 10분간 붙이고 앉는걸 무척 힘들어하고 주의가 무척 산만했다.
10살에 영어 학원을 다녔는데, 앉았다 일어났다를 40분간 계속 반복했다.
ADHD라고 하면 같이 오는 것이 바로 '틱'
아이에게 틱이 보이기 시작했다.
이것이 학원을 끊게 한 결정타였다.
평소에 다니던 아동심리 센터를 찾았고, 소장님 권유로 검사를 받아 아이의 기질을 알게 된 것이다.
아이가 ADHD라고 했을 때, 처음엔 놀랐다.
하지만 아이의 행동에 문제가 있는 것에 진단이 되고, 해결점이 있다는 것에 한편으로는 다행이라 여겼다.
약을 먹어야 한다는 것에 크게 거부감은 없었다. (하지만 신랑은 나와 반대지만.)
약을 안 먹으면 아이의 충동성과 집중력저하로 교우관계나, 학업에 지장이 있다는 점.
제일 중요한 것은, 제일 힘든 것이 바로 아들 본인이라는 것.
결론적으로 우리 부부는 아이의 모든 것을 받아들이고 아이에게 더 나은 방향을 선택했다.
약을 먹기 시작하고 1~2년간은 학교에서 크고 작은 일들이 생기기도 했다.
불과 7개월 전까지만 해도 학교번호가 찍힌 전화가 울리면 제일 먼저 심장이 덜컹 내려앉았었다.
'성적이 중요한 게 아니라, 뒤처지지 않게 배운 거 잘 따라가고 별 탈없이 초등학교를 졸업하자.'
이 마음이 더 컸던 것 같다.
이런 이유 중에 학원을 안 보내기 시작한 게, 지금까지 온 것이다.
(그리고 지금은 아들이 학원을 다니고 싶다는 말을 기다리고 있는 중이다.)
패드로 다 문제 다 맞혔다고 나에게 보여주기도 한 녀석인데...
본인이 스스로를 진단한다.
문제집을 사달라는 녀석.
아들의 글씨체는 나의 기우였다.
등마사지를 해주면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다.
"수학은 문제를 많이 풀어봐야 하고, 많이 틀려봐야 해.
왜냐면 틀린 것을 꼭 오답노트를 쓰던, 자신의 푸는 방식을 찾던
다시 한번 보고 제대로 알고 넘어가는 게 제일 중요하거든."
"이제 방법을 알았으니, 열심히 실력을 키워보자."
"우리나라는 아직 결과를 더 중요하게 보는 사회야. 그렇기 때문에
네가 많이 알고 있는 것을 시험에서 잘 적용해서 좋은 점수를 얻는 것도 실력 중에 하나야."
아이에게 최대한 부담을 주고 싶지 않았는데, 나도 어미긴 어미인가 보다.
지금도 나는 아이에게
"혼자 하기 힘들면, 꼭 학원 보내달라고 이야기해라. 언제든."
이라고 말한다.
기다려 주자니, 돌이킬 수 없는 내신을 기록할까 걱정이고,
아직까진 스스로 공부하는 요령을 터득하고, 스스로 하는 힘을 키워주고 싶다.
뭐가 맞는지 아직도 모르겠다.
내년 이맘때쯤이면 , 중2 학년 1학기가 끝나갈 무렵이다.
난 그때, 어떤 내용의 글을 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