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전속력으로 달려야 하기에 일단 무작정 떠나보려고
긴 시간 동안 나는 또 모든 것과 단절했다.
난생처음으로 심한 장염을 앓게 된 것이다.
난 이제껏 장염은 배탈정도로만 생각했는데
이렇게 열이 펄펄 나고, 온몸이 쑤시고, 물조차 소화를
못 시키며 끔찍한 복통이 동반된다는 사실을 몰랐다.
밤새 아파서 잠을 1분도 못 잤다.
너무 아파서 이불을 둘둘 말고 엉엉 울었다.
결국 밤을 꼴딱새고 아침이 되자마자 병원에 달려갔다.
선생님이 내 상태를 보고 링거를 맞으라고 했으나
나는 괜찮다고 했다.
무슨 바쁜 일이라도 있어요?
아뇨 너무 아파서 빨리 집 가고 싶어서요..
..... 그런 거면 그냥 링거 맞고 가세요.
그렇게 꼼짝없이 지독한 장염을 앓으며
7월 한 달을 그냥 통으로 날렸다.
중간에 숨 쉬는 글이라도 쓰려했으나
내 숨은 이미 꽉 막혀버려
글조차 내 숨통을 뚫어주지 못했다.
그렇게 숨을 쉬지 못하는 답답한 몸과 마음,
내 이동반경은 고작 방 한 칸 그리고 침대.
물과 이온음료 약간의 죽만 먹은 채
시체처럼 한 달을 보냈다.
기운을 차려보려 했다.
하지만 한 달 동안 제대로 먹지도 움직이지도 못해
망가진 내 생체리듬은 내 몸을 이곳저곳을 고장 냈다.
그게 참 나는 억울했다.
나는 그저 열심히 했을 뿐인데, 왜 나는 아파야 하지?
왜 내 귀중한 두 달의 시간을 죽였어야 했지?
에너지가 부족한가? 싶어 음식을 꾸역꾸역 집어넣으면 다 토해버리기 일쑤였다.
활력이 부족한가? 싶어 좀 움직이기라도 하면
금세 에너지가 빠져 반나절을 누워있어야 했다.
이게 진정 사람몸이 맞나?
이 몸뚱이로 나 살아갈 수는 있는 건가?
그러나 하반기 공채시즌은 다가오고 있었고
나의 숨이 꽉 막힌 상태는 도저히 풀리지 않았다.
남들은 지독한 폭염이 계속된 나날 속 방에만 지내는 시간은 숨 쉬듯 평화로운 쉼으로 느껴지겠지만
그 방 곳곳에 스며든
나의 아픈 기억의 곰팡이들이
결국 내 몸에 번지고 퍼져버려
그곳은 지옥이 되어버렸다.
방을 나가야 했다.
집을 나가야 했다.
동네를 떠나야 했다.
아니,
취업준비로 기차, 버스를 타고 낯선 곳을 이동하던
번아웃 공기로 가득한 이 반도를 떠나야 했다.
결국 난 무작정 가까운 시일 내
가장 비행기표가 싼 나라로 도망가기로 마음먹었다.
여행 전 이렇게 설레지 않고 기쁘지 않기는 처음이다.
남들에겐 숨 쉬듯 즐거운 여행, 휴양, 여름휴가가
나에겐 제발 숨 쉴 구멍을 만들 마지막 시간이기에
이 여행이 끝나면 난 꼼짝없이 내 비루한 몸뚱이를
억지로 앉혀 지치든말든 생산적인 활동을 하도록
굴려야 하기에
낯선 공간의 향과 공기와 온도가
내 몸의 곰팡이를 없애줬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