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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태지인 Jul 09. 2024

1인 카페의 한계

‘나’라는 구조

백지장도 맞들면 낫다고 하지만

그 백지장에 내 마음대로

아무거나 그릴 수 있는 자유가 있습니다.


‘나’는 1인카페의 사장이기 때문입니다.


사장도 직원도 알바도 맘대로 둘 수 있습니다.

나를 어디에다 위치시키느냐

사장이 될 것이냐 알바가 될 것이냐

다 내 맘대로입니다.


하지만 내 맘대로 할 수 있어서

계획 없이 남들이 따라 하는 대로

주변에서 좋다고 해서 쉽게 바뀌는 것 또한,

너무나 많습니다.


저도 예전 같았으면 음료메뉴에 무조건

아인슈페너를 넣었을 것이고

어떻게 해서는 카다이프를 구해

두바이초콜릿을 만들었을 것입니다.

단지, 소위 인스타빨을 받고 싶어서 말입니다.


그러한 즉흥적인 무계획성은 좋게 말해서 ,

급변하는 트렌드와 상황에 맞게

빠르게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다고도 할 수 있으나,

소위 독이 되는 경우도 많습니다.


조급한 맘에 쉽게 가격을 낮춥니다.

절대 가격으로 선택되지 않아야 함에도 말입니다.



‘동네 치고 가격이 저렴하지도 않잖아요’


어떤 손님이 하신 말입니다


당연합니다

우리 카페는 물론 동네카페지만,

저렴한 카페로 포지셔닝하지 않았습니다.

가격 안에는 좋은 재료를 포함해 나의 인건비와, 내 노동력의 가치도 포함되어 있으니까요.

절대 그것을 낮게 평가할 맘은 추호도 없습니다.


하지만 또한 과대평가되지도 말아야 합니다.

다른 카페에서 대충 이 가격하니까 식으로 말입니다.


그 카페는 그 카페일 뿐입니다.

내가 손님이라면 ‘이 가격을 주고 소비할 것인가’

가격에 맞는 합당한 가치인가

치열하게 고민해야 합니다.




1인카페를 한다는 것은

디저트도 잘 만들고, 커피도 잘 내려서

SNS마케팅도 잘하고, 장사도 잘하고

팔방미인이라서 하는 것이 결코 아닙니다.


사실 ‘어쩔 수 없어서’입니다.

‘어쩔 수 없음’ 때문입니다.


아직은 혼자서 커버 가능한 만큼의

손님만 오시기 때문입니다.


손님들로 북적이는 상시 바쁜 가게라면

당연히 직원을 따로 고용해야 하는 것이 맞습니다.


그렇지 않기 때문에

인건비를 줄이기 위한,

‘어쩔 수 없음’입니다.


하지만 그 어쩔 수 없다는 것이 뭐가 문제인가요

어쩔 수 없어서 그렇게 하다 보니, 곧잘하게 되고,

점점 잘 하게 된 것입니다.

손님 또한 그에 맞게 서서히 늘어주니

굳이 인원을 보충하지않고

계속 1인카페를 하고 있는 것입니다.


카페마진율 상승과 최저시급 상승이라는

병 주고 약 주는 현실에 따른 자구책이지만

분명 실력은 내 안에 차곡차곡 쌓입니다.


어느덧 저도 매장영업과 배달주문까지 하면서

동시에 100만 원 이상의 단체주문을 소화하기에 이르렀습니다.


작은 가정용 스메그 오븐과

10년도 더 된 2구짜리 콩티 커피머신을 가지고 말입니다.



‘나는 어떻게 이렇게 생산성이 높은 인간이 되었나’를 생각해 보니


첫째, 잘 쉬고, 잘 자고, 같은 시간에 나와 일했다는 것.


둘째, 나의 노동에너지(정신적+체력적)

에너지 분배를 위한 선택과 집중을 했다는 점입니다.  


트렌드에 따른 반짝 매출로 흔들리지 말고,

뭘 좋아할지 몰라서 다 준비했어 같은 김밥천국 같은 카페가 되지 않고,

더하기보단 빼기를 하며 메뉴를 간소화시키면

재료주문, 포장, 비품관리, 예약주문 등 제반된 모든 업무들 또한 상당히 간소화됩니다.


내 안의 여러 작업자들이

적재적소에 나와서 일할 수 있도록

나 스스로 하나의 탄탄한 구조가 돼야 합니다.

결국 그 모든 것을 해야 하는 사람이

‘나‘이기 때문입니다.


그 모든 것을

그냥 하는 것이 아닌

‘잘’ 하기 위해서

가급적 모든 뻘짓을 줄이고,

오직 업무에 100% 몰입할 수 있도록 말입니다.




1인카페의 사장은 외롭습니다.

항상 혼자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혼자라서 외로운 것이 아닙니다.

누군가와 함께 있다고 해서 외롭지 않은 것이 아니잖아요.

나랑 맞지 않은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있을 때가 더 외롭지 않을까요


나를 다독이고

나를 도와가며

나를 응원하면서

때론 그런 나 자신에게 의지하고 있다면

잘하고 있는 겁니다.


그리고 앞으로도

아주 잘할 수 있을 것이라 믿습니다.

  


slow but steady 그리고 묵묵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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