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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태지인 Jul 02. 2024

코로나도 버텼던 카페들이 폐업하는 이유

카페의 생명주기

최근 개업직후부터

카페에 오시기 시작했던 오랜 단골손님들로부터

‘사장님은 카페 오래 하셔야죠’

하시는 소리를 종종 듣게 됩니다.


그런 분들이 한두 분도 아니고

점점 늘어나기 시작하면서

슬쩍 걱정이 되기 시작했습니다.


‘내 얼굴에서 어떤 고단함을 느끼셨나?’

‘난 항상 밝게 일한다고 생각했는데..’


손님 얘기로는, 그냥 살아오면서 누적된 삶의 데이터에 기반한 느낌적인 느낌 같은 것인데

요즘 워낙 카페들이 자주 폐업하기도 하고,

우리 카페도 이제 4년 차에 접어드니

언제 사라질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더랍니다.


순간, ‘내 딴에 혼자서 참 오래도 했다’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뿌듯 함대신 4년 치의 피로감이 급 몰려오는 것 같았습니다.


그러던 차에 제주도를 다녀오게 되었습니다.

 



오래전부터 제주도 구좌에 너무 가고 싶었던 카페가 있었드랬는데..


없어지고 말았습니다.


뮤지션 이상순의 카페 ‘롱플레이’입니다.

오픈당시 많은 인파가 몰려 1시간 이용제한과 타임별 예약이 있고 그것도 하늘의 별따기라 엄두도 못 내던 곳입니다.


LP(롱플레이의 약자)


커피도 커피지만 LP판을 트는 이곳의 카페음악을 꼭 느껴보고 싶었는데,

아쉽게도 5월 말에 카페는 폐업을 하였고

폐업사유는


이상순 왈: 계약기간이 끝나서요


라고 합니다.

참으로 깔끔한 사유입니다.


카페의 생명주기는 짧게는 2년, 길게도 2년

사실 대부분 계약기간과 맞물려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아마도 오픈 전, 카페의 생명주기가 길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었던 걸까요?


내가 이곳에서 얼마를 팔고 남길지,

투자금 회수는 언제 할 수 있을지,

철저히 계획해서 계약만료시점에 맞춰 2년만 하기로 한 건지는 뭐 알 수는 없지만

사장의 노하우든, 매력적인 브랜딩이든 꾸준한 수익이 나는 카페를 운영하는 것은 유명인에게도 매우 어려운 일인 듯합니다.




카페들이 우후죽순 생겨나는 것도

금세 경쟁카페가 등장하는 것도

이제는 너무나 당연시돼버린 것은

카페창업의 진입장벽이 그만큼 낮은 탓입니다.


코로나에는 너나 할 것 없이

배달을 하면서 버텨나갔지만

코로나가 끝난 후 카페가 3, 4년 차 되자

기존의 새로움과 매력은 반감되고, 카페매장은 노후화됩니다.

카페창업이 워낙 많으니 기존카페가 겪는 당연한 수순입니다.


하지만 코로나 적자를 생각하니 오래된 매장에 재투자하기가 힘들고,

그것보다 더 안타까운 건

‘과연 재투자한들 상황이 나아질 수 있을까’ 하는

학습화된 무기력, 자포자기입니다.


결국 카페의 생명주기가 끝나감을 인정하고 폐업하기로 결정하게 되는데

매장의 생명주기는 번화가, 상권이 발달한 곳에서 더 짧을 수밖에 없습니다.

그만큼 경쟁이 치열할 테니까요.




구도심의 후미진 골목, 40년이 넘은 구옥에 위치한 우리 카페의 생명주기는 언제까지일까요?


우리 카페의 단골손님의 비율은 60~70%

이전처럼 더 이상 새로운 손님들을 유입하기 위해

이벤트나 sns마케팅을 하지 않고

그 비용을 서비스로 드리는 것에 집중합니다.



백종원 님의 말에 의하면

어디든 단골손님의 비율이 50%가 넘는 곳은 쭉 갈 수 있다고 합니다.


우리 카페는 과연 쭈욱 갈 수 있을까요?

작은 카페로서 제법 입지가 탄탄한 편에 속하면서도

자신감보다는 걱정이 앞서는 것이

당장 내일 앞을 장담할 수 없는,

어쩔 수 없는 현실입니다.


카페일은 재미있지만

장사는 여전히 어렵기만 합니다


내가 자신할 수 있는 것은

동네카페/ 개인카페 / 1인카페로서의 한계를 수용하고, 큰 수익을 바라지 않는다는 것

그 많은 단골손님이 단골이니까 당연히 또 와주시겠지 하는 생각 또한 하지 않는다는 것

다양한 공부를 하고,

끊임없이 고민한다는 것입니다.

과연 이런 것들이 우리 카페의 생명주기를 연장해 줄 수 있을까요?


한가지 분명한 건

카페사장이 아닌,

단골고객이 카페의 생명주기를 늘린다는 것입니다.


카페 생명연장의 꿈

나 혼자 카페를 하지만

결코 나 혼자 이룰 수 있는 것이 아님을 깨달으며

오늘도 이곳 작은 골목까지 와주신 카페손님들에게 다시금 감사의 마음이 듭니다.



처음부터 오래된 카페처럼 해놔서 오래되도 원래 그런갑다 하는 장점이 있다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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