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카페백서
규칙적이고 질 좋은 수면 덕택에
굳이 알람을 울리지 않아도
저절로 눈이 떠지는 시간에 일어납니다.
펄떡 일어나면 살짝 어지러운 나이라
잠시 옆으로 누운 후에
천천히 몸을 일으킵니다
기지개를 켜고,
물을 마시고,
침대 정리를 합니다.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면
빨래를 돌리며, 집안 청소를 하고,
강아지 산책을 시키러 나가면서
샌드위치를 사가지고 옵니다.
간단한 식사를 마치고
외출준비를 하고
카페로 출근을 합니다.
오픈준비를 하고,
쿠키와 휘낭시에를 굽굽하는 동안
그날의 카페 이슈를 담은 인스타 스토리를 올리면
손님들이 하나 둘 들어오기 시작합니다.
취식이나 테이크아웃등 매장 손님들을 응대하면서
배달주문을 처리하기도 하고
단체주문 상담을 받기도 하고
픽업예약을 받기도 합니다.
틈틈이 손님이 없는 시간에는
쿠키반죽, 스콘 반죽 등을 미리 준비해 놓아야 하고,
비품정리, 냉장고 정리, 설거지, 재료주문 등은 그때그때 해치웁니다.
손님이 많으면 많은 대로
손님이 없으면 없는 대로
숨 가쁘게 돌아가는 1인카페의 삶의 현장입니다.
쓰레기 정리를 끝으로
카페의 문을 닫습니다.
때론 픽업예약 손님이 있어 늦게 퇴근하기도 하며,
휴무에도 단체주문예약이 있어서 나와야 할 때도 있습니다만 그만큼의 매출이 보장됩니다.
내일도 그다음 날도 크게 달라질 것 없는
1인카페의 보통의 일상입니다.
매출과 상관없이
모든 일과는 제시간에 처리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한가할 때에는
쓸데없는 상념에 사로잡히기 전에 청소를 합니다.
생각보다는 몸을 움직이는 쪽에 더 집중합니다.
손님이 없어서 죽상을 하고 있는 것보다
그쪽이 훨씬 더 이롭습니다.
열심히 청소를 하면
그만큼 돈을 번 것입니다.
디저트 상자라도 미리 접어놓으면
그만큼 돈을 번 것입니다.
남에게 맡기면 다 인건비 지출입니다.
그래서 저는 1인카페를 권장합니다.
수십 가지의 단순노동에 치여 살다 보면
잡생각이 들 틈이 없으니까요.
매출 때문에 예민해지고
매출에 대한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며
매출 때문에 잠을 이루지 못하고
매출에 대한 고민이 끊이지 않고
매출이 안 나와서 불안하다면
그건 정신과잉증후군일 뿐입니다.
손님은 언제 불시에 들어올지 모르고,
반사적으로 만면의 미소와 친절톤으로
‘어서 오세요’가 나와야 합니다.
당장 내 눈앞에 손님은 현실입니다.
저조한 매출은 내 사정이지
당장 내 눈앞에 손님이랑 무슨 상관인가요
아프니까 사장인 나의 처지와는 별개로
손님은 카페에 기분 좋게 들어왔다가
기분 좋게 돌아가셔야 합니다.
1인카페의 공간은
온전히 사장이자 직원이자 알바인
나의 에너지로 채워지는 곳입니다.
카페에 흐르는 음악, 카페의 통창을 통해 들어온 햇살과 마찬가지로
나의 기운, 나의 감정, 나의 보이스가 카페 공간 밀도의 레이어를 켜켜이 쌓아 올려
그 공간에 들어온 모든 이에게 절대적인 영향을 미칩니다.
잠깐의 슬픔이 나의 하루를 망치지 않게 해야 합니다
매출과 상관없이 운동을 하고
매출과 상관없이 잘 자야 합니다
매출과 상관없이 오늘 하루를 잘 보내야 합니다.
1인카페에서는 ‘나’가 정말 중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