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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태지인 Jun 11. 2024

#카페맛집 이 되는 비법

sugar & butter


‘사람들 얼굴이 다 아이 같은 거예요. 너무 행복해 보이고.. 내가 하는 일이 의미가 있구나, 사람들이 적어도 지금은 걱정이 없구나 ‘


’ 싸이 -유퀴즈 온 더 블록- 중에서‘




흠칫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습니다.

내 얘기를 하는 줄로만 알았습니다.

저 역시 카페를 하면서 싸이와 같은 그런 생각을 자주 했기 때문입니다.


카페 카운터에 있으면 맞은편 전면 통창을 통해

손님들이 들어오시는 모습이 한눈에 들어옵니다.


대걔는 카페에 들어서는 발걸음이 마치

명랑만화의 주인공처럼 리드미컬합니다.


손님들은 반사적으로 바로 쿠키와 휘낭시에가 진열된 쇼케이스 앞으로 가까이 다가서서 한참을 들여다봅니다.


다양한 선택지 앞에서 고민에 빠진 표정들

순간, 한없이 진지해지고

초롱초롱해지는 눈빛을 보면,

디저트 앞에서 성별과 나이가 참 의미 없다 싶습니다. 달콤한 것 앞에서는 모두들 저절로 무장해제 되는 듯합니다.



지금까지 정말 다양한 연령층의 손님들이 카페를 방문해서 디저트를 구매하셨지만

나이가 있어서 덜 단것을 좋아하고

어리다고 무조건 초코를 좋아하는 것도 아닙니다.


기존에 제가 지레짐작했던 성별, 나이별 선호디저트 같은 것은 말 그대로 지레짐작이었을 뿐이고,

각 개개인의 기호는 그야말로 천차만별입니다.

누군가의 최애가 누군가에겐 최악일 수도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너무 맛있다고 해주시는 분들은

맛있게 드셔주셨기에 정말 감사드려야 할 일입니다.

결코 내가 잘 만들어서만 되는 일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또한 그런 분들에게 말로만이 아닌 감사의 의미로

‘이것도 한번 드셔보세요’ 하면서

서비스를 드린다면 더할 나위 없겠죠

그렇게 많은 분들이 단골이 되고,

충성고객이 됩니다.




자격증하나 없이 카페를 시작해서

디저트를 만들고

커피를 내리지만

한 번도 그 필요성을 느껴본 적은 없습니다.


그럼에도 디저트도, 커피도 맛있다는 소리를 꽤 듣습니다만,


요즘 들어서는 더 자주 듣고 있습니다.


종종 시어머님을 위해 저희 디저트를 사가는 친구가시어머님께서 전보다 디저트가 더 맛있어졌다고,

정말 실력이 많이 늘었다고 말씀을 하셨다는데

혹시 레시피가 바뀌기라도 했냐는 친구 말에

저는 고개를 끄덕이며 이렇게 말을 덧붙였습니다.


-전보다 설탕을 더 많이 넣었어.

-아…!



디저트맛의 비결은 사실 그러했습니다.

More sugar, more butter

재료를 아끼지 않는 것입니다.


원자재값 상승에 동요하지 않고,

원래 쓰던 브랜드를 유지하는 것.


그렇게 스페셜티 원두와

프랑스산 버터와 생크림에

1등급 달걀까지


물론 단가는 올라가겠지만,

1인카페이니 내 인건비를 낮추는 것으로 합의를 보면 됩니다.

가격을 올리는 것은 최후의 순간까지 심사숙고해야 합니다.



그리고 매일 꾸준히 만듭니다.

베이킹도 사실 운동이나 훈련과 다름 아닙니다.


그렇게 반복하다 보니,

모든 계량이 그램 단위로 외워지고 손도 빨라져 같은 시간 내 더 많은 양을 생산하게 됩니다.


그럼에도 매번 똑같이 하던 일도

수없이 반복하던 일도

가끔 실수가 생기고, 문제가 발생하기도 하지만

다시 또 반복하면 되는 일입니다.


‘내 사전에 단 0.1프로의 오차도 허용하지 않겠어’

같은 사생결단의 자세로 임할 필요는 없습니다.

목숨 걸고 할 일이 아닙니다

심각할 필요도 없습니다.


오히려 문제는 일이 지겹게 느껴지는 순간입니다.

매일 반복되는 일은 금세 또 단조롭게 느껴지고

싫증과 권태의 반복의 연속이지만

직업이란 또 원래 그런 법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럼에도 매번 반복하는 일이

가끔은 재미지기도 할 때가 오는데

그것은 처음에 말한 것처럼

손님들의 아이 같은 모습을,

디저트 앞에서 그 초롱초롱해지는 모습을 발견할 때입니다.


순간 지겹기 마지않았던

이 지겨운 노동의 의미를 발견하게 되는 그런 때입니다.


커피와 디저트를 사 먹는다는 것은

그것을 자신에게 선물한다는 것이었습니다.


마음이 지치고 때론 너덜너덜해질 때 나오는

내면의 아이를 대접하는 일이었습니다.


그렇게 내가 만든 커피와 디저트의 가치를

발견하게 됩니다.


저 역시 제가 만든 커피와 디저트를

최대한 예쁜 접시에 올려

가끔은 저 자신을 대접하며

그렇게 복잡다단했던 하루를 지워갑니다.


달콤한 것이 세상을 구하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그렇게 생각하며

다시 또 저는 쿠키반죽을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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