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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태지인 May 28. 2024

변화를 원한다면 변하지 마세요

tteokbokki in cafe

어느 카페 메뉴에서 처음 이 음식을 보았을 때

전 당연히 내가 뭘 잘못 봤겠거니

하고 생각했습니다.


이내 나의 착각이 아니었음이 점점 확실해지자

그 충격으로 동공에 지진이 일어나며,

속눈썹이 파르르 떨렸고,

곧 진한 서글픔이 몰려왔습니다.


분명 그 카페를 처음 개업할 때는

사장님 본인 자신도,

카페에서 떡볶이를 팔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을 것입니다.


이미 설빙은 떡볶이 맛집


그렇게 카페에서 떡볶이를 팔기로

현실과 타협하기까지,

각고의 고군분투에도 쉽게 나아지지 않은 자영업의 현실에서 사장님이 얼마나 치열하게 고민을 했을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렵사리 내린 결단임을 같은 업계 종사자로서 십분 이해하지만

(매운 걸 먹으면 단 게 땡기고, 단 걸 먹으면 또 매콤한 게 땡기는 K-주전부리만의 맵단맵단 무한반복 식욕의 뫼비우스 띠와 요식업과의 콜라보)


그럼에도 몹시 안타까운 사실은,

저조한 매출의 원인을 카페메뉴에서 찾고

이를 통해 돌파하고자 했던 것입니다.


왜냐하면 바로,

제가 그랬기 때문입니다.




카페 개업 당시엔

꾸덕한 갸또케이크, 쿠키, 스콘, 라즈베리잼까지

일단 내가 좋아하는 것, 잘하는 것들을 팔다가,

 

버터바가 유행하니 버터바도 팔고,

약과 디저트가 유행하니 그것도 만들고,


다른데서 하는 디저트를 급히 따라 선보이기도 하고그러다가 또 어느 날은 다른 데는 절대 없는 걸 시도하겠노라며 부단히 애를 씁니다.


그렇게 홀로 디저트와의 사투를 벌이며

시간과 노력과 돈을 날립니다.


그리고 세상은

그런 나의 피, 땀, 눈물 따위는 관심 없다는 듯이

언제나처럼 평화롭게 흘러갑니다.


유행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유행속도가 패션트렌드 버금가는 디저트 세계에서

매번 새로운 디저트를 선보인다는 것은

웬만한 열정으로는 불가능한 일입니다.


그만큼 디저트에 대한 강한 열정과 애착이 있다면,

차라리 카페를 하지 않는 것이

더 낫다고 생각합니다.  


카페사장이 아닌,

파티셰나 쇼콜라티에가 되는 것을 권유합니다.

카페사장은 디저트 말고도 신경 써야 할 일이 오조오억 개 더  많으니까요.




사실 작은 카페에서 무엇을 판다는 것은

크게 중요하지 않습니다.


‘어떤’ 디저트를 파는 것보다,

디저트를 ‘어떻게’ 판매하느냐가

훨씬 더 중요하니까요.


저 역시 매일 디저트연구보다

손님에게 어떤 톤으로, 어떻게 더 미소지으면서

말해야 할지를 연구해야 했습니다.


하지만 저는,

시시각각 변하는 카페생태계에서

카페운영을 한다는 것이

트렌드를 쫓아야 한다는 것인 줄 알았습니다.


새로운 것에 민감해야 되는 줄 알았습니다.  

고객들에게 항상 그러한 새로움을 느끼게끔 해줘야 하는지 알았습니다.


애초에 저는 크게 착각하고 있었습니다.

재개발로 몸살을 앓는 구도심 골목에서

작은 카페를 하면서 말입니다.


시시각각 바뀌는 트렌드가 아닌

변하지 않는 것들에 신경을 더 써야 합니다.


변하지 않는 카페 분위기

변하지 않는 맛

변하지 않는 한결같은 친절함

말입니다.


첫 방문보다 더 감사한 재방문 손님이 원하는 것은

내가 항상 앉는 자리에서

내가 마시던 커피를, (혹은 음료를)

내가 먹었던 디저트와 함께 먹는 것입니다.

그 경험이 만족스럽기 때문에 다시 오신 것입니다.


장사가 너무 안될 때에는

저조한 매출을 어떻게든 타계할 방법으로

강박적으로 어떤 변화를 시도해야만 할 것 같은

강렬한 열망에 휩싸입니다.


제가 정말 많이 그랬으니까요.

자꾸 바뀌여야 한다고만 생각했습니다.

카페 인테리어, 로고디자인, 카페 가구, 카페이름도 아주 싹 바꾸고만 싶었죠.

근본적인 문제는 그게 아닌데 말입니다.


가장 변화를 원하는 그 순간,

도리어 아무것도 바꾸지 않음으로써

달라진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수천 개를 매일 만들던 쿠키, 스콘,

수천번을 매일 내리던 커피를 다시 점검해 봅니다.

마치 처음 하는 것처럼 말입니다.


다시 한번 꼼꼼하게,

모든 단계에서 완성도를 높이는 것.

그리고 그 결과물을

손님에게 정성스럽게 내어 드리는 것.  


그렇게 우리 카페만의 변하지 않는 어떤 표준을 지켜나가는 것을 꾸준히 함으로써

내실을 다지는 기회로 삼아야 합니다.


가장 변화를 원하는 바로 그 순간에 말입니다.


그러면 겉으론 전혀 이전과 다를 바가 없는 카페일지언정 바뀐 것이 분명 있습니다.

바로 ‘나’입니다.


내실이 내공이 되고, 인사이트가 되어,

켜켜이 내안에 쌓여갑니다.


그렇게 카페사장 자신이 변하면

저절로 많은 것들이 서서히 변할 것입니다.


당연히 매출도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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