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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태지인 May 21. 2024

나라는 노동자를 위한 복지와 케어

카페사장의 가장 중요한 자질



지금의 카페사장 즉, 제품과 서비스의 생산자가 되기 이전에 행복한 소비자였던 저는, 고단한 일상에 대한 보상으로 제자신에게 디저트를 자주 선물했습니다. 단지 내돈내산 일뿐인데, 그렇게 의미를 부여했었죠.


하지만 자주 가던, 인기 많던, 소위 잘 나가던 카페들이, 디저트샵이

떼돈 버는 줄 알고, 부러워마지 않았던 그 가게들이

짧게는 3년, 길게는 5년을 넘기지 못하고 사라졌습니다.


신기한 것은 그 과정이 하나같이 비슷하더라는 것이었습니다.


대걔 직접 디저트를 만드시던 사장님이 폭주하는 주문량에 행복한 비명을 지르다가,

처음에는 과로로 인한 입원으로 시작,

관절에 무리가 가기 시작해서 주사를 맞다가, 더 심해지면 수술을 하고,

거기에다 가족들에게 무슨 일이 생기기라도 하면, 폐업의 결정적인 사유가 되고 말았죠.


마지막 영업일을 앞두고, 고객들에게 감사의 작별인사를 전하는 사장님들의 어조에서,

저는 시원섭섭함보다 번아웃의 기운을 감지했습니다.




잘되는 매장이라면

굳이 가정의 달, 크리스마스 같은 대목이 아니더라도, 엄청난 주문량을 소화하기 위해

알바를 동원하더라도, 밤을 꼬박 새우기 일쑤입니다.


베이킹은 노동강도가 매우 높습니다.

주재료가 되는 밀가루포대, 설탕포대는 15킬로가 넘습니다.



제대로 쉬지 않으면,

처음엔 손가락이 나가고, 손목이 나가고, 팔목이 나가고, 어깨가 나가고

다들 나가서는 돌아오지 않을 것입니다.

돌아오라는 관절대신 번아웃이 찾아오겠죠.


장사는 하루하루가 돈이다 보니,

오히려 잘되는 곳일수록 하루 휴무가 더 아까울 것입니다.


하지만 그건 어떤 의미에서 자기 착취가 아닐까 싶습니다.

말 그대로 뼈를 갈아 넣고 있으니까요.


당장은 고된 노동을 버티고 견뎌낼 수 있겠지만(젊을수록)

결국 몸이 고장 나면,

아무리 돈이 좋아도, 다 내려놓고만 싶어질 것입니다.


몸도 마음도 말 그대로 너덜너덜해질 때까지

나를 방치해 놓아선 안됩니다

이 일을 다시는 쳐다보기도 싫게, 질려버리게 만들어 놓아선 안됩니다.




동네골목에서 작은 1인카페를 운영하는 저는 제가 카페사장인 줄 알았으나,

사실 그냥 육체노동자였습니다.


사장은 그냥 모든 잡무를 처리하는 사람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닙니다.

손님 접대를 제외하면, 사실 모든 업무는 단순노동의 반복입니다.


매일매일 해야 하고,  매일 해도 티는 안 나지만,

하지 않으면 바로 티가 나는 것들 뿐입니다.

청소, 설거지, 베이킹, 각종비품 관리, 재료관리, 분리수거, 예약주문 상담, 선물포장, 손님접대, 음료제조…등등


가끔 손님들이 ‘사장님 혼자서 심심하겠어요’하고 말씀하시는데,

심심이요? 심심이 뭔가요? 먹는 건가요?

1인카페는 손님이 있어도 바쁘고,  손님이 없어도 바쁩니다.


이른 시간임에도 당일 만든 디저트가 전부 품절돼서 짜릿한 순간은 딱 30초.

금새 기분이 다운됩니다.

내가 또 만들어내야 하니까요.

산 정상에서 거대한 돌을 떨어뜨리고 다시 정상까지 그 돌을 이고 올라가는 것을 죽을 때까지 반복해야 하는 신화 속, 시지푸스가 된 기분입니다.


다시 처음부터 모든 과정의 노동을 반복합니다.

하지만 그게 인생이라는 것 또한 알고 있습니다.


반복되는 일상.

설렘은 순간이지만  지겨움, 싫증, 권태는 영원합니다.


하지만 그것도 무조건, 카페클로징 시간까지입니다.

윤상의 노래 ‘달리기’처럼 숨이 턱까지 차올라도, 입이 바싹 말라와도, 달릴 수 있는 건

언젠간 끝이 있다는 걸 알기 때문입니다.


무조건 6시에 카페 문을 닫고, 나라는 노동자를 칼퇴근시켜줍니다.

보통 카페는 최소한 저녁 8시까지는 영업을 하는 게 대부분이지만,

저는 우리 카페의 직원이자, 알바인 제 자신을 매출을 위해 혹사시킬 생각이 없습니다.

1인 카페의 하나밖에 없는 직원인데, 담날 안 나오면 어떡하나요




다행히도 저는 지금까지 아파서 병원에 간 적이 없습니다.

그래서 지금까지 카페를 하고 있는 것입니다.

체력이 좋으니까  카페사장을 하고 있는 것입니다.


나라는 노동자를 잘 쉬게 합니다.

나라는 노동자가 잘 자게 합니다.

나라는 노동자가 운동하게 합니다.


이 일을 오래 하기 위해서

근무시간을 늘리지 않으려고 합니다.

제 도가니를 위해서도 어쩔 수 없습니다.

‘아프니까 무릎이다’는 그딴 말은 하고 싶지 않아요.


물론 단체주문이 들어오면,

아침 일찍 나와야 할 때도 있겠죠.

그런 건 어쩌다 한 번이니 기쁘게 신나게 할 수 있습니다.


이거 저거 하다 안돼서 이 일을 하는 게 아닙니다.

내가 선택한 직업이고

내가 선택한 삶이기에

나 자신이 더 잘할 수 있도록 나를 돌보기 위해 애씁니다.

내가 힘들 때 나를 다독이는 사람도 나입니다.


결국 일을 더 잘하기 위해서이고,

손님이 들어왔을 때 더 잘 웃기 위해서입니다.


체력이 중요한 줄은 알았지만,

마흔이 넘으니 그것을 더욱 뼈저리게 느낍니다.


타인을 위한 다정함도 친절도 결국 체력에서 나오는 것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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