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ject 2 - 네 번째 공개 : 2023년 11월 카페지도
[누군가의 이야기]
1. 퇴근길 보이는 따뜻한 조명의 '지나고나면'
2. 예상치 못한 발견, '종이숲'
3. 귀인이 찾아온다던 '기쁜소식'
4. 인식과 생각의 차이, 'TWG'
5. 함께 가고픈 '보연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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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고요한 하루의 시작이었다.
그렇게 하루종일 침대에서 뒹굴뒹굴하며 시간을 보내다 보니, 그 포근하던 침대도 더 이상 포근하지가 않았다. 환기가 필요했다.
아무런 약속도 없었지만 그냥 바람을 쐬러 어디든 나가보려고 했다.
"내가 좋아하는 리바이스 진을 입고 나가야겠어."
내가 좋아하는 리바이스 진을 찾는데 아무리 찾아도 보이지 않았다. 최근 들어 정신없이 하루하루를 보내다 보니 물건들이 다 어질러져 찾으려고 하면 쉽사리 찾을 수가 없었다.
마치 나 자신도 그러한 듯했다.
누구를 만나고 싶지도, 약속 시간에 얽매여 분주한 마음을 가지고 싶지도 않았다.
오로지 나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했다. 하지만 외롭고 쓸쓸하지 않은. 나 혼자만의 시간.
'혼자이지만 혼자가 아닌 그런 시간들.'
최근에 카페인중독 때문에 역류성식도염이 심해졌다. 아마 바쁜 현대 사회를 사는 직장인이라면 꽤나 익숙할 수도 있는 질병인 것이다.
여하튼 마음도 몸도 어딘가 모르게 공허한 나였다.
그래서 그런 나를 위한 처방을 하기로 했다.
아무런 약속이 없는 날, 홀로 카페에 가서 맛있는 커피를 딱 한 잔 제대로 즐기는 것이다.
하루에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딱 한 잔.
1. 지나고나면(아차산역)
"출퇴근 길, 어느 날부터 계속 눈에 들어왔던 그 작은 카페에 가봐야겠다."
건조대 끝에 걸려있던 리바이스 진을 찾았다. 새로운 공간에 가는 일이란 괜히 설레면서도 위축이 되는 일이다.
카페 앞에 도착하니 출퇴근 길에 보던 분위기와는 사뭇 달랐다.
'아늑하지만 새것처럼 보이는 내부.'
이때에는 몰랐는데, 지나고나면은 매달 디저트가 바뀐다고 하더라. 내가 방문했을 때에는 밤과 말차를 사용한 '밤 말차 토르테'와 사과를 졸여 만든 '타르트 타탱'이 있었다.
마침 공복이던 나는 새로운 곳에 온 김에 밤 말차 토르테와 타르트 타탱을 모두 주문하고, 오늘 딱 한 잔의 커피인 콜드브루를 주문하고 카운터 앞 2인석에 앉았다.
아늑해 보이는 내부를 구경하고 있으니 사장님께서 내가 주문한 커피와 디저트를 가져다주셨다.
가지런하고 예쁘게 생긴 디저트들..
먼저 콜드브루를 한 모금 마셨는데 내가 좋아하는 산미가 올라오는 상큼한 커피라 슬쩍 미소가 지어졌다.
그리고 디저트들은 천천히 한 조각 한 조각 먹기 시작했다.
고소하고 깨끗한 맛이 나는 크림에 조금씩 씹히는 밤 조각들. 그리고 커피 한 모금으로 마무리. 부드럽게 졸여져 포크로 쉽게 잘리는 사과 조각과 커피 한 모금.
작게 자른 조각들.
어색하면서도 편안한 이 공간에 시간이 가는 줄도 모르고 머물렀다.
"안녕히 계세요."
가게에서 나오며 뭔가 새로운 경험을 한 것 같아 기분이 산뜻하고 좋았다.
2. 종이숲(망원동)
구경삼아 휴일에 망원시장을 찾았다.
망원시장은 항상 다양한 사람들로 붐비는 곳이다. 북적이는 곳을 좋아하지 않는 나는 최대한 인파가 적은 곳으로 발걸음을 했다. 그렇게 무작정 가다 보니 어느새 망원동 파출소 앞까지 가게 되었다.
원래는 직장 동료 새미씨가 추천해 준 뿌링호떡을 먹으러 망원시장까지 간 것이지만 어째서인지 시장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파출소를 지나 망원 한강공원 쪽으로 발걸음을 했다.
망원 한강공원으로 가는 길에 눈에 띄는 외관을 발견했다. 가게 앞에 쓰인 '책과 커피'가 나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나는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가게로 들어갔다.
가게 앞에 쓰여있는 '책과 커피'라는 문구에 맞게 가게 한쪽 면에 책들이 나란히 서있었다. 평소 책을 즐겨 읽지 않는 나도 왜인지 모르게 독서를 하고 싶어지는 분위기였다.
"푸딩.. 마지막으로 먹어 본 지 얼마나 오래되었는지.."
가게에서는 커스터드 푸딩을 팔고 있었다. 귀엽고 아기자기한 느낌의 카페, 그래서 그런지 귀엽게 느껴지는 푸딩. 나는 커스터드 푸딩과 따뜻한 국화차를 주문했다.
이날은 웬일로 커피를 마시고 싶지 않았다. 아니, 그렇다기보다는 메뉴판에 연필로 적혀있는 국화차 메뉴를 보고 단번에 국화차를 마셔야겠다고 생각했다.
예전에 엄마가 국화차를 자주 우려서 드시는 걸 봤었다. 그때는 티타임과 힐링하는 시간에 대해 잘 몰라서 국화차를 마시면서 식탁에 앉아 독서를 하시던 엄마가 이해되지 않았는데, 지금은 조금은 알 것 같기도 하다.
그렇게 나는 망원동에서는 꽤나 먼 우리 집에 계실 엄마를 생각하며 달콤 쌉쌀한 푸딩과 국화차를 즐겼다.
"새미씨, 일요일에 망원동에 갔는데 뿌링호떡은 못 먹고 처음 보는 카페만 다녀오게 되었지 뭐예요. 근데 그 카페에 맘에 들어서 다음에 또 다녀오려고요. "
3. 기쁜소식(고려대)
"벌써 이번 주 목요일이네?"
나는 정기적으로 고려대 안암병원에 검진을 하러 방문한다. 요즘 하루하루 일정 확인을 못하다 보니 정기검진도 까맣게 잊고 있었다. 고려대 안암병원은 먼 것 같으면서도 그렇게 멀지 않은 곳..
오랜만에 병원에 가는 김에 근처에 카페를 찾아보았다.
오늘은 검진 날, 집에서 나와 매일 지나치는 '지나고나면'을 지나 빨간 버스를 타러 간다.
나는 병원에 갔다가 고대 근처에 요즘 많이 보이는 과일산도를 먹으러 가보려고 한다.
"다음 예약은 언제쯤 가능할까요?"
"다음 예약은.. 1월 26.. 아니, 25일 오전 10시 반 괜찮으세요?"
"네. 가능합니다. 그때 뵐게요."
나는 병원에서 검진을 잘 마치고 슬슬 걸어 종암동에 위치한 카페 '기쁜소식'에 왔다.
처음 기쁜소식 카페를 알게 되었을 때, 서울 곳곳에 있는 '기쁜소식' 교회가 생각났다. 그런데 카페는 교회와 별 다른 관련이 없다고 한다.
카페에 도착하고 꽤 놀랐다. 자리가 거의 만석이었기 때문이다. 오전에 병원에 갔다가 카페 오픈 시간이 얼마 지나지 않아 방문을 했는데도 손님이 이렇게나 많은 걸 보면 꽤 인기가 많은 카페인 것 같다. 하마터면 이름과 연락처를 적고 대기를 할 뻔했는데 다행히 쉐어 테이블에 한자리가 남아서 그리로 갔다.
나는 기쁜소식의 시그니처인 후르츠산도와 다른 사람들이 많이 주문하는 것 같은 '러브 토스트'(?)를 주문했다. 나는 후르츠산도를 기대했는데 생각보다 그냥 달달한 생크림에 다양한 과일들이 들어있는 디저트의 느낌이었다.
그렇게 자리에 앉아서 옆 사람을 피해 가게 내부를 둘러보았는데, 가게의 인테리어도 메뉴들도 일본 디저트 카페의 느낌이 강해서 일본에 있는 한국인만 가는 카페 같았다. 쉐어 테이블이라 힐링하는 시간을 보냄에 있어 방해를 받지 않을까 걱정도 했지만 생각보다 개인적인 분위기에 나도 그냥 커피를 마시며 디저트와 그 공간을 즐겼다.
그때 옆에 앉은 여자분이 러브 토스트에 있는 'V'모양 포춘쿠키를 쪼갰다. 그리고는 남자친구와 포춘쿠키에 쓰여있는 문구를 나누는데, 그 모습이 정말 좋아 보였다.
그래서 나도 그 여자분을 따라 포춘쿠키를 두 손으로 쪼개보았다.
'조만간 큰 도움을 줄 귀인이 찾아옵니다. 두 눈을 크게 뜨고 주변을 살피십시오.'
왠지 모르게 웃음이 나는 문구. 정말 조만간 귀인이 내게 찾아올까 싶었다. 장난스럽지만 소소한 웃음을 주는 러브 토스트의 포춘쿠키였다.
4. TWG 압구정 안다즈점(압구정역)
미팅 때문에 오랜만에 압구정에 방문했다. 압구정은 올 때마다 느낌이 다른 동네이다.
나는 도산공원 근처에서 미팅을 하고 점심 식사로 그 근처에서 내가 좋아하는 딤섬집에서 식사를 했다.
"딤섬의 가격이 또 올랐네.. 하하.."
확실히 올 때마다 다른 느낌의 압구정이다.
다행히 딤섬의 맛은 훌륭했다. 가격이 오르고 올라도 압구정에 볼일이 있어 방문하게 되면 또 방문할 맛이다.
나는 이날 운 좋게 미팅 후 따로 회사로 복귀를 하지 않고 퇴근을 해도 되는 상황이어서 압구정역 근처 안다즈 호텔에 있는 TWG로 향했다.
나는 미팅을 하며 이미 아메리카노를 한 잔 마신 상황이었다. 그래서 마침 여기에서 티도 마치고 시간을 보내는 게 잘 되었다고 생각했다.
TWG는 호텔에 위치한 유명 티 카페답게 고급스러운 분위기가 가득했다. 티의 종류도 엄청나게 다양했는데 나는 이 날따라 유독 블렌딩 티가 끌려 블렌딩 티 종류를 살폈다.
'1837 블랙 티, 아몬드 티...'
메뉴 판을 가리킨 손가락이 점점 밑으로 내려가다다 '나폴레옹 티'에서 멈췄다.
"나폴레옹 티라..? 궁금한데?"
TWG가 생각하는 나폴레옹은 어떤 향일까 궁금했다.
나는 나폴레옹 티와 함께할 디저트로 1837 블랙 티 무스를 주문했다.
나폴레옹 티는 의외로 온화한 단 맛이었다. 나는 나폴레옹을 떠올리는 웅장하고 비장한 장면이 떠올라 시원하고 묵직한 티가 나올 줄 알았는데, 의외로 너무나도 따뜻하고 달콤하고 부드러운 티가 나와 놀랐다.
'TWG가 생각하는 나폴레옹은 이렇구나.'
그리고 티에 너무 집중을 한 나머지 디저트를 잊고 있었는데, 블랙 티 무스는 먹기 아까울 정도로 견고해 보이는 모양의 디저트였다. 나폴레옹 티와 잘 어울리는지는 모르겠지만 사르르 녹는 달콤한 무스 케이크.
TWG에 있는지 한 시간도 되지 않았지만 뒤에 기다리는 손님들이 많은 것 같아서 홀로 즐기던 티 타임을 조금 빠르게 마무리하고 자리를 나섰다.
5. 보연희(연희동)
내 친한 친구 중에 파르페 사업을 준비하는 친구가 있다.
대학생 때부터 그렇게 파르페를 먹으러 이곳저곳 다니더니 결국 본인만의 파르페를 만들겠다며 파리로 간 내 친구..
얼마 전에 오랜만에 그 친구 목소리를 들었다.
"너는 파르페가 왜 좋아?"
"흠.. 그러게? 그냥 좋은데."
"근데 만약 파르페가 너의 성공에 도움이 되지 않으면 어떻게 할래?"
"하하하, 그러면 그런 경험을 딛고 더 나은 파르페를 만들래."
오늘은 그 친구가 유독 보고 싶은 날이다. 그래서 그 친구가 추천해 준 파르페 가게에 한 번 가보기로 마음먹었다. 연희동에 있는 카페라던데 이름에 '연희'가 들어가서 쉽게 외웠다.
다가오는 크리스마스가 강하게 느껴지는 이곳..
트리처럼 생긴 딸기 파르페.. 이렇게 예쁘게 생긴 디저트는 처음이었다.
'피스타치오 트리 파르페', 주문할 때에는 2만원이 가까이 되는 금액에 깜짝 놀랐지만 파르페를 받고 나니 먹음직스럽고 예쁜 모양새에 마음이 풀렸다. 심지어 내가 좋아하는 피스타치오와 딸기가 주 재료라니. 파르페를 먹기 전, 나는 한껏 들떴다.
같이 내어주신 자그마하고 기다란 숟가락으로 딸기 하나와 파르페의 겉면을 감싼 피스타치오 크림을 가득 담았다. 그리고 기대에 가득 차서는 숟가락을 입으로 가져갔다.
"이거 좋다."
느끼하지 않은 진한 피스타치오 크림과 신선한 딸기, 나는 커피를 주문한 것도 잊어버리고 허겁지겁 파르페를 먹었다. 파르페 옆에 차갑게 식어가는 아메리카노가 있다는 것을 파르페를 다 먹고 나서야 알아버렸다.
아까 말한 그 파르페 친구는 참 이해하기 어려운 친구이다. 하지만 지금은 그 친구가 이해될 것도 같다.
그 친구와 여기에 오고 싶다.
나는 지금 집으로 돌아가는 5호선 안이다. 5호선은 유독 소음이 심한 열차..
조금 전까지 다음엔 어떤 카페를 갈지 찾아보았다. 원래는 커피 한 잔을 목표로 시작했던 혼자만의 데이트였지만 어쩌다 보니 디저트에 관심이 생겨 이리저리 돌아다니고 있다.
나는 지금 행복하다. 그게 중요하다.
"나는 행복하다."
안녕하세요.
<Project 2>의 네 번째 공개로 돌아온 에디터 '케일리(Kaylee)'입니다.
벌써 2023년의 마지막 달인 12월이 되었어요. 저는 다가오는 2024년의 준비와 빠르게 지나간 2023년의 아름다운 마무리를 고대하고 있습니다.
여러분은 어떻게 보내고 계시나요?
오늘은 여러분께 누군가의 이야기를 통해 '서울 카페 추천 BEST'이라는 주제을 가지고 왔습니다.
제 이야기는 아닙니다.
마지막으로 이번 Project 2의 네 번째 공개에서도 이전 모든 글과 같게 협찬이나 광고는 일절 포함하지 않는다는 점을 알려드리며 글을 마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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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일리의 Project 2, 네 번째 공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