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는 모순을 끌어안는 연습이다
글은 진리에 도달하는 수단이 아니라, 진리에 다가서려는 인간의 흔들림 그 자체다
인간이 바라보는 모든 것에는 모순이 깃들어 있다. 그 모순은 세계의 결함이 아니라, 인간의 인식이 살아 있다는 증거다.
인간은 늘 양가적이다. 사랑을 말하면서 미움을 품고, 믿음을 지키려 하면서 의심을 배운다. 희망을 노래하면서도 절망을 끌어안고, 침묵 속에서도 말하려 애쓴다.
글은 그런 인간의 불완전함을 고스란히 담는다
그래서 글 속의 모순은 오류가 아니라,
우리가 여전히 살아 있다는 증거다
그래서 어떤 문장은 나의 과거를 증언하고, 또 다른 문장은 지금의 나를 다르게 말한다. 그러나 그 불일치는 나의 오류가 아니라, 내가 여전히 살아 있다는 증거다.
나는 오랫동안 글을 통해 나 자신을 정리하려 했지만, 이제는 정리되지 않는 나를 받아들이는 법을 배우고 있다. 글은 나를 고치는 도구가 아니라, 나를 이해하려는 또 다른 언어의 몸이다.
때로 글 속의 모순은 견디기 어렵다. 어제 쓴 문장이 오늘의 나에게 낯설게 다가오기도 하고, 내가 믿었던 신념이 내 문장 안에서 새롭게 태어나기도 한다.
그러나 이제는 모순이 사라진 글은 이미 숨 쉬지 않는 글이라는 것을 인정한다. 완벽하게 일관된 문장은 더 이상 살아 있는 문장이 아니다.
모순은 나의 부끄러움이 아니라, 진리에 닿기 위해 인간이 통과해야 하는 좁은 문이다. 진리는 늘 멀리 있지만, 그 거리를 자각하는 순간에만 글은 빛을 얻는다. 글은 진리에 도달하는 수단이 아니라, 진리에 다가서려는 인간의 흔들림 그 자체다.
어쩌면 글쓰기는 모순을 끌어안는 연습일지도 모른다. 모순을 없애려 하지 않고, 그 모순 속에서 더 깊이 인간을 이해하려는 시도. 그 불완전함 속에서 진리를 향해 천천히 걸어가는 일. 그래서 나는 완벽한 문장이 아니라, 모순 속에서도 여전히 진리를 향해 걷는 하나의 인간으로서 글을 잇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