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스마트폰 안 보고 음악 안 듣고 걸으면 생기는 일

(셀프 글쓰기 챌린지 2) 도둑맞은 집중력

by 글구름

산책할 때나 대중교통으로 어딘가를 가는 중에는 늘 이어폰을 끼고 음악이나 유튜브 강의를 들어야 자연스러운 생활이었습니다.

그런데 요즘에는 그 두 가지를 모두 안 하고 풍경을 보거나 멍 때리거나 생각에 잠기는 것을 즐기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랬더니 생기는 일,

감수성을 기반한 창의력이 올라오기 시작합니다.

좋은 문구가 떠오르고, 실현 불가능하더라도 기발한 아이디어가 잠깐씩 스치기도 합니다.


이런 변화를 가져오게 된 계기는 얼마 전 읽은 '도둑맞은 집중력'이라는 책 덕분입니다.


내 몸의 외부 장기와도 같은 스마트폰을 늘 가까이에 두고 특별히 확인할 것이 없는데도 몇 분에 한 번씩은 켜보는 것이 습관이 된 사람입니다.


스스로도 중독인가 싶어 걱정되는 마음에 읽어보게 된 책이었는데 내용을 보니 맙소사! 역시나 핸드폰의 노예가 된 저였습니다.

문제는 스마트폰 기기 자체에 있다기보다는 그 안에 깔아 둔 여러 가지 앱과 자주 들어가는 사이트를 중독적으로 확인하고 머무는 것에 있었습니다.


그토록 중독적인 온라인 세계의 그것들은 특정 상업적 목적을 위해 각 기술에 특출 난 사람들이 모여서 만들어 냅니다.

우리들은 그 앱 안에 들어가기만 하면 쉽게 빠져나오지 못하게 되는데 그것은 마치 마술사가 마술이라는 눈속임을 하고 우리는 속임수와도 같은 프로그램 설계에 아주 자연스럽게 빠져 들게 되는 것이라고 합니다.


그들에게 쉽게 설계당해 버려 글만 읽고서도 자존심이 무척 상하고 한심하게 느껴졌습니다.

그나마 내 잘못이 아니라고 회피하고 싶은 저에게 책에서는 "현재의 이런 상황을 두고 이제는 개인의 의지나 자제력을 문제로 삼는 것은 무리가 있다"라는 내용이 적혀 있어 아주 작은 위안이 되었습니다.




성인이 되기 전까지 핸드폰 없는 시대를 살았습니다. 20대에도 스마트폰을 활용한 온라인 세계 속에 빠져 살지는 않았습니다.

그러다 그 후 20년 가까이 스마트폰을 사용하면서 어느덧 그것의 노예가 되어버린 것 같습니다.

이젠 폰을 잃어버리면 다 끝장날 것 같은 불안함까지 덤으로 가지고 살아가는 듯합니다.

글을 적으며 생각해 보니 마치 내 몸이나 자식 같은 존재로 여기는 거 아닌가 생각이 듭니다.


저는 책에서 여러 번 회초리를 맞는 느낌이 났습니다.

개인의 의지로 바뀌는 것이 힘들다고는 했지만 할 수 있는 작은 부분부터 시도해 봐야겠다는 생각을 해봤습니다.


걸을 때라도 버스나 지하철을 탔을 때라도 아무것도 안 하고 풍경 보거나 생각에 잠기기.


최근 그렇게 실행해 보며 멀티로 여러 가지를 안 했으니 조금 시간 낭비를 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했었는데 오히려 그 시간을 온전히 잘 사용한 것 같았고 진정성 있는 내 시간을 가진 것 같아서 뿌듯함을 느꼈습니다.


개인적인 업무에도 창의성이 많이 필요한데 머릿속에 공간이 생기니 색다른 아이디어가 떠올라 도움을 받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시나 감성적인 글도 언젠가부터는 적어내기 힘들었는데 멍 때리는 시간을 늘리면 머릿속 상상의 공간이 커져서 조만간 맘에 드는 글도 적어 낼 수 있을 것 같다는 희망이 생깁니다.


누군가에게 지적받고 혼나는 나이가 아니기에 스스로에게 경고를 주고 싶어 읽어본 책이었는데 참 적절한 시점에 잘 읽었다는 생각을 해보며 스스로에게 잘했다 그리고 앞으로도 잘해 보라는 격려를 하고 싶습니다.


혹시나 저와 같은 심정을 가지신 분이 계시다면 같이 회초리 한번 맞아 보아도 좋겠다 싶어 글 적어봅니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