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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사람도 생각은 복잡해
05화
마지막까지 향기로 남아라
(셀프 글쓰기 챌린지 5) 장미꽃잎을 떼며
by
글구름
Mar 17. 2024
저는 요즘 글쓰기 근육을 키우는 중입니다.
자꾸만 다른 취미들에 마음을 빼앗겨 하루의 균형을 잃게 되는 것 같아요.
그리고는 잠들기 전에 후회를 합니다.
아... 짧게라도 나의 글을 남길걸.... 하고요.
강제로 시키면 싫어할 거면서 마냥 자유를 가지니 아무것도 안 하고는 괜히 뒤늦은 자책을 하게 됩니다.
그래서 일단 셀프로 30일 글쓰기 챌린지를 해봅니다.
스스로와의 약속으로요.
일요일 아침
예쁘고 향기로운 것들과 시간을 보냈습니다.
전날 남편이 꽃다발을 가져왔어요.
어머나 어쩐 일이지? 싶었는데 커다란 꽃다발에 [꽃길만 걸으세요]라는 문구 스티커가 부착되어 있었습니다.
네,
맞아요. 저를 위해 산 것이
아닙니다.ㅎㅎ
회사 동료 송별회를 위한 꽃다발이었는데 집에까지는 가져갈 필요 없다며 필요한 사람이 가져가라 해서 들고 왔다고 하더라고요.
저는 기분이 살짝 상해야 할 것 같은데 이젠 그렇게라도 들고 온 정성이 귀엽게 느껴졌습니다.
꽃에 큰돈을 쓰면 오히려 더 속상할 뻔했는데 멋진 꽃다발을 들고 와서 칭찬해 주었답니다.
그리고는 바로 화병에 꽃을 꽂았는데
하루 만에
시든 꽃들이 보였습니다
.
어젠
분명
다 같이 생생했는데 살아있는 존재의 삶의 속도는 전부 다르다는 것을 알지만 꽃들도 예외는 아닌 듯했습니다.
시들었지만 여전히 예쁜 분홍빛과 진한 장미향을 가진 꽃송이를 그냥 버리기에는 아쉬운
마음이 컸습니다.
그래서 어린 시절에 했었던
책장 사이에
꽃잎
끼워
말리기를 해보기로 했습니다.
꽃잎을 한 장 한 장 떼면서 은은하게 퍼지는 장미향에 장미꽃밭 위를 둥둥 떠다니는 기분을 느꼈습니다.
저절로 힐링되는 시간을 가졌지요.
시든 장미꽃송이가 고마워서 주는 선물 같다는 생각도 했습니다.
장미꽃잎을 다 떼고 안쪽에서 나온 노란 꽃술을 보고 살짝 놀랐습니다.
내내 분홍 꽃잎만 보며 떼다가 갑자기 노란색
꽃술이
나올 줄은 예상 못했거든요.
그러면서 드는 생각,
오래 보고 지냈다고 하더라도 상대에 대해 다 알고 있다고 판단하면 안 된다는 것.
그 안에는 어떤 것을 품고 있는지 나는 알지 못하므로 늘 새롭게 대하고 존중해야 된다는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정성껏 꽃잎 떼는 힐링시간을 가진 후에 가장 예쁜 꽃잎들은 좋아하는 책장 사이사이에 꽂아두었습니다.
그리고 나머지 꽃잎들은 투명 유리그릇에 물을 받아서 장미향기로 한동안 머물다 가도록 해보았습니다.
가족들이 오가며 하루종일 유리그릇에 코를 대고 장미향기에 취했던 일요일이었습니다.
고맙다, 장미들아..... 넌 마지막까지 최고였어.
keyword
장미꽃잎
장미향기
마지막
Brunch B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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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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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
숟가락을 드는데 눈물이 고였다
평범한 사람도 생각은 복잡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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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을 수집하고 마음의 소리로 글을 적어요. 매일의 구름은 하늘의 작품이라고 생각해요. 구)하루그린 작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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