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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노 Nov 26. 2023

추운 바람이 부는 계절은

空 (유난히도 따뜻하고 포근했던 그때는)

 추운 바람이 부는 계절엔 지나간 인연을 떠올리기 마련이다. 헤어진 연인 혹은 멀리 떨어져 있는 가족들, 그게 아니라면 하늘에 별이 되어버린 누군가를 기억할지도 모른다. 삶이라는 모든 형태는 만남이 있으면 헤어짐이 반드시 존재한다. 살아간다는 것은 태어나 죽는 순간까지 많은 관계를 형성하고, 헤어짐이라는 추억을 만들어나간다. 우리는 그 안에서 여러 사회적 의미를 학습하고, 그 안에서의 작은 의미와 가치를 공유하며 살아간다. 그 과정에서 누군가는 성장하고, 누군가는 퇴화할 것이며, 누군가는 잊히고, 누군가는 기억될 것이다. 이 모든 순환적 과정은 '사랑' 즉, 애정의 감정이 존재하기 때문에 일어나는 것이다. 사랑하기 때문에 기억되기를 바라는 것이고, 사랑받지 못했기에 잊히는 것이다. 물론, 사랑했던 이들도 어느 순간 잊히기 마련이다. 삶이라는 것은 모두 그러한 것이다. 꽃 피는 봄이 찾아오고, 꽃이 지고 더운 여름이 왔다가 단풍과 은행잎이 세상을 다채롭게 물드는 가을이 다가온 이후 필연적으로 차갑게 시린 겨울이 찾아온다. 계절 역시 하나의 순환적 과정이다. 시작과 끝이 이어지고 반복되는 것. 인연이란 것도 그러한 것이 아닐까.

 각 계절에도 추억할만한 순간들이나 기억들이 존재한다만, 겨울은 특히나 그러한 기억의 요소가 깊은 것 같다. 필자는 어느 계절보다 특히 겨울에 특별한 기억이 가장 많다. 각 개인들은 특정 계절에 특별한 기억이 있을 수도 있다. 오늘은 이에 대한 글을 이어나가고자 한다. 흔히들 '가을 탄다'라는 표현을 사용하곤 한다. 다만, 나는 가을보다는 겨울에 그러한 감정을 사뭇 더 많이 느끼곤 한다. 사실상 12월부터 겨울이긴 하지만, 요새 그러한 계절의 경계가 많이 허물어졌다고 생각한다. 어린 시절을 떠올렸을 때 11월은 그렇게 많이 춥지 않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저 꼬치 어묵이나 호떡 하나를 들고 걸어 다니면서 먹기 딱 좋은 정도의 온도. 그러나, 최근 겨울은 너무나도 빨리 오고, 추워진 것 같다. 요새는 장갑을 끼지 않으면 손이 정말 얼어버릴 정도로 시리기도 하다. 추억이 많은 계절이기에 변한 것을 더욱 빨리 그리고 세밀하게 기억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나의 겨울은 그 어떠한 계절보다 차갑고도 따뜻했기에. 그러나, 최근에는 다가올 겨울이 너무나도 두렵다. 전과 같이 차가우면서도 포근한 그런 따뜻함일지, 그것이 아니라면 예측할 수 없을 만큼 시릴지. 정확히 알 수 없다. 올해 1월, 즉 올해 첫겨울과 신년을 나는 군사시설에서 보냈다. 그 시절은 너무 힘들고 추웠지만, 지나고 보니 그때의 향기, 온도 등등. 여러 가지 것들이 추억으로 남고 가끔은 그리울 때가 있다. 지나간 것들이 그리워지는 것. 힘들었던 순간도 나름 버틸만했다고 여겨지는 것. 이러한 것들은 단지 과거에 기억에 머무르는 것이기 때문일까.

 최근 들어 사람이 싫어지려고 한다. 사람의 행동은 싫어하되, 그 사람 자체는 싫어하지 말자고 다짐했었는데, 그것이 이제는 다소 어려워진 것일까. 스스로 고독의 구렁텅이에 빠지고자 하며, 묶여있지도 않은 채로 묶여있다고 자각하는 것 같은 요즘이다. 공허에 늪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것을 왜 즐기고 있는지 모를 요즘에 과거에 나를 마주하는 것. 이러한 행위는 참 많은 감정을 선사한다. 비참하면서도 수치스럽지만 그토록 나의 과거가 아름답게 보이는 순간은 절대로 없다. 하나를 얻고, 하나를 잃는 것. 어찌 보면 당연한 굴레가 요즘 들어 가장 비합리적으로만 느껴진다. 가장 기대되었고, 따뜻하고 포근했던 내가 가장 사랑하는 계절이 다가오는 와중에 나는 지금까지 나의 역사 중 가장 비관적이고 부정적으로 변한 것 같다. 그러한 나를 곧 마주할 겨울은 사랑해 줄까. 그리워하고 만날 날을 손꼽아 기다릴까. 이토록 어두워진 나를 본다면 나의 겨울과 나의 추억은 어떤 인사말을 건넬까. 추운 바람이 나를 스쳐 지나가면, 나 이외에 함께 있는 모두가 부러워진다. 나 역시 누군가에 속해있을 것이지만, 최근에는 그러한 사실을 간혹 망각하곤 한다. 이 글은 나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을 그 누군가에게 전하는 짧은 인사말이자 위로의 한 마디이다.

 곧 다가올 겨울과 크리스마스에 당신들은 누구와 어떤 하루를 보낼 것인지 묻고자 한다. 그저 365일 중 변함없이 찾아올 평범한 하루이지만, 12월 25일이라는, 크리스마스라는 특별한 의미의 하루. 이 의미 있고 특별한 시간 당신은 어떠한 생각과 함께 어떠한 이와 하루를 함께 할 것인가. 사랑하는 이? 그렇지 않다면 사랑하고 싶은 이? 그것도 아니라면 과거에 사랑했던 누군가를 추억하고 기리며 홀로 서있는 것? 그 어떠한 선택도 이루어질 수 있기에 한 가지 말을 전해보련다.

 "추운 바람이 부는 계절은 그 어느 때보다 감정적으로 사람을 변화시키곤 한다. 서러운 일이 생길 때는 더욱 억울하고 슬퍼질 것이며, 자그만 감동 하나에도 쉽사리 눈물을 흘려버리고 마는 그런 계절이자 순간. 나는 이토록 감정적이고 추억될 겨울이 당신들에게 아름다웠으면 좋겠습니다. 화이트 크리스마스처럼 새하얗고 아름다운 그러한 나날들이 너무나도 춥고 시릴 이 계절에 당신들을 따뜻하고 포근하게 품기를 바랍니다. 혼자라고 생각될 때, 하늘을 바라본다면, 새하얀 진눈깨비들이 당신을 덮어줄 것입니다. 공허에 빠져 고독해지지 않길 바라며 당신들의 다가올 겨울이 누구보다 밝고 화창하길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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