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들어 갈증을 많이 느끼곤 한다. 목이 타들어가는 듯한 감정, 그 이후에 오는 쓰라림. 이 모든 것들을 단 한 번에 해소해 줄 시원한 냉수 한 잔. 그 청량함과 시원함을 입안 가득 채워 단 번에 넘겨버렸을 때 오는 짜릿함. 나는 요즘 유독 메마르고 건조한 사람이다. 때때로는 이런 생각에 잠기곤 한다. 이미 메말라버린 땅에, 수분이라고는 보이지 않는 갈라진 저 땅에 모든 것을 흠뻑 적실 것 같은 소나기가 온다 한들 저 황폐한 땅은 생기를 되찾을 수 있을까. '이미 시들어버린 꽃에 매일매일 물을 준다 한들 무슨 변화가 있을까'라고 말이다. 불가능한 것을 노력으로 가능하게 만들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은 잠겨있던 내 기도를 더욱 조이며 건조하고 무의미하게 만든다.
차갑게 얼어붙은 땅이 녹기 시작할 때 거센 바람에 그을렸던 피부는 다시 한번 생기를 되찾는다. 그리고 그 어느 때보다 따스한 햇살을 맞이하며, 너무나도 예쁜 꽃들이 찾아온다. 분홍색의 벚꽃, 노란색의 개나리. 각자의 개성을 뽐내며 각기 다른 색의 빛깔들로 온 세상을 뒤덮는다. 건조했던 내 손은 누군가의 손을 붙잡기에 알맞은 온도로 변하고, 찬 바람에 빨개진 볼은 다른 누군가를 통해 다시 한번 붉게 달아오른다. 꽃이 찾아오는 계절에 아직까지도 색을 입히지 못한 저 갈라진 땅을 보아라. 저 메마르고 건조한 대지는 언제쯤 자신이 호수이자 강이었으며, 바다였다는 사실을 알게 될까.
누구에게나 괴로운 순간은 있다. 나도 그럴 것이고, 더 넓은 평야도 그럴 것이다. 지금은 누구보다 아름답지만, 조금 뒤에는 모두 같은 색으로 시들어 땅바닥에 내팽개쳐질 저 꽃들 또한 그럴 것이다. 나를 포함한 이 세상 모든 것들은 각자 괴로운 시기를 겪기 마련이다. 몹시 괴로웠던 저 건조한 땅은 누군가 실수로 흘린 물 한 모금에도 기뻐하며 타들어가는 목을 잠시 축이곤 한다. 금방 다시 타들어가는 갈증에 고통을 호소할지라도, 그 순간 그 땅은 호수이자 강이며, 바다일 것이다. 꽤 오랫동안 불어온 찬 바람에 베이고 베여 생기를 잃었던 그의 피부는 누군가의 애정 어린 실수에 어린 소녀 마냥 미소를 되찾는다. 약간의 수분에도 금세 얼굴을 붉히며 다른 부분과는 다른 색으로 물들여진 그는 그 누구보다 솔직한 사람일 것이다.
조용하고 잔잔한, 소품 숍과 함께 운영하는 카페의 가장 측면에 자리를 잡았다. 누군가가 만들어준 충분히 시원하고 청량한 커피를 마시며 쓰라렸던 나의 갈증을 해소하고 있다. 억누르며 잠재우고 있다. 나의 기도가 충분한 수분에 자비로움을 느낄 때, 내 앞 창문 너머에 있는 저 땅은 너무나도 가난해 보인다. 폭풍이 휩쓸고 지나간 것처럼 아무것도 남아있지 않은 그는 그 무엇보다 아파 보인다. 본래의 색을 잃어 꽃들처럼 빛나지도 않는다. 기분 좋고 촉촉하게 축여진 나의 목과는 반대로 그의 체온은 너무나도 불편해 보인다. 커피를 한 잔 삼켜내기 전 나의 목과 같다. 저 땅은 언제쯤 커피를 마셔낼 수 있을까.
모든 이들은 갈증을 느끼고 있다. 그 부분은 각자 다르겠지만. 나의 갈증은 아무래도 성공일 것이다. 이 역시 사람마다 각각 다르게 느낄 것이다. 내가 축이고자 하는 갈증, 성공은 최근 찾아온 아름다운 꽃들처럼 내 주변이, 내 세상이 다채로운 색으로 어우러져 나와 내 주변의 삶을 빛내는 것이다. 나로 인해 그들의 투명했던 개성이 다시 한번 빛을 발하길 바란다. 생기를 잃어가던 그들의 피부가 다시 한번 어루만지기 좋은 온도를 되찾길 바란다. 그리고 봄날의 햇살보다 더욱 따스한 미소로 나를 반겨주길 바란다.
요즘 들어 갈증을 많이 느끼곤 한다. 목이 타들어가는 듯한 감정, 그 이후에 오는 쓰라림. 나의 갈증이, 나의 성공이 오늘보다 내일, 그리고 내일보다는 일주 뒤에 더욱 환하고 따스하게 달아오를 그들의 미소와 피부로 꽃을 넘어 열매를 맺을 때까지. 투명한 거울 넘어 존재하는 생기 잃은 저 건조한 땅과 함께 견뎌보련다. 내 옆에 차갑고 시원한 커피를 뒤로 한 채 그와 함께 잠시나마 나의 갈증과 고통을 즐겨보련다. 더할 나위 없이 건조해져 타들어가는 쓰라림의 통증에 몸부림칠 때 마시는 무언가는 그 어떤 것들보다 시원하고 청량할 터이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