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움받을 용기 따위는 처음부터 없었지만,
차가운 시선들이 그에게 닿았을 때
겁에 질렸던 건 그들이 아닌 오직 그뿐이었을지도 모른다
한없이 커다란 입을 벌리고
무시무시한 날카로운 이빨을 그들에게 내비쳤을 때
그는 처음부터 약자 따위는 아니었을 것이며,
누군가의 도움조차 받지 못했을 것이기에
사뿐히 날아온 그 작은 그것에게
의지할 수밖에 없던 심정은 아무도 알지 못할 터
그 누구의 관심도 받지 못한 채
썩어가던 흉흉한 이빨 사이를
구석구석 닦아주며 돌봐준 너를
장난이라는 이유로 입 밖으로 빠져나가지 못하게
그 커다란 입을 꾹 닫고 이리저리 흔들어보았다
세상이 요동치는 듯한 큰 충격으로 인해
그것은 올바른 정신을 유지할 수 없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것은
썩어가고 곪아가는 그의 매서운 이빨을,
차가운 표면을,
아픈 상처를
그 누구보다 작지만 따뜻하고 부드러운 손길로 어루만진다
아픔을 잊어갈 때쯤,
그들을 따가운 시선이 점점 사라져 갈 때쯤
그 작은 그것 또한 점점 사라지고 잊혀갔다
그가 아직도 그들에게 강자이자 겁을 주는 이유는
떠나간 그 작은 것을 보기 위함일까
사나웠던 이빨은 더욱 날카로워졌고,
입을 다물 때마다 피부를 꿰뚫는 고통을 견딜 수 없었는지
그는 하염없이 울부짖으며 그 커다란 입과 이빨을 드러낸다
떠나간 그것을,
작고 따스한 그것을
슬피 울며 기다리는 나일악어
떠나간 악어새
악어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