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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노 May 04. 2024

3분이 담긴 한숨

:re (feat. E SENS-비행)

 3분이라는 시간. 이 짧은 시간이 길게 체감되는 경우가 존재한다. 운동을 하지 않는 사람이라면 '플랭크'라는 복근 운동을 절대 3분간 버티지 못할 것이다. 2분, 아니 1분도 겨우 버틸 만큼 고통스러운 시간이 될 것이다. 또한, 전력 질주로 3분간 달리는 것은 다시는 뛰고 싶지 않을 만큼 지겨운 순간이 될지 모른다. 그러나, 반대로 운동 이후 짧게 쉬는 1분이라는 시간은 눈 깜빡할 사이에 지나가고 만다. 이처럼 시간은 상당히 상대적이다. 누군가에게는 너무나도 짧고 아쉬운 순간일지 모르나, 어떤 이에게 그 짧은 시간은 당장이라도 멈추고 싶을 만큼 고통스러울 수 있다. 3분이라는 시간을 가장 가치 있게 쓰는 방법.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나는 이 시간을 나의 한숨에 고이 담아 멀리 보낸다.

 흡연을 하는 행위는 절대적으로 좋지 않은 일이다. 몸에 좋지 않은 발암물질을 빨아들이며 스스로 몸을 망친다. 비싼 돈을 주고 끊기 어려운 그것은 특유의 타는 냄새로 주변에 불쾌감을 선사한다. 또한, 사람의 이미지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줄 수 있다. 그럼에도 나는 흡연을 한다. 좋지 않은 행위인 걸 알고 있으면서도 이를 끊지 못한다. 지금도 내 주머니 속에는 3분이라는 시간을 담은 담배 개비가 꽤 많이 들어있다. 나의 글은 흡연을 동조하는 글이 절대 아니다. 그러나, 나는 흡연을 하는 행위를 통해 시간을 번다고 생각한다. 누군가는 나의 이런 마인드를 무시하고, 천박하게 볼 수 있지만, 그들의 의견을 존중한다. 자제력이 부족한 누군가의 자기 합리화로 여겨질 수 있기 때문에. 그렇기에 나는 흡연을 하지 않는 사람들에게는 3분간 자신의 호흡을 쭉 내뱉는 행위를 오히려 권하고 싶다. 그 짧은 시간에 모든 감정을 담아 멀리멀리 보내는 행위 말이다.

 대부분의 흡연자들은 습관처럼 연기를 마시고 내뱉는다. 습관이 되어버린 이유는 여러 가지 종류가 있겠지만, 나는 스트레스를 해소하기 위해 처음 연기를 삼킨 후 습관이 되어버린 케이스이다. 나랑 같은 이유는 사람도 있겠지만, 그 과정은 개개인이 다 상이할 것이다. 어린 시절 나는 담배를 극도로 혐오했다. 내가 많이 좋아하던 나의 할아버지 또한 흡연을 하셨다. 종종 할아버지 곁에 가면 특유의 탄 내가 은은하게 풍겨오는 경우가 있었다. 담배가 해롭다는 걸 잘 알았던 나는 그런 할아버지가 걱정됨과 동시에 그 냄새가 싫어 종종 할아버지의 담배를 숨기거나 버리곤 했다. 지금 돌이켜보면 참으로 몹쓸 행동이었다. 나는 한 남자의 3분 이상의 시간을 버린 것이다.

 담배 한 갑 안에는 스무 개비가 들어있다. 이를 시간으로 환산한다면 1시간에 해당하는 수치이다. 대학생인 나는 시험기간에 내가 산 시간을 참 많이 소요한다. 한 단원이 끝나거나, 한 과목이 끝날 때 정신을 소모한 스트레스를 한 모금의 연기에 담아 내뿜는다. 핑계로 들릴 수밖에 없겠지만, 몸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이 행위를 통해 나는 참 많은 위안을 얻었다. 일정한 타이밍에 숨을 길게 내뿜는 행위는 나에게 차분함을 안겨주었다. 스트레스 속에 불안정하고 맥박이 고르지 못했던 나는 그 3분이라는 짧은 시간에 나의 호흡과 맥박을 균형 있게 바로잡을 수 있었다. 학업에 열중해야 하는 이유, 하기 싫다고 느끼는 잡념을 길게 들이마시고, 내뱉는 행위를 통해 날려버린다. 냉정함을 되찾는다는 것은 확실한 이유와 판단을 만들게 해 준다. 이러한 사실이 나에게 적용되었기에, 아직까지 나는 그토록 좋지 않은 연기를 마시며 사는 것이 아닐까.

 나는 단 한 번도 누군가에게 담배를 권해본 적이 없다. 좋지 않은 걸 함께 해서 좋을 이유가 전혀 없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내가 이것에 의지하여 나의 호흡과 맥박을 조절하는 이유는 일정 간격으로 같은 숨을 내뱉는 행위를 처음 알려준 것이 바로 흡연이기 때문이다.  흡연으로 시작된 생각이기에 그냥 앉아서 숨을 일정한 속도로 내뱉는 행위에 적응하지 못한 것이 가장 큰 이유일 것이다. 3분간, 일정한 속도와 간격으로 숨을 마시고 내뱉는 행위는 안정감을 준다고 생각한다. 흡연하지 않고 이 방법을 채택할 수 있다면, 꼭 한 번 해보길 권장한다.

 나의 한숨을 3분이라는 시간에 담아 보내는 이유는 나의 바람이 바람이 되지 않을까라는 어린아이 같은 생각이 크게 작용한 탓이다. 내가 원하는, 그리고 원치 않은 감정과 모든 것을 있는 힘껏 끌어모아 내뱉는다. 과학적으로 증명된 것도 아닐뿐더러 핑계에 가깝게 느껴질 만한 이 행위는 실제로 나에게 위안을 가져다주었다. 플라시보 효과임이 분명하지만, 냉정함을 잃었을 때, 나는 이 방법으로 차분함을 유지할 수 있었다.

 나의 바람이 바람을 타고 날아가 사라져 버리는 것, 혹은 이루어지는 것. 3분간의 이러한 희망찬 미래를 예견하는 것을 통해 나는 포기하고 싶은 것들을 끝까지 부여잡을 수 있었다. 놓치지 말아야 할 것들을 되돌아보는 일이 가능해졌으며, 현재 나의 상황을 확실하게 진단할 수 있었다. 최근 많은 생각이 나를 지배하고 있다. 곧 입대를 앞두었기에 드는 여러 가지 불안정한 미래 요소, 현재 내가 해왔던 것들의 의미, 그리고 나라는 사람의 진정한 존재 등등. 이것들을 냉정하게 판단하기 위해서는 참 많은 시간이 소요되리라 생각한다. 단, 이제부터 가져가야 할 것은 무언가의 의지하고 기대어 시간을 버는 행위. 즉, 끊어내야 할 것을 끊어내지 못하고 그것에만 온전히 나를 맡기며 자기합리화하는 과정. 아아, 끊어내야 할 족쇄는 내가 지닌 몇 가치의 담배 개비가 아닌 나의 비겁하고도 무책임한 정신 상태가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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